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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암 정복의 단초가 될 정밀종양학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3-05-08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필자는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대학원생 시절에 갔던 에버랜드가 마지막 방문이어서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했는데, 에버랜드 상징물인 ‘매직트리’나 ‘포시즌즈 가든’, 그리고 대표 ‘어트렉션 인 아마존 익스프레스’와 ‘T익스프레스’ 등 주요 시설들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어 옛날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 오전에 봄비가 내렸는데, 빗속을 뚫고 에버랜드 슈퍼스타인 판다를 보러 갔다.

  에버랜드 판다월드에는 러바오, 아이바오, 푸바오 이렇게 세 마리의 판다가족이 서식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여파로 1998년 밍밍과 리리 판다커플을 중국에 반환한 이후, 16년 만에 한국에 온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2020년 코로나 시국 중에 사랑의 결실을 맺어서 국내 최초 자연분만으로 판다 번식에 성공한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푸바오는 ‘푸린세스’, ‘용인 푸씨’, ‘푸뚠뚠’ 등 여러 별명들을 보유하며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벌러덩 누워서 야무지게 죽순을 씹어 먹던 러바오< 벌러덩 누워서 야무지게 죽순을 씹어 먹던 러바오는 죽순을 다 먹자마자 단잠에 빠졌다. >

 

  사실 필자는 판다월드에는 관심이 없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잠깐 판다나 구경하고 와야겠다고, 대자로 누워서 야무지게 죽순을 발라먹는 러바오를 보다 보니 판다월드에서만 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귀여운 판다 가족들이지만 유지비용은 귀엽지 않다. 대나무만 먹는 독특한 식성, 어마어마한 섭취량, 기술력과 인건비 덕분에 판다 1마리 유지비용은 코끼리 10마리와 맞먹는다고 한다. 특히 아빠 판다인 러바오는 유난히 식성이 까다로워 철저하게 엄선된 죽순과 판다 간식인 ‘워토우’만 먹는다고 하니 precision medicine에 버금가는 ‘Panda precision care’를 받는 셈이다.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정밀의료도 판다 케어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술력, 전문 인력 그리고 비용이 필요하다. 판다를 보면서도 정밀의료와 연결고리를 찾는 필자에게 스스로 감탄하면서, 이번 호에서는 정밀의학 분야의 중추인 정밀종양학에 대해 알아보자.

 

 

 

  종양 내 암세포에는 여러 가지 돌연변이 유전자가 섞여 있다. 이런 돌연변이 유전자에는 암 세포를 억제하는 유전자도 있지만, 종양을 유발하는 유전자도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파악하기 위해서는 암환자의 종양유전자를 분석해야 한다. 이 정보는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는데 활용되는데, 정밀의학 분야 중에서도 암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야를 정밀종양학(Precision Oncology)라고 한다.

  정밀종양학은 정밀의료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주창해온 정밀의료추진계획 세부추진방향에 ‘개인 맞춤형 암 치료 및 예방법 개발’이 포함되어 있으며 정밀의료추진계획의 단기적 목표가 ‘대규모 코호트 구축과 이를 기반으로 유전정보, 질병, 종양과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밀종양학이 정밀의학 중 중요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밀의료는 크게 (1)동반진단, (2)표적치료, (3)유전체 분석을 통한 질병위험도 예측, (4)약물유전체 맞춤치료 4가지 분야로 나눠지는데 위 4가지 분야를 정밀종양학 중심으로 소개해보려 한다.

 

(1)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표적항암제는 특정 표적을 가진 암세포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환자 유전적 정보나 항암제 표적에 대한 검사를 수행하여 특정 표적항암제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를 선별해야 한다. 따라서 환자에 대한 반응성을 미리 예측하기 위해 분자진단기법의 일종인 동반진단기법이 활용된다.

  동반진단기법은 개인 유전 특성 및 변이를 진단하여 의약품을 선택, 치료하기 위한 근거를 검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표적항암제 약효를 사전검사 하는 동반진단기법 중 하나인 면역조직화학검사를 통하면 특정 단백질과 유전자 증폭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q-PCR 등 유전체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바이오마커 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를 검사하는 방법 등이 있다.

