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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제54화 종양유전자 분석기술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3-09-08

  7월 22일, arXiv에 그레고리 페렐만의 ‘푸앵카레 정리’ 논문 공개 이후로 두 편의 논문이 arXiv에 게재되었다. 이 논문들로 인해 arXiv는 그레고리 페렐만이 ‘푸앵카레 정리’ 논문을 공개한 이후 받았던 관심에 버금갈 만큼 주목받았다. 전 세계 과학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논문의 정체는 바로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 물질을 개발했다는 우리나라 연구진의 발표였다. 내부 잡음으로 인해 일부 논문 저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에 빨리 공개된 이번 논문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각국의 초전도체 연구실에서는 발 빠르게 납과 구리를 오븐에 굽기 시작했다. 필자는 국내 연구진들 논문을 보고 상온·상압 초전도체 이론을 이해했으나 지면이 좁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상온·상압 초전도체 물질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누리꾼들도 들썩였다. 태풍이 북상 중인 이 시각, 아직 LK-99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검증 여부에 상관없이 앞으로 도래할 수도 있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수많은 밈(meme)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요 며칠간 인터넷 세상은 축제 분위기였다.




< 상온·상압 초전도체 물질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흥분한 누리꾼들이 만들어 낸 밈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누리꾼들도 즐기고 있다. >

 

  LK-99는 아직 확실한 검증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회의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였으면 좋겠지만, 검증에 실패한다 해도 필자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소식으로 떠들썩했던 인터넷 분위기를 즐긴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소식에 사람들이 이처럼 열광하는 이유는 에너지 문제, 지구온난화 등 지구에 산적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며 인류 과학기술 수준이 퀀텀 점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개발과 비견될 만한 혹은 뛰어넘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언급되고 있는데, 필자는 방사선·방사능의 발견도 위에 언급한 주요 기술들에 비견할 만큼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 필자의 사심이 느껴지시지 않는가? - 이번 호에서는 방사선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인 종양유전자 분석기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종양유전자는 ‘유전자의 발현이 정상세포의 암 변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들’이라고 정의된다. 암을 유발하는 인자들(화학 물질, 방사선 등)에 의해 정상세포 유전자의 일부가 종양유전자로 변이되고, 변이된 종양유전자 일부가 암세포로 변형·증식되어 임상적으로 암 진단을 받게 된다. 종양유전자는 정상세포 유전자변형 기작에 따라 암유발유전자(Oncogene)와 암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로 나뉘게 된다.

 

< 종양유전자 개념 모식도1) >

 

  암유발유전자(Oncogene)는 정상 상태의 경우 세포 암유전자(Cellular oncogene) 또는 원암유전자(Protooncogene)라 불리며, 여러 요인(바이러스 침입 등)에 의해 활성화가 되면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암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는 세포의 성장을 제어하는 유전자로 암이 ‘세포주기가 조절되지 않아 세포분열을 계속하는 질병’임을 상기하면 암억제유전자가 변이 등으로 그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종양유전자가 활성화됐을 때의 대표적인 기전으로 유전자의 수가 정상적인 상태였을 때 보다 많아지는 현상인 ‘유전자 증폭’을 들 수 있다. 유전자 증폭의 자세한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암이 발생할 때 흔하게 일어나는 이상 기전이다. 따라서 암 발생 시 정상 상태와 다른 유전자 변이가 관측되기에 많은 수의 환자로부터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종합하여 공통분모를 찾아낸다면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 후보군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OncotypeDX는 미국의 Genomic Health에서 제공하는 유방암 유전자 검사 서비스로, 유방암 조직에서 21개의 유전자에 대해 그 활성도를 측정, 분석하는 서비스이다. 유방암 환자의 조직 일부를 떼어 내어 Genomic Health에 보내면 21개의 유전자에 대해 분석을 수행하여 유방암이 재발할 확률, 화학요법 효과 여부, DCIS 치료 시 방사선치료 효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여 치료 효과 및 환자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multigene assay가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지 않아도 될 좋은 예후의 환자와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로 구분하는데 임상적으로 유용한 것이 증명되었다. 대표적으로 Oncotype Dx와 MammaPrint assay, Prosigna assay, EndoPredict assay 등이 있는데, 이 기법들은 임상시험을 통해 유용성을 인정받았으며 NCCN guideline, ASCO guideline, ESMO guideline, St. Gallen guidline과 같은 권위 있는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부작용이 많은 항암화학요법을 불필요하게 받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생겼으며 영국 등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를 인정받아 국가 보험에서 해당 검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현미부수체(Microsatellite)는 인간의 유전자에서 짧은 염기서열이 여러 번 반복되는 부위로 틀린 짝 수복 단백(mismatch repair, MMR) 유전자의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세포분열 시 유전자 복제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MMR이 비정상적인 경우는 세포분열이 반복될수록 현미부수체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발현되게 되고, 이러한 현미부수체의 불안정성을 흔히 Microsatellite Instability, 줄여서 MSI라 부른다.

