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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연구에 생산성과 효율성은 필요할까한국원자력의학원 RI중개연구팀 조일성2022-09-05

  최근 기재부에서 발표한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이 출연연 및 관련 공공기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혁신 T/F’를 구성하여 기관별 혁신계획을 검토·조정하고, 조정이 완료된 기관부터 순차적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계획을 확정해나갈 예정이라 한다. 이에 출연연을 포함하여 모든 공공기관들도 이에 대응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올해부터 공공기관 경영 평가가 수익성·재무 건전성 중심으로 바뀜을 시사하고 있으며 공공 부문을 축소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요지이며 경제의 논리에 의해 가이드라인은 작성된 듯 하다.

 

 

  경제를 관통하는 생산성과 효율성은 예나 지금이나 경영진의 화두임에는 변함이 없다. ‘생산성’은 토지, 자원, 노동력 따위 생산의 여러 요소들이 투입된 양 대비 생산된 생산물 산출량의 비율을 나타낸다. 이론적으로 보면 생산성은 0부터 출발해 계속 높아질 수 있다.

 

  그 효율성을 한번 들어다 보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보통 효율적이다 하면 ‘낭비가 없다’ 라던가 ‘자원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궁극적으로 효용을 극대화 한다’를 의미한다. 이래 저라 낭비 없이 효과를 본다는 의미는 일맥상통한다. 그렇지만, 경제에서의 효율은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소 달리 들릴 수 있다. ‘누군가의 후생을 손상시키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없는 상태’를 효율적인 상태라 말한다. 이는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년)가 주장했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최적의 효율 상태를 ‘파레토 효율 상태’, 또는 ‘파레토 최적 상태’ 라고 부르기도 한다. - ‘누군가의 후생을 손상시키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없는 상태’ - 이 말은 최적의 효율 상태에서 어떤 이의 생활을 개선시키려면 반드시 다른 어떤 사람의 생활을 악화시켜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우리의 자원은 희소하기 때문에 이것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경제학이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한 경제학에서 유명한 ‘후생경제학의 제1정리’라는 것이 있다. 일정한 조건들이 만족되면 경쟁적인 시장에서의 자원배분 결과가 효율적이라는 내용이다. 즉, 시장에 맡겨두면 효율성은 달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율성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희소한 자원을 한 사람이 모두 독점해 버리면 다른 사람들의 사용은 제한당하지만 이 상태는 효율 상태이다. 독점 소유자의 몫을 줄여야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희소한 자원을 모두 독점하는 상태를 효율 상태라는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형평성(equity)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계의 연구생산성은 보통 특허나 논문 등으로 정량적으로 매겨지고, 이를 평가의 기준으로 활용 한다. 그러면 거꾸로 생각해서 특허가 나오고 논문만 나오는 연구만이 진정한 생산적인 연구인지는 의문이 든다. 한때 추격형 연구라는 말이 평가에서 자주 쓰이던 때가 있었다. OECD국가와 비교하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미 선진 국가들에서 진행이 한참 된 연구를 따라하지 말고 도전적으로 연구를 선도하라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연구는 실패할 수도 있으며 결과적으로 정량적인 결과물이 투입된 자원에 비해 적을 수 있다. 그렇지만 결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기반이 되면 그것으로 가치가 있는 일이 된다. 이러한 연구를 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연구결과로 인해 아이디어를 다시 조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효율성도 마찬가지다. 각 연구기관은 목적이 있으며, 이는 기본 연구 방향과 부합한다. 또한, 해당 연구의 규모와 예산 고려하여 출연금을 지원하므로 연구의 적절성과 연구비 편성의 형평성과 연관된 문제이다. 이는 생산성과 효율성의 논리로 접근되기에는 무리가 많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What Money Can’t Buy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서 저자는 공정하지 않을 경우뿐만 아니라 가치가 부패하고 변질될 경우에 불평등이 나타나는데, 그 근본적 원인은 시장승리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특히 시장이 있어야 할 곳과 시장이 들어서지 말아야 할 영역이 구분되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 시장에서 살 수 있도록 상품화되는 것들은 원래의 의미와 목적 및 그것이 내포해야 할 가치가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구와 시장의 논리가 맞으면 우리는 과학기술을 연구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영원히 선진국의 그림자만 따라가야 하는 것일까?

 

  • 과학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굿굿

    2022-09-06 15:56:42

  • 엑스선생왕팬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2-09-07 07:58:45

  • 워드병

    공감합니다.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연구인데,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 다른 사람의 발자국만 좇아야합니다.

    2022-09-14 14: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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