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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제53화 양성자치료와 중입자치료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3-08-07

  지난 6월 말, 대서양 한복판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었다. 6월 18일, 탑승객 5명을 태우고 바다에 들어간 타이타닉호 관광잠수정 ‘타이탄’이 잠수한 지 1시간 30분 만에 모든 통신이 두절되면서 망망대해에서 실종된 것이다. 111년 전 침몰된 타이타닉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도 매일 업데이트 되는 소식을 눈여겨봤지만, 결국 탐승객 5명 전원 사망이라는 비보를 접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타이타닉호 관광잠수정 비극의 원인은 내파(Implosion) 였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내파란 구조체 내·외부 압력차나 인력 등에 의해 안쪽으로 물질이 붕괴되는 현상으로 쉽게 말해 폭발(외파; Explosion)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잠수정 내파에 영향을 주었을 주요 요인은 심해 잠수정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소재 사용, 잠항 수심보다 낮은 내압 성능을 가진 아크릴 창 사용, 피로 파괴에 의한 관리 소홀 등을 꼽고 있다.



< 타이타닉호 관광잠수정 이었던 타이탄 호1), 6월 29일 지상으로 인양된 타이타닉 관광잠수정 잔해2) >

 

  타이타닉 관광잠수정 사건은 여러 가지 인재가 겹쳐진 악재로 평가되고 있다. 사고 전 전조증상이 여러 번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대표의 지독한 안전 불감증과 심해관광용 잠수정에 대한 규제가 전무 했기 때문에 잠수정 내부결함 점검을 위한 비파괴검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돈이 아까워서였을지, 대표의 오만방자함 때문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가 날아간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잠수정 비파괴검사는 초음파를 이용해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서 비파괴검사는 방사선을 이용한 비파괴검사뿐이다. 방사선투과법이라고 불리는 이 기법은 주로 엑스선 또는 방사성 동위원소(Ir-192, Co-60, Se-57 등)를 이용하여 용접부의 불연속 부위나 결함을 검사할 때 사용한다. 비파괴검사가 방사선의학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사실 CT, PET/CT, SPECT/CT 등 영상의학과나 핵의학과에서 하는 검사들이 결국 방사선 비파괴검사이다. 이렇게 방사선은 산업계와 의료계에서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을 비춰주며 제2의 눈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방사선은 제2의 눈 역할 뿐만이 아니라 악성종양 저격수 역할로도 유명하다. 방사선의 높은 에너지는 DNA 이중나선 구조를 끊을 수 있고, 정상세포는 종양세포보다 방사선 저항성이 높은 특성이 발견되면서 방사선은 1900년대 초기부터 암 치료에 활용되었다. 과거 라듐 선원을 이용해서 행해지던 방사선치료는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60-Co치료기, 의료용선형가속기 등으로 발전하였고 최근에는 양성자와 중입자와 같은 입자 방사선 치료기기들이 독일,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임상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7년과 2016년에 양성자 치료기가 도입되었으며, 올해 4월 중입자 치료기가 도입되었다.

  지난 7월 21일, 국립암센터에서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 양성자치료와 중입자치료’라는 제목으로 제78회 암정복포럼이 개최되었다.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된 포럼이었기에 온라인으로 들을까 싶기도 했지만, 방사선의학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상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해 보다 생생한 현장분위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삼복더위를 무릅쓰고 일산까지 다녀왔다. 이번호에서는 제78회 암정복포럼에서 발표된 양성자치료와 중입자치료 내용을 정리해서 독자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방사선은 크게 양성자·중입자와 같은 입자방사선과 X선·감마선과 같은 전자방사선으로 구별할 수 있다. - 이온화 여부에 따라서도 구별되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 입자방사선과 전자방사선이 보이는 가장 큰 차이들 중 하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로, 이 특징을 잘 이용하면 전자방사선보다 정상조직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암 조직을 더 많이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194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했다.

 

< 양성자치료와 중입자치료의 역사3) >

 

  2023년 세계입자방사선치료학회에서 발표된 전 세계 입자방사선치료센터 현황에 따르면, 2023년에 운영 중인 입자방사선치료센터는 130곳이며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대만, 한국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 2023년까지 입자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미국 104,662명, 유럽 96,713명, 아시아-오세아니아 161,169명으로 집계되었다.

 

< 전 세계 입자방사선 치료센터 현황4) >

 

  입자방사선치료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선진국들과 여러 입자방사선치료 센터들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몇 가지 기술들을 소개하자면 양성자 치료기기의 소형화, 양성자 빔 전달 정밀도 향상, FLASH 치료 기술을 위한 신속 빔 전달, 자가진단 및 자가교정 시스템, 4D 빔 전달 기술, LET 기반 최적화 기술 등이 있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양성자치료 현황을 조사한 논문이 2021년 발표되었다. 양성자치료를 수행하고 있는 국립암센터와 삼성의료원 두 기관의 방사선종양학과 환자등록 자료를 기반으로 전수조사 한 결과로 국립암센터는 2007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삼성의료원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양성자치료 받은 환자 자료를 활용하였다.

