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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의 강물이 주는 선물, 망각 한국원자력의학원 RI중개연구팀 조일성2022-12-06

  누구나 한번 쯤 “어 여기둔 물건이 어디갔지?” 하는 경험을 한적이 있을 것이다. 이게 잦아지면 무심코 나이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메모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기도 한다. 인터냇에서 2022년을 검색해보니 올해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3월에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도 열렸 었고 같은 달 대선도 치루었다. 최근 월드컵 16강 진출로 인해 대한민국은 다시 하나가 되는 기쁨을 만끽했었고, 불과 몇주 전에는 이태원 참사도 있었다.

 

  기억(記憶)이란 뇌에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획득한 정보 또는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뇌는 정보를 주의, 부호화, 저장, 인출의 4가지 단계로 기억한다. 즉, 획득한 정보는 부호화되고 저장된다. 그리고, 저장된 기억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인출되는 과정은 회상이 된. 기억 과정은 학습, 사고, 추론을 하기위한 필수적인 단계이다. 인간의 기억은 단기적 작업기억과 장시간 기억되는 장기 기억이 있다. 정보 처리 측면에서 기억은 부호화(Encoding), 저장(Storage), 재생(Retrieval)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신경과학자들은 기억을 ‘뉴런 사이의 일정한 연결 패턴이 저장된 것’이라고 정의한다. 뉴런은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세포를 말한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고, 각각의 뉴런은 5,000~1만 개의 시냅스를 형성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 장기 기억과 관련한 추상세포(pyramidal cell)는 10억 개 정도 된다. 지금도 여러분의 뉴런에서 수상돌기(dendrite)라고 불리는 나뭇가지 같은 돌출부가 성장해 뉴런끼리 이 돌기를 통해 다른 뉴런과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뉴런은 다른 여러 뉴런과 연결되면서 거미줄 같은 뉴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신경 네트워크덕에 뇌가 정보를 기억 할 수 있다. 기억의 용량을 컴퓨터 메모리 단위로 환산하면 페타바이트(peta byte)에 해당하는 크기가 되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인 미국 의회도서관을 180개 세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정보량이다.

 

  주변을 보면 모든 것을 사진기로 사진 찍듯 기억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능력자들도 종종 있다. 참 부럽기만 할 따름이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이런 능력은 마법의 지팡이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지나온 시간들이 자꾸 되뇌어진다면 이 또한 문제다. 전 세계의 수십명 정도가 “뇌”라는 페타 바이트 크기의 거대한 저장장치를 하드디스크처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은 10년전의 일도 바로 지금 겪고 있는 현상처럼 생상하게 모든 것을 기억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 증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의미 없는 사건도 사진처럼 생생히 저장돼 현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그 당시 기억과 함께 그 때 느꼇던 모든 감정들 까지 똑같이 되살 난다는 것이다.

 

  Jill Price라는 미국 작가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14세 이후 하루 하루의 일상을 거의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음을 이야기한적 있다.1)

 

  “저의 어깨에는 비디오 카메라가 달려 있어요. 매일은 비디오 테이프에요. 누가 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면, 그것은 해당 비디오 테이프를 꺼내서 대시 재생하는 것 같죠. 마치 그 일이 일어난 것 처럼요. 저는 저의 삶을 옆에 두고 지내고 있어요”

 

  Price는 강한 기억력 때문에 삶 자체가 언재든 다시 볼 수 있는 비디오 녹화라는 말이 놀랍게만 다가온다. 그리고 본인조차 스스로를 지켜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보르헤스의 단편 「기억의 천재 푸네스」는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에 보고 들은 것들 완벽하게 기억하는 능력을 얻게 되는 농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푸네스 또한 쌓여가는 기억 때문에 괴로워지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이래서 ‘기억은 신의 선물이고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맞는 있는가 보다.


  레테(그리스어: Λήθη, 영어: Lethe)는 그리스 신화 속의 망각의 여신이자 강이다. 아케론, 코퀴토스, 플레게톤, 스틱스와 함께 망자가 하데스가 지배하는 명계로 가면서 건너야 하는 다섯 개의 강 중 하나이다. 망자는 명계로 가면서 레테의 강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되는데, 강물을 마신 망자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전생의 번뇌를 잊게 된다. 결국, 망각을 통해 번뇌를 잠재우는 것이다. 요즘 책들을 보면 기억력을 좋게하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 넘쳐난다. 그렇지만 기억을 지우는 방법은 생소하기만 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깨끗이 지우면 번뇌로부터 해방되는 묘약이 될것만 같다. 어느 순간부터 였을까? ‘연말에는 항상 레테의 강물같은 묘약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다시금 꺼내 들게 된다.

 

1. Keturah, Katie, “Woman Who Can't Forget Amazes Doctors.”, abc NES, May 9, 2008, (https://abcnews.go.com/Health/story?id=4813052&page=1)

  • 정인

    공감합니다! 멋진 칼럼 감사해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올 한해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2022-12-08 10:58:34

  • x선생 팬

    너무 재밌어서 훌훌 읽어 내려갔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2-12-08 12: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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