  실제 유전성비용종증대장암(Hereditary nonpolyposis colorectal cancer, HNPCC)을 동반한 대장암의 90%에서 MSI가 관측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 MD Anderson 암센터가 1,000명의 대상자 중 림프종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5%가량 MSI 돌연변이가 확인되었다. 이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150여 개 유전자에서 확인되었고,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유전자는 20여 개(약 14%)에 불과했다. MSI 분석과정 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는 예도 있지만, 대부분 돌연변이에 대해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점이다.

 


 

  OncotypeDX와 MSI 분석은 암 조직을 떼어 내어 검사하는 침습적인 방식으로 그 자체로도 환자에게 부담이 된다. 따라서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종양유전자분석을 수행하는 방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인 비침습 유전자 분석 방법은 바로 혈장 종양 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를 분석하는 액체생검(Liquid Biopsy)이다.

  ctDNA란 순환 혈장 DNA(circulating cell-free DNA, cfDNA)의 일종으로 세포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DNA 중 암세포로부터 기원한 DNA를 의미한다. 다음의 그림은 cfDNA가 생성되는 기작을 도식화한 그림이다. 이와 더불어 급성외상, 뇌경색, 운동(exercise), 이식 및 감염 등과 같은 다른 생리 조건 또는 임상 시나리오에서도 cfDNA의 농도가 증가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cfDNA의 농도는 1-10ng/ml으로 낮게 유지되나, 암 환자 혈액에 존재하는 cfDNA의 평균 농도는 180ng/ml으로 건강한 사람의 경우보다 높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 액체 생검을 이용한 적응 또는 반응 치료 패러다임2),3) >

 

  미국의 그레일(Grail)사는 암 조기진단을 위해 액체 생검을 활용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을 통해 1조 원을 투자받았다. 또한 시리나(Cirina)사와 합병을 통해 다양한 액체생검 방식을 통합하여 효과적인 종양 검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ctDNA 분석을 위한 다양한 기술 플랫폼들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ctDNA를 이용한 액체 생검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대장암의 경우 ctDNA가 존재하지 않는 환자도 치료과정 중간에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기도 하며 관찰 가능한 ctDNA 빈도가 낮은 암종도 존재한다. 또한 ctDNA 분석을 통해 암세포 돌연변이들을 검출했다 하더라도 침습적 분석과 달리 어느 조직세포에서 유래된 ctDNA인 지 알 수 없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따라서 ctDNA 검사 외에 영상진단기법을 통한 추가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

 

  곧 있으면 폭염과 열대야가 사그라드는 처서(處暑)가 다가온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각자 맡은 업무 수행하시느라 고생하셨다는 말씀드리며, 더욱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찾아뵙겠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1) 방사선 정밀의료, 23.7.21
2) Adapted from Jonathan C.M.Wan et al, Nat Rev Cancer, 2017 Apr; 17(4)223-238
3) Adapted from Jonathan C.M.Wan et al, Nat Rev Cancer, 2017 Apr; 17(4)22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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