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본문글자크기
기사의 제목, 출처, 작성일 정보 안내
제33화 방사선과 대중문화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1-12-08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공존한지 햇수로 2년이다. 2020년 1월에 발발한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는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인류는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신속한 백신개발로 이어졌다. 이에 힘입어 몇몇 국가들을 필두로 강력한 방역 조치로 확진자수 자체를 통제하려 했던 초기 코로나 단계에서 벗어나 예방접종을 통해 바이러스 치명률을 약화시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이 바뀌고 있다.1) 더불어 경구용 코로나19치료제가 내년 2월부터 국내에 풀릴 것이란 뉴스도 최근 보도되어2) 코로나 없는 일상 복귀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확보계획3)과 11월 1일부터 시행 중 인 일상회복 1단계4)>

 

  모든 사람들이 염원하는 코로나 이전 일상 복귀를 가장 반길 곳은 바로 여행업계와 문화예술업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물리적 단절을 경험해왔다. 그 여파로 대형 항공업체와 여행사들이 줄도산을 맞았으며, 오프라인 공연·전시가 절대다수인 문화예술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백신접종률이 70%에 도달하게 되어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되어 오프라인 전시와 패키지 여행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작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변화가 반가워서였을까, 필자도 평소답지 않게 연말에 열리는 전시회 티켓을 예매했다. 전시회를 예매하던 중 필자의 머릿속에 불현 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대중문화를 포함한 문화예술계에는 방사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얼마나 있을까?’ -뜬금없는 전개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필자가 칼럼 작성에 진심이라고 생각해주시길!- 원래는 방사성의약품 비임상시험을 이번 주제로 하려했지만, 특별주제로 올해 ‘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 주마’를 마무리해보려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밴드 Imagine Dragons가 발표한 1집 앨범에 수록된 ‘Radioactive’는 방사선과 관련된 단어가 노래가사에 직접 등장하는 거의 유일무이한 노래가 아닐까 싶다. 이 곡은 발표된 뒤 빌보드 핫 100 3위, 빌보드 싱글 87주 차트인 그리고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다이아몬드 인증을 받으며 대중의 지지도 한 몸에 받았다.

  음악 분위기와 가사만 보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어두운 느낌이 나지만, Imagine Dragons 보컬인 댄 레이놀즈가 MTV와 한 인터뷰에 따르면 이 노래는 자각과 각성에 관한 노래로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동기부여 노래라고 한다. 그래서 일까, 어둡고 무거운 음악이 강력한 방사선 에너지로 기존의 시스템을 날려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환영한다는 희망찬(?) 느낌으로 다시금 다가온다. 록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radioactive가 수록된 Imagine dragons 앨범5), 감마선 sonification을 구현한 MIT 학생들6), radioactive orchestra7)>

 

  2014년 MIT에 재학 중이었던 Keldin Sergheyev, Helen Liu, Nick Lopez 세 학생들은 음악작곡 수업을 계기로 특별한 음악을 만들게 된다. 바로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할 때 방출되는 감마선을 sonification8) 한 것이다.9) Introduction to Musical Composition에서 만난 이 세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은 60-Co나 137-Cs과 같은 방사성동위원소들을 검출기에 조사하여 확보한 데이터들을 수치화 시킨 뒤, 불연속적인 sine파형으로 변환시켜 음향 데이터로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공대생들의 위대함이란! 이들이 만든 ‘The music of particle energy’음원은 Soundcloud10)에서 감상하실 수 있으니 들어보시길, 상당히 오묘하면서 귀엽다.

  2011년 스웨덴에서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하나 진행되었다. 스웨덴 뮤지션인 Kristofer Hagbard는 동료인 Axel Boman과 함께 The radioactive orchestra를 결성한다. 그들은 핵물리학자인 Bo Cederwall과 Torbjörn Bäck과 협업하여 수많은 방사성동위원소들이 붕괴할 때 방출하는 방사선을 Hz단위로 변환하여 음악을 만들었고 음반11)으로도 발표했다. 총 6곡으로 이루어진 움반 중 필자 취향은 3번 트랙인 ‘Three excited nuclei of Lutetium-167 and γ-spectra of Cobalt-60’이다. 3번 트랙의 경우 유튜브에 Rubidium-88과 Cobalt-60이 피쳐링 된 동영상 버전도 올라와있으니 영상과 함께 감상해 보시길.12)

 

 

 

 

  방사선과 관련된 미술작품들은 없을까 싶어 인터넷을 뒤지던 필자는 매우 흥미로운 논문을 찾았다. 2016년 International Journal of Radiation Oncology·Biology·Physics 저널에 실린 ‘Painting Dose: The ART of Radiation’13)이란 논문인데, 필자가 했어야 할 검색작업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고마운 논문이다. -논문저자는 방사선과 관련된 미술작품들을 찾기 위해 구글링 외에 미술사책 및 미술작품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검색, 그리고 외국어 검색도 병행했다고 한다.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그렇다면 방사선과 관련된 미술작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논문을 통해 알아보자.

