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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제55화 방사선 정밀의료와 오가노이드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3-10-06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에 진심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12번째 장편영화 ‘오펜하이머’가 광복절에 개봉했다. 광복절 연휴 특수를 노린 개봉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일각에서는 정말 광복절 연휴 특수만 노린 것인가, 한국인 한정 특별 노림수가 보인다는 의견도 종종 접할 수 있었다. 필자는 놀란 감독 영화를 아주 좋아하기에 대부분 극장에서 놀란 감독 영화를 관람했으나, 이번에는 고민했다. 고민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뮤지컬 뺨치는 상영시간이고, - 뮤지컬은 그래도 15분가량 인터미션이 있으나 영화는 그런 거 없다. - 두 번째는 시간 가는 줄 알고 봤다는 몇몇 누리꾼들의 감상평이었다. 그리고 블록버스터 영화도 아닌데 굳이 극장까지 가서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오펜하이머를 보고 나니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했던 과거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 광복절에 개봉한 원자폭탄의 아버지 전기 영화1), 일부 누리꾼들의 오펜하이머 감상평2),

12년 만에 오펜하이머 떡밥을 회수한 무한도전3) >

 

  액션 장면 하나 없어도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오펜하이머는 총성 없는 전쟁 그 자체였다. 온갖 수단과 방법들을 동원해 오펜하이머를 괴롭히는 루이스 스트로스 미국 원자력위원회 의장, 트리니티 실험 성공 후 엄청난 고뇌에 빠지게 된 것도 모자라 비공개 청문회에서 개인적인 치부까지 낱낱이 드러나게 되는 오펜하이머, 그런 오펜하이머를 배신하는 동료 과학자들, 그리고 끝까지 오펜하이머 곁을 지키는 몇몇 사람들 등 오펜하이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건들과 인간군상을 3시간 동안 압축해서 아주 세련되게 표현한 종합예술이라는 평가를 남겨본다.

  연구개발 분야도 결국에는 또 다른 형태의 종합예술이다. 특히 생명과학, 물리, 화학, 공학, 의학 등 여러 전공이 만나서 기초부터 임상까지 아울러야 하는 방사선의학 연구개발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 오펜하이머 그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감동을 주는 종합예술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방사선정밀의료’이다.

  이미 2020년 12월호 웹진 ‘X선생의 과학레시피’에서 ‘오가노이드와 방사선의학’이란 제목으로 오가노이드에 대해 다룬 바 있다.4) 오가노이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해당 웹진 칼럼을 참고해주시고, 이번호에서는 간단한 오가노이드 정의와, 방사선의학과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 내용을 중심으로 다뤄보려 한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인체 장기의 기능과 구조가 유사한 작은 인공장기 또는 유닛장기를 의미하며 장기세포를 이용해 체외배양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지거나 줄기세포 분화기술을 이용해 제작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는 인체의 생리활성기능을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고, 환자의 조직으로부터 장기유사체를 구축함으로써 환자의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한 질병 모델링, 반복시험을 통한 약물 스크리닝 등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적용해 유전자 치료와 손상된 장기이식의 대안으로도 그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2010년대 초부터 급격히 발전하여 2013년에는 ‘The Scientist’지에서 가장 진보된 과학적 성과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실제 임상적 적용을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검증이 필요하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피부 오가노이드 제작 과정5) >

 

 

 

  최근 5년간 국내 방사선 오가노이드 연구현황을 NTIS에서 분석하였다. 2019년부터 2023년 9월까지 방사선 오가노이드 관련 과제는 167건이고, 논문성과는 178건, 특허성과는 8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단계별로는 기초연구가 11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응용연구가 12건, 개발연구가 3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방사선 오가노이드 연구개발 현황: 과제수/참여인력수/연구비/성과건수6) >

 

  방사선 오가노이드 연구 분야 주요 키워드는 2023년 기준 방사선치료, 구강건조증, 두경부암, 줄기세포, 세포치료제 등으로 나타났다. 방사선 오가노이드 분야 연구비 규모를 기준으로 도출한 주요 연구기관은 한국원자력의학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서울대학교병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연세대학교 등으로 나타났다.

 


< 국내 방사선 오가노이드 연구개발 연도별 주요 키워드7) >

 

 

 

1. 대장암 치료 반응 예측하는 전임상 모델로서의 오가노이드 연구

  대장암은 2021년 기준 국내 암 발생 3위, 사망률 3위를 차지하는 발생빈도와 중증도가 높은 질환이다. 대장암은 원격전이가 있는 상태에서도 항암치료 및 표적치료제에 비교적 반응이 좋아 적극적인 다학제 치료가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항암제 및 표적치료제, 방사선치료 반응 예측 등 환자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하는 개인 맞춤 치료 개념이 절실하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는 수술로 얻은 환자 유래 대장암 조직, 전이부 대장암 조직을 이용하여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고 있으며 향후 환자 맞춤 치료 연구에 적용 전 기초 작업으로 오가노이드 제작 안정화 연구 및 제작된 오가노이드와 original tumor 사이의 병리학적 및 유전학적 특징의 일치율을 평가하는 작업 중에 있다.