  2019년 까지 두 기관에서 양성자 치료를 받은 환자는 총 5,398명으로 남자 3,812명(70.6%), 여자 1,586명(29.4%)으로 나타났다. 연령대 현황은 20대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가 629명(11.7%), 20대-40대 362명(6.7%), 40대-64세 2,325명(43.1%), 65세-74세 1.295명(24.0%), 75세 이상 787명(14.6%)으로 나타났다.

 

< 2007년-2019년 한국의 양성자치료 환자 현황 및 두 기관에서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 현황5)

(a) 국내 양성자치료기 첫 도입 (NCC), (b) 소아암 환자의 양성자치료 보험급여,

(c) 양성자치료 보험급여 확대, (d) 두 번째 양성자치료기 도입 (SMC) >

 

  2년 단위로 양성자치료 주요 병기 변화를 분석한 결과 양성자치료 도입 초기에는 비뇨생식기계 악성신생물(주로 전립선암)이 양성자치료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간담도계 악성신생물, 폐암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간담도계 악성신생물(주로 간암)이 양성자치료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2년 단위 양성자치료 주요 병기 변화6) >

 


 

중입자치료는 X선이나 감마선에 비해 높은 생물학적 효과비(RBE; Relative Biologic Effect)와 낮은 산소 의존도로 인해 방사선치료에 높은 저항성을 보였던 종양제어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전세계 탄소이온 중입자치료센터는 16개로 유럽 4개, 중국 3개, 일본 6개, 대만 1개 그리고 우리나라 1개이다. 우리나라는 서울대병원에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중입자치료기 설치를 진행 중이며 미국 Mayo clinic도 중입자치료기를 도입 중에 있다.

 

< 전세계 탄소이온 중입자치료센터 현황7) >

 

  아직 국내에서는 중입자치료에 대한 임상연구결과가 없어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지만, 중입자치료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다양한 암 종에서 중입자치료를 적용하고 있다. 1994년부터 2022년까지 QST에서 중입자치료를 받은 환자는 14,064명이며 이 중 전립선암 환자가 4,286명(30.5%)로 중입자치료를 가장 많이 받은 암 종으로 나타났다. Kanagawa 암센터에서 2015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중입자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675명으로 QST와 마찬가지로 전립선암 환자가 가장 많은 점유율(1,868명, 70%)을 차지했다.

 

< 전세계 탄소이온 중입자치료센터 현황8) >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된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 장비는 고정갠트리 1개와 회전갠트리 2개로 구성되어 있다. 식약처 허가와 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중입자치료기 설치 7개월 만에 인허가절차를 완료하여 4월 말에 첫 환자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다. 현재는 전립선암만 중입자치료 대상이지만 치료실 2개를 추가 오픈하여 내년에는 다른 고형암도 치료할 수 있도록 중입자치료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많이 언급하였듯 입자방사선치료는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생물학적 효과가 좋고 낮은 산소의존도로 암세포 사멸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지만, 이런 탁월한 살상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정확한 선량전달 기술이 필수적이다. - 암 병변에 Bragg peak 선량이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높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

  높은 선량전달 정확도와 정밀도를 위해 양성자와 PET 영상기술이 연구되고 있으며 고선량을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전달하는 FLASH 치료기술을 입자방사선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입자선치료 시스템의 자체진단 및 빔 교정 기술과 4차원 빔 전달 기술도 주요 연구 분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차세대 입자방사선치료 기술 연구와 임상적용을 위해 국립암센터에서는 2021년 ‘입자방사선치료연구 사업단’을 조직하여 입자방사선치료기술 선진화 기술 확보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입자방사선치료연구 사업단 추진계획9) >

 

  이번 제78회 암정복포럼은 찜통더위를 뚫고 현장 참석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익한 포럼이었다. 입자방사선치료는 일반 방사선치료에 비해 치료효과가 우수하고 정상조직 수복이 용이해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치료기기 도입비용과 환자부담금이 큰 만큼 면밀한 검토 하에 도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자발표 이후 열띤 패널 토론도 이어졌는데 토론내용은 지면관계상 생략하고자 한다.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 속보와 더불어 찜통더위가 예상되는 8월이다. 무더위에도 꺾이지 않을 연구자들의 연구 열정을 응원하며 보다 선선해진 9월에 찾아뵙도록 하겠다.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https://www.etnews.com/20230707000144
2) https://news.jtbc.co.kr/articel/article.aspx?news_id=NB12132856

3) 김태현, 전세계 입자방사선치료 현황, 제78회 암정복포럼, 23.7.21
4) 김태현, 전세계 입자방사선치료 현황, 제78회 암정복포럼, 23.7.21
5) SU Lee et al, Patterns of Proton Beam Therapy Use in Clinical Practice between 2007 and 2019 in Korea, Cancer Res Treat, 2021;53(4):935-943
6) SU Lee et al, Patterns of Proton Beam Therapy Use in Clinical Practice between 2007 and 2019 in Korea, Cancer Res Treat, 2021;53(4):935-943
7) 이익재, 한국중입자치료기 현황, 제78회 암정복포럼, 23.7.21
8) 이익재, 한국중입자치료기 현황, 제78회 암정복포럼, 23.7.21
9) 김학수, 차세대 입자방사선치료 연구, 제78회 암정복포럼, 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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