 

  방사선은 20세기 초부터 미술작품 소재로 등장했다. 미술과 의학 두 분야에 모두 정통했던 Georges Chicotot 박사는 1907년 ‘The First Attempt to Treat Cancer with X Rays’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 그림은 X-ray를 이용해서 유방암 환자를 치료하는 화가이자 의사였던 자신과 환자를 그린 자화상으로 그 당시 의료 환경과 방사선치료 장비를 잘 묘사한 작품이다. 1910년에는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추상미술 화가 Marcel Duchamp이 그의 친구이자 내과의사 인 Dumouchel 박사의 초상화를 그렸다.

 



<20세기 초 부터 미술작품 소재로 방사선이 등장했다. (좌)Georges Chicotot 작품14), (우)Marcel Duchamp 작품15)>

 

  Duchamp는 방사선 에너지를 인물 주변에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그림에 표현했다. 그리고 저자는 배경에 사용된 초록색을 그 당시 방전관의 초록빛을 표현한 거 같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후 대공황과 1·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방사선은 미술작품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1960년대에 일부 만화 주인공들이 방사선에 노출되어 초능력을 얻었다는 설정을 통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20세기 중반, 멕시코 벽화주의 화가로 유명한 David Alfaro Siqueiros는 1958년 멕시코시티에 있는 공공병원의 의뢰로 ‘The Future Triumph of Medical Science Over Cancer’이란 작품을 그렸다. 가로 26m, 세로 2.45m의 이 거대한 작품은 1956년 멕시코시티에 도입된 60-Co Theratron를 중심으로 Theratron에서 나온 방사선이 암세포들을 파괴하고, 보건의료분야 종사자들과 국민들이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묘사되어있다.

 



<거대한 코발트 치료기가 인상적인 The Future Triumph of Medical Science Over Cancer16)>

 

  20세기 말부터 발표된 방사선과 관련된 미술작품들은 암환자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캐나다 출신 예술가 Robert Pope는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면서 여러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그 중 하나가 ‘Radiation’(1898년) 이다. 2009년에는 Cookie Kerxton이 두경부암 진단을 받고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Courage Unmasked’ 프로젝트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은 환자들에게 기증받은 위치고정마스크를 지역 예술가들이 조각품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작품 판매수익금은 두경부암 환자들의 경제적 지원에 사용된다.

 




 17), Courage Unmasked 프로젝트 작품들18)>

 

  방사선은 과학기술 분야 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도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고 있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방사선처럼 말이다. 뢴트겐이 방사선을 발견한 이듬해, Photography지에 실린 한편의 시로 이번호를 마무리해보려 한다. 각종 보고서와 자료요청으로 바쁜 연말, 시 한편으로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떠실지?

 

X-actly So!19)

 

The Roentgen Rays, The Roentgen Rays,

What is this craze?

The town’s ablaze

With the new phase

Of x-ray’s ways.

 

I’m full of daze,

Shock and amaze;

For nowadays

I hear they’ll gaze

Thro’cloak and gown-and even stays,

These naughty, naughty roentgen rays ■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박충민 외 4인, 코로나19 대응 및 방역체계 전환 주요 국가 동향, 주간 건강과 질병, 2021, 제14권 제45호
2)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내년 2월 국내에 들어온다, 연합뉴스, 2021.11.8
3)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내년 2월 국내에 들어온다, 연합뉴스, 2021.11.8
4) 오늘부터 마지막 거리두기, 사적모임 수도권 8명·비수도권 10명, 연합뉴스, 2021.10.18
5) https://ko.wikipedia.org/wiki/Night_Visions
6) https://news.mit.edu/2014/gamma-sonification-mit-students-make-music-particle-energy
7) https://www.foxnews.com/science/the-radioactive-orchestra-band-uses-nuclear-isotopes-to-make-music.print

8) sonification: 정보나 데이터를 소리형태로 바꿔서 보여주는 방식
9) https://news.mit.edu/2014/gamma-sonification-mit-students-make-music-particle-energy
10) https://soundcloud.com/mitkwes/sets/nuclear-music
11) https://studiobarnhus.bandcamp.com/album/radioactive-orchestra-featuring-axel-boman
12) https://youtube.com/watch?v=GQxOC_BK9bs
13) Roberts et al, Painting Dose: The ART of Radiation
14) George Chicotot, The First Attempt to Treat Cancer with X Rays, 1907, Musée de l’Assistance Publiqe
15) Marcel Duchamp, Portrait of Dr Dumouchel, 1910, Philadelphia Museum of Art
16) David Alfaro Siqueiros, The Future Triumph of Medical Science Over Cancer, 1958, Institute of Social Security Oncology Hospital
17) Rober Pope, Radiation, 1989, The Art Gallery of Nova Scotia
18) https://nashvillearts.com/2014/08/courage-unmasked
19) Wilhelma, X-actly So!, Photography, 1896

  • 덧글달기
    덧글달기
       IP : 3.145.17.46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