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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IAEA 총회에 다녀왔습니다. 김정영 (책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22-10-07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는 코로나 판데믹 이후 2022년 총회(9월 26일∼29일)를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개최하였다. 우리가 언뜻 생각하기에 국제원자력기구는 핵폭탄이나 원자력발전 관련 논쟁을 주로 다룰 것 같지만, 사실 IAEA 총회에서 방사선의학을 이용한 암 퇴치 관련 과학기술 교류 및 연구 논의도 매년 풍부하게 이루어진다. 그 형식이나 내용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인 과학기술학회랑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과학기술의 교류가 첨단연구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혜택이 개도국에게도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암 조기 발견 및 치료 기술 보급이나 방사선치료기술 표준화 사업 등이 대표적인 이슈이다.

 

< (좌) IAEA 총회장, (우) ‘Ray of Hope’로 과학포럼 회의장 >

 

  올해 총회에서는 ‘Ray of Hope’ 라는 사업이 기획되고 추진되었다. 이 사업은 암 진단, 진행정도 및 치료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를 계속 지원하고 글로벌 연구, 교육 및 혁신을 지원하는 계획이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암환자 치료를 돕는 과학기술 지원을 목표로 방사선 치료기기 증설 및 지역별 교육센터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왜 아프리카 지역인가? 현재 아프리카 지역 암환자의 70% 이상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방사선의학의 성장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래서일까, 암 퇴치를 위해 모인 각 국의 과학자들은 진지하게 IAEA 총회 내 과학포럼에 참가하여 현재 아프리카 지역의 암 관련 현황을 공유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발언하고 진지하게 토의하였다.

 

 

< 아프리카 지역 방사선치료센터 현황(붉은점 표시), IAEA 2022년 >

 

  지난 칼럼에서도 여러 번을 언급했지만, 원자력기술을 발전시킨 낸 여러 과학자들 중에 뢴트겐 박사나 퀴리 박사는 원자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인 방사선을 이용해 질환을 극복하는 연구를 발전시켰다. 초기 원자력을 연구했던 핵물리학자나 방사화학자는 의학적 연구에 훨씬 몰입했으나, 그 당시에 국가 권력은 핵무기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 결국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무력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이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사용함으로써, 과학사에서 원자력기술의 의학적 공로는 일반인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은 지속적으로 원자력기술에서 방사선을 활용한 첨단 의료기기나 기술을 탄생시켰고, 오늘날 우리가 병원에 가서 손쉽게 건강검진을 하거나 난치병 치료를 위한 의학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원자력기술-방사선만으로 난치병을 극복할 수 없지만, 다른 의학적 기술과 융합되어 사용하기 쉬운 기술들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원자력기술의 의학적 활용은 의료인이나 환자에 대한 안전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기술의 진화과정에서, 우리가 집에서 요리할 때 쓰는 불과 같이 안전한 사용한 기술이 매우 복잡하게 발전하였다. 또한 관련 규칙도 엄격하게 적용하여 의료시설 내에서 안전한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동네의 병원에 가면서 방사선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또한 대형 병원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면서 방사선에 대한 위험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일부 국가들은 정치‧경제적 낙후로 인해 의료시설 내에 원자력기술-방사선 도입이 매우 어렵다. 또한 그것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진료의 시작에서 제일 중요한 진단 영역이 부정확하게 되다 보니 당연히 치료 시기나 방법도 놓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들은 개도권의 자원(인력 등)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그들의 시장에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면서 재원을 얻고 있다. 결국 오늘날 개도국의 정치‧경제적 환경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시장과 많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개도국의 건강 문제는 단순히 그들만의 숙제가 아닌 셈이다. - 그리고 인간의 기본권인 건강은 단순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우리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과기정통부의 원자력기술-방사선의 의학적 활용을 연구하는 기관으로써 우리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첨단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 또한 국내에 공급되어 안정된 과학기술을 국내뿐만 아니라, 개도국들에게 전파하여 그들의 건강을 도와주는 인류애적 과학 활동은 이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퀴리 박사는 폴란드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연구하면서 이룩한 많은 원자력기술에 영리적 목적의 특허를 취득하지 않았다. 그녀는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이 자연으로부터 취득한 과학기술이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데 자본주의적 개념이 도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오늘날 퀴리 박사로부터 출발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기술은 특허 없이 많은 나라도 전파되어 많은 사람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계기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활동했던 프랑스는 인류애를 추구하는 과학기술의 나라로 이미지화 되었다. 우리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완결된 과학기술이 있고, 그것이 개도국들에게 많은 의학적 혜택을 줄 수 있다. BTS의 밝은 음악이나 오징어게임의 철학적 고찰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어떻게 변해 가는지. 우리나라의 서랍 속에 저장해 놓은 과학기술을 개도국에서 전달함으로써 2차적인 과학기술의 효과를 BTS의 음악과 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

  2022년 IAEA 총회는 우리의 과학기술을 자랑하고 세계 속에 한국 기술을 나누어주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복합적인 학술대회인 셈이다. - 경제적 효과와 인류애적 공로가 동시에 가능한 과학기술 교류의 장이다. - 2022년 10월 노벨상이 발표되고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벨상을 반드시 수상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별 연구자의 능력이나 국가‧민족적 관점에서 보아서 절대 안 된다. 노벨상은 그 취지와 같이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인류의 삶을 향상하는 관점에서 과학기술이 시작되었을 때 가까이 갈 수 있다. 코로나 판데믹의 먹구름이 거쳐 가고 있는 시점에서, 선진국의 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품격을 만들고 보여줄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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