 

(2) 표적치료

  표적치료는 앞서 언급한 표적항암제를 의미하는데, 종양이 가진 암 유전정보를 분석하여 그 종양만이 가진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서 표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잘 알려진 표적치료제로는 폐암 치료제인 Elrotinib, Gefitinib, Cetuximab 등이 있다.

  표적치료는 유전자와 같은 특정 원인 물질 및 발병 메커니즘을 알고 있더라도 실제 임상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으면 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임상적 타당성(Clinical validity) 유무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3세대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Keytruda), 옵디보(Opdivo), 여보이(Yervoy), 티센트릭(Tecentrig)이고 4세대 대사항암제는 아이드하이파(Idhifa)가 있는데, 낮은 약물 반응률과 전이속도가 대사속도보다 빠를 경우 항암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근에는 유전자 분석기법을 도입한 5세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대별 항암제 작동원리와 장단점 < 세대별 항암제 작동원리와 장단점1)>

 

(3) 유전체 분석을 통한 질병위험도 예측

  유전체 분석을 통한 잠재적 질병 발생을 예방한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로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일 것이다. 그녀는 유전자 검사와 가족력을 종합한 결과 자신의 유방암 발병 확률이 50%라는 의사 조언을 듣고 예방 차원의 유방 절제술을 선택한다. 이 사례는 유전자 검사를 이용한 정밀의료·맞춤형의료와 예방적 치료를 일반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4) 약물유전체 맞춤치료

  지난 4월호에서 언급했듯, 약물유전체 맞춤치료는 약물유전학을 기반으로 개인의 유전적 요인에 따른 약물 반응과 그 차이를 관찰하고 환자별 특정 유전자 소인 유무 따라 처방된 치료제의 안전성· 유효성·약물 용량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1) 정밀종양학 개인비서

  유전자 시퀀싱을 통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암 치료법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CTOAM2)은 ‘Personal cancer care assistan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암환자들에게 암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프리미엄 패키지를 이용하게 되면 공공의료에서 제공받을 수 없는 ① 맞춤형 영양 및 운동 프로그램, ② 최신 과학정보와 개인 맞춤형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암 치료 옵션, ③ 유전자 시퀀싱을 통한 암 정밀 진단 및 치료법, ④ 표적치료제 신약 사용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2) 맞춤진단·치료 제안 솔루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최대 규모의 민간 암센터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CC)’에서는 의사들이 새로운 의료정보를 쉽게 수집·활용할 수 있도록 동료평가 저널에 주요 논문들을 게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헌을 통해 최신 의료정보를 습득하려면 1주일에 16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IBM은 MSKCC와 인공지능 암 치료 솔루션인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3)’를 개발한다.

 

 

 

  종양 내 암세포에는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와 암을 발현하는 유전자 등 여러 종류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존재한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 정보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전체 분석정보를 암 치료에 적용한다 해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 일례로 미국에서 암 환자 1,200명을 대상으로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4천여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왔으며 이중에서 과거에 보고된 결과와 일치하는 경우가 23% 내외, 무의미한 분석결과가 15%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밀종양학 실현에는 유전체 분석 데이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만능은 아니며, 돌연변이 유전자 치료용 신약을 투약한 환자의 경우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정밀종양학이 보편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개인 유전자 분석서비스의 분석 정확성과 임상적 타당서을 확보하고 후천적 요인까지 결합한 예측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더불어 개인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유전정보 남용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법률적 장치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 밖에 단백질, RNA, 대사물질 등 개인별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들을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언급하고 있다.

 

1년 중 가장 날씨가 좋고 쾌적해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다. 독자분들도 5월의 기운을 한껏 받아 하시는 연구·업무 모두 잘 풀리시길 바란다. ■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https://mk.co.kr/news/it/8914701
2) https://www.ctoam.com

3) https://www.ibm.com/kr-ko/wat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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