 

2. 오가노이드 배양을 이용한 직장암 방사선치료 감수성 예측 연구

  2004년 Sauer 연구팀은 전이가 없는 국소 진행성 직장암 환자가 받은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Neoadjuvant ChemoRadiation Therapy, NCRT)가 직장암 수술 후 국소 재발을 유의하게 낮췄다는 연구결과 발표 이후, NCRT 후 근치적 수술은 국소진행성 직장암의 표준 치료법이 되었다. 또한 NCRT 전 같은 병기였던 환자들 간에도 방사선에 대한 치료 반응이 좋은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재발률이나 생존율이 유의하게 좋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어 방사선치료 반응 향상을 위한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는 수술 전 항암-방사선치료가 예정된 직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방사선치료 반응 예측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 정립된 오가노이드 생성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NCRT 전 내시경 검사에서 확보된 직장암 조직으로 생성한 오가노이드에 방사선을 미리 조사한 뒤 오가노이드 사멸 정도를 환자 치료 결과와 대응하여 분석한 바 있다.

 

3. 방사선치료 감수성 향상을 위한 후보 약제 발굴

  직장암 환자의 항암방사선치료에는 방사선치료 감수성 향상을 위해 5-Fluorouracil(5-FU) 병합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5-FU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이 존재하고, 반응하더라도 정상조직에 심각한 독성을 유발할 수 있기에 새로운 방사선치료 감수성 향상 후보 약제 발굴이 시급하다. 5-FU를 대체할 여러 후보물질 중 단쇄 지방산의 한 종류로 알려진 Butyrate는 장내미생물로부터 생성되는 대표적인 대사산물로써, 대장상피세포에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Butyrate는 항당뇨 및 항염증효과가 있으며, 기존 항암제의 독성 부작용을 줄이고 암세포 선택적으로 항암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는 직장암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에서 단독 방사선치료 보다 Butyrate 병합요법 시 치료 효과가 더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환자의 정상 조직 오가노이드에서 Butyrate가 독성을 보이지 않고 방사선보호 효과가 있는 것도 확인하였다. 향후 직장암환자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맞춤치료에 Butyrate를 방사선감수성 향상 물질로 이용한다면 직장암 치료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장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한 고선량 방사선 피폭치료제 개발

  인체가 고선량 방사선에 피폭되면 피폭 위치와 선량에 따라 다양한 방사선증후군이 나타난다. 특히 방사선위장관증후군은 피폭에 의한 소화기 장애, 미세혈관 순환 장애 및 지속적인 출혈 등 고선량 방사선 피폭 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별다른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방사선 위장관 손상 메카니즘 규명, 피폭치료제 개발을 위한 피폭손상 치료 약물 스크리닝 및 치료효능 기전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전임상과 임상 조직에서 배양된 장오가노이드 모델 구축 연구를 통하여 장오가노이드 배양기술과 냉동동결 보전법을 개발했다.

 

5. 방사선 유도 갑상선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 갑상선 오가노이드 모델 구축 연구

  방사선 유발 갑상선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방사선과 갑상선암 발병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갑상선 오가노이드 배양 시스템 확립이 필수적이나, 갑상선 세포의 낮은 세포증식 특성으로 인해 갑상선 오가노이드 배양이 저조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갑상선 전구세포 주변 미세환경과 분화 조절에 중요한 신호 조절자(BMP4 and FGF2)를 적용하여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갑상선 오가노이드 분화 기반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갑상선 오가노이드의 낮은 분화율을 증진시킬 수 있는 고효율 생성 분화법을 개발 중이며, 향후 방사선 유발 갑상선암 발병 기전을 이해하고 관련 약물 연구를 통해 방사선 유도 갑상선암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 오가노이드 연구개발 성과 (좌) 조직 및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배양된 장오가노이드 융합 피폭치료제 개발8), (우)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갑상선 오가노이드 분화 제어 모식도9) >

 

  가을바람과 함께 과학기술계에도 서늘한 기운이 불어 닥쳤다. 사람 인생처럼 과학기술계에 닥친 이 상황도 한차례 넘어야 할 작은 돌부리에 불과하다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연구에 더 집중해서 성과를 뽑아내면서 존엄하게 버티시길 바란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1)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pkid=68&os=28565042&qvt=0&query=%EC%98%A4%ED%8E%9C%ED%95%98%EC%9D%B4%EB%A8%B8%20%ED%8F%AC%ED%86%A0
2)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op_hty&fbm=0&ie=utf8&query=%EC%98%A4%ED%8E%9C%ED%95%98%EC%9D%B4%EB%A8%B8+%ED%8F%89%EC%A0%90 
3)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117&aid=0002127564 
4) https://www.rmwebzine.re.kr/newshome/mtnmain.php?mtnkey=articleview&mkey=scatelist&mkey2=79&aid=4730 
5) Regenerative medicine could have the way to treating baldness, Nature, 2020 
6) NTIS 검색, www.ntis.re.kr
7) NTIS 검색, www.ntis.re.kr
8) 인공지능 활용 방사선 정밀의료, 한국원자력의학원, 2018
9) 인공지능 활용 방사선 정밀의료, 한국원자력의학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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