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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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은 앵그리버드처럼 살아보자김정영(책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23-01-10

 

  일상적으로 원자력발전 관련해서 접하는 소식에서 방사성동위원소는 위협적이기만 하다. 그러나 이와 달리 방사성동위원소들 중에 물리적 반감기가 매우 짧은 친구들이 있다. 그 반감기가 놀랍게도 1분, 2분, 10분, 20분, 110분, 12시간, 3일, 8일 등 다양하다. 우리가 많이 듣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은 반감기가 매우 긴 방사성동위원소와 사뭇 다르다. X-선생이 생각할 때 이 짧은 반감기의 방사성동위원소들은 하루살이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짧은 생을 살고 사라지는 물질은 왜 존재할까. 자연계 하루살이조차 자원의 순환이라는 긍정적 작용이 있다. 그럼 짧은 방사성동위원소의 존재 의미는? 인류는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그들을 사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이용했다.

  짧은 반감기를 지닌 방사성동위원소도 그 짧은 시간동안 방사선을 뿜어내는데, 특히 특정한 방사선만 발산하는 친구들은 우리가 의료용으로 다루기가 매우 쉽다. - 금방 화를 내고 금방 얌전해지는 주변 인물의 성격을 상상해 보라! 저절로 미소가 나오지 않는가! - 그 방사성동위원소의 일시적인 화(火)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짧은 반감기를 지닌 방사성동위원소가 스스로 발산하는 에너지는 인류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그들은 짧은 생을 마감하고 방사선이 없는 원소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방사성동위원소만 반감기가 가지고 있을까.

  요즈음 아시아지역 핵의학 및 방사성의약품 전문가의 보수교육을 맡아 자주 영어수업을 하는데, 지난주에 강의한 방사성의약품 원리나 내용을 다음 주에 잊어버리는 외국인 친구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금방 서로 멋쩍게 웃고 다시 강의를 한다. - 왜냐하면 이 수업 자체가 보수교육이지 않는가. 어려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 이렇게 국제전문가조차 반복적인 업무를 하다보면, 그 안에 일어나는 과학적 원리나 결과를 깊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전문가 대상의 핵의학 및 방사성의약품 보수교육은 전 세계적인 과학계 문화로 정착되었고, 수년전 X-선생도 선진기술을 배우기 위해 스위스에서 열린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 두뇌가 컴퓨터처럼, 혹은 사진처럼 입력되면 얼마나 좋을까. 왜 내 기억은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처럼 늘 사라지는 것일까. 아무리 붙잡고 싶어 해도 계속 기억력은 반반씩 줄어만 간다. - 2017년 4월 방사선의학웹진에 ‘X-선생의 과학레시피’, '기억의 반감기'편을 다시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그렇다면 기억력만 그런 것일까. 우리가 발산하는 화(火)도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처럼 작동한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화(火), 직장으로부터 받은 화(火), 국가로부터 받은 화(火) 등은 나를 흥분하게 하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가면 점점 사라진다. - 그래서 임재범의 노래 '이 또한 지나가리라'처럼 시간은 걱정이나 화(火)를 없애주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 그렇다고 화(火)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것이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와 다른 점이기도 한다. 때로는 어떤 화(火)는 시간이 지나면서 역설적으로 강화되기 한다. 그렇다, 반감기가 ‘반증기’가 될 때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화(火)가 난 기억이 마치 띠지가 붙은 책의 어느 한 페이지처럼 잊어지지가 않을 때가 있다. 얼마 전에 벌어진 ‘10.29 참사(’22년)’도 X-선생을 많이 힘들게 했다. 얼마 전에 고속도로의 플라스틱 터널에서 화재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이와 같은 ‘세월호사건’로 대표되는 사회적 참사의 화(火)는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사회적 병이 되어간다. 차라리 방사성동위원소처럼 에너지를 쏟고 안정한 상태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결국 그 화(火)는 그 원인을 없애고 바로 잡아야 사라진다. - 과연 이것은 자연의 법칙에서 어긋나는 걸까.

 

< 앵그리버드 게임 화면 >

 

  다시 짧은 반감기를 지닌 방사성동위원소를 말해 본다. 이들은 재료로 해서 질병을 정밀진단하고 때로는 질병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 ‘앵그리버드’처럼 - 그들이 뿜는 화(火)와 같은 방사선(에너지)은 우리 몸의 질병을 치유하는 중요한 자연의 산물이다. 이와 같이 화(火)를 잘 다스리는 것이 오랜 우리 의학의 값진 경험인 것처럼 우리 사회의 화(火)는 마냥 억누르고 통제하고 잊어버리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해 조직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가는 재료로 짧은 반감기를 지닌 방사성동위원소처럼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을 감상하며 많은 영감을 얻고, 때로는, 그것이 예술이 되고, 철학이 되기도 한다. X-선생은 누구도 보지 않는 원자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그것이 우주에 비해 너무나 너무도 작은 세계이지만, 보면 볼수록 자연의 이치는 똑같기만 하다. 인류가 스스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슬기롭게 사용한 것처럼 우리 사회의 화(火)를 조직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사용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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