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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종훈 신임원장을 만나다!
- 말기암·난치암 환자들의 희망, 4차의료기관이 목표이자 미션
- 의과학자 양성에 기여하는 아시아 최고 허브 교육기관 비전 제시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종훈 신임원장을 만나다!
    - 말기암·난치암 환자들의 희망, 4차의료기관이 목표이자 미션
    - 의과학자 양성에 기여하는 아시아 최고 허브 교육기관 비전 제시

지난 12월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6대 한국원자력의학원 신임원장으로 박종훈 교수를 임명했다. 고려대학교 의료원 대외협력실장, 의무기획처장, 안암병원장 등 주요 보직을 지낸 박종훈 신임원장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원자력병원 정형외과 과장과 홍보실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6년에 걸쳐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임 이사직을 수행하였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을 대표하고 의학원 업무를 총괄하게 될 박종훈 신임원장은 12월 6일, 3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본고에서는 임기동안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을 실천하며 “모두가 받아드릴 수 있는 공정성과 양해를 기반으로 ‘바른 소통’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박종훈 신임원장을 만나 의학원의 미래 발전 방향을 들어보았다.

▶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리며, 취임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제가 5년간 몸담았던 기관이었기에 늘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2007년 퇴사 당시에도 무언가 끝내야 할 일을 미뤄두고 나온 기분이 들었는데, 취임 후 만난 후배들에게서 내가 왜 의학원에 돌아왔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퇴사 당시 제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는 후배들의 이야기처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의학원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이나 제가 의학원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던 것이다.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니 기쁨보다는 더 큰 책임감이 느껴졌다.

▶ 취임 1개월 정도 지났는데, 첫 출근 때의 감회와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저는 안암병원장을 연임하면서 4년 동안 기관을 발전 가도에 올려놨고, 암치료기관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의학원에 와서 업무보고를 받아보니 고대 안암병원과 의학원은 너무 다른 기관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원자력병원, 방사선의학연구소,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국가RI신약센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등 서로 다른 차별적 특징을 가진 산하 조직이 ‘방사선의료’라는 연결고리를 갖추고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 의학원이다. 각 조직적 특성이나 복잡성, 인적 구성 등을 확인하면서 외부에선 알지 못했던 경쟁력이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문제점들에 놀랐다. 특히 의학원이 생각보다 잘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에 놀랐고, 그러한 부분들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원자력의학원의 강점과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의학원의 최대 장점은 ‘우수한 인적자원’이다. 직접 와서 보니 의학원 각 조직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매우 높은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적자원들이 기관장 못지않게 의학원의 문제를 걱정하고 의학원이 잘되기를 강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는 점 또한 기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다. 임기 3년 동안 어떤 변화를 주고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분들의 염원이나 조직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의학원이 나아가야 하는 시대정신을 찾고 싶다. 이 시대정신을 조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드리고, 기관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 것이 이제부터 제게 맡겨진 숙제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종훈 신임원장

▶ 의학원이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일까요?

  퇴사 후 외부에서 지켜본 2010년대 의학원은 매우 힘들어 보였다. 모든 조직원들이 맡은 바 일에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위기를 겪게 된 이유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상을 의학원이 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2000년 초 만해도 국내에 ‘암센터’의 개념이 없었으며, 다학제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었다. 당시 암센터 개념으로 처음 출발한 의료기관이 바로 원자력병원이었다. 정부는 의학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변화시키고자 했지만 의학원은 태생부터 연구중심병원이었고, 방사선의학 연구에 관해서는 대형병원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가지며 일찌감치 앞서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주도권은 국립암센터 설립과 대대적인 대형병원의 암센터 투자로 2000년 이후 빼앗기기 시작했다. 가장 큰 원인은 외부환경 변화를 적극적으로 캐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향성이 정확하지 않으면 내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엉뚱한 목적지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기관의 목적과 외부변화 트렌드에 맞는 미래 청사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학원이 일반적인 암센터의 기능을 뛰어넘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자 과기부 산하 유일의 의료기관으로서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첨단의학, 신약 개발, 신약 임상시험 등 첨단 방사선의료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이미 시작된 첨단 방사선의료의 변화를 미리 캐치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여기에 맞는 기관의 청사진을 그려내야 한다.

▶ 원장님이 구상하는 의학원의 미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부임을 확정지으면서 의학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의학원은 많은 성과를 내고 있으면서도 외부로부터 그 노력만큼이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의학원장으로서 해야 할 첫 번째로, 의학원이 하고 있는 일들이 외부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고 싶다. 두 번째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암 진료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는, 의학원이 의과학자 양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암 치료법 또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 역량을 갖춘 전문의, 다시 말해 의과학자(MD/PhD)가 더 많이 필요하다. 최근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전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는데, 같은 과기부 소속기관으로서 의과학자 양성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미래를 도모하고 싶다.

▶ 의과학자 양성이 중요한 이유와 의학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근래 들어 질병의 메커니즘을 연구해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역할을 하는 의과학자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마다 3000여 명이 국내 의과대학에 입학하지만, 의과대학 대부분은 질병을 치료하는 임상의사 배출에 집중하는 실정이다. 전문의 교육을 시작할 때 의과학자의 역할과 중요성, 성장가능성을 함께 심어준다면 동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고, 우수한 인재 유입의 기회도 커질 것이다. 의학원은 태생이 진료중심이 아니라 연구중심의 기관이기 때문에 우수한 의과학자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병원과 연구소 등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인프라를 어느 기관보다 더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의학원은 의과학자 양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하는 임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학원이 ‘암 진료’에 있어서 국내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4차 의료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1·2차 의료기관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암 환자들의 치료성적을 높일 수 있는 기관, 기존의 진료영역에서 해결이 안 되는 말기암·난치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4차 의료기관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도 우수한 의과학자의 양성과 확보가 중요한 열쇠가 된다. KAIST가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을 만들고, 국내 의학 분야의 연구력 증진을 위해 의학원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이러한 미션 수행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이러한 기회는 의학원을 새롭게 점프업 시킬 계기가 될 것이다.

▶ 끝으로 의학원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목표와 경영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12월 6일 처음 출근해서 이제 한 달이 되어 간다. 올해까지는 현재 의학원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저는 모든 일들을 확인하고 개입하기보다는 각 조직의 책임자들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큰 틀에서의 흐름을 살피고, 이견이나 문제 발생 시 중재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면서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공정하게 모든 것이 이뤄지도록 독려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다.

  시각과 견해 때문에 많은 구성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기관장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3년 동안 ‘우리 기관은 공정하지 않아’라는 소리는 나오지 않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누구나 자신의 직장이 모든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정성’을 지켜가며, 조직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특히 비전 수행 과정에서 조직원 개인의 희생이 강요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대화하고 양해를 구할 것이다. 저는 임기동안 공적인 일이 사적인 일보다 우선이라는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을 실천하며, 모두가 받아드릴 수 있는 공정성과 양해 문화를 가진 기관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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