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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의료기기의 문턱한국원자력의학원 RI중개연구팀 조일성2022-06-08

  얼마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는 ‘더 나은 일상, 더 나은 미래를 위한 K-의료기기’를 주제로 ‘제15회 의료기기의 날’  기념행사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의료기기의 날'은 2003년 5월 29일 '의료기기법' 제정‧공포일을 기념하여 2008년 시작되었으며 법적으로 의료기기가 태어난 날이다. 의료기기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의료기기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의료기기”란 사람이나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기구ㆍ기계ㆍ장치ㆍ재료ㆍ소프트웨어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품을 말한다. 다만,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과 의약외품 및 「장애인복지법」 제65조에 따른 장애인보조기구 중 의지(義肢)ㆍ보조기(補助器)는 제외한다. <개정 2018. 12. 11.>

1. 질병을 진단ㆍ치료ㆍ경감ㆍ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2. 상해(傷害) 또는 장애를 진단ㆍ치료ㆍ경감 또는 보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3.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ㆍ대체 또는 변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4. 임신을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딱딱한 법령을 쉽게 풀어쓴 말이지만 막상 한번 읽고 이를 머리에 상상하기는 좀 어렵기는 한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라 의료기기와 관련된 일은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 법령으로 통제하고 이를 ‘규제’라 부른다.

 

  의료기기하면 대부분 고 부가가치 산업을 떠올리게 되며 고령화 사회에 맞게 절대 적자가 나지 않는 신사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국내의 경우 실제 그러하기도 하다. 아래 그램을 보면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코로나19상황임에도 계속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출처] 의료기기 종합산업정보시스템 (https://www.khidi.or.kr/

board?menuId=MENU01507&siteId=SITE00004)

 

 

  달콤한 수익창출이 가능하고 항상 수요가 보장되는 좋은 시장이기에 여러 기업들이 탐내는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 진출을 위해 여러 요구사항을 준비하다보면 달콤함이 살벌함으로 느껴지게 되며 준비해야 할 일의 양에 지래 한숨을 쉬기도 한다. 이를 보통 ‘규제 장벽’이라 부르게 되며 벽의 길이와 규모가 어디까지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의료기기의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잘’ 만들어야 하는데, 그 잘 만든다는 개념이 법이라는 태두리 안에 꽁꽁 묶여 개발자와 연구자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도, 작년 2021년의 경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3조원의 흑자를 기록 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무려 44%가 증가 했었다. 이는 코로나19 관련품목의 지속적인 성장이라 분석되었지만, 식약처의 신속한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수치이다. 실제로도 식약처는 최소 잔여형 주사기와 검사키트 등의 개발을 밀착 지원하고 꼼꼼한 심사를 거쳐 신속하게 허가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19상황에서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아 해외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로 디지털헬스케어의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되었고, 최근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정보통신(ICT),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활용한 산업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육성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움직임이 있었다. 식약처에서는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가 신설되어 산업계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으며, 올해 2월 24에는 디지털헬스케어 기기에 대하여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육성 전략을 발표 했다.

 

  규제 장벽을 완화하자는 제안은 코로나상황에서 급작스럽게 나온 것은 아니다. 2010년도에는 우수한 신기술 의료기기를 좀 더 빨리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의료기기 관리 선진화 방안'을 식약청(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제안했었으며 2015년도에도  규제 개혁장관회의를 통해 제안되어왔던 내용이다. 그때의 슬로건이 “의료기기 규제 장벽 허물고 지원은 신속하게”였으나 요즘에도 종종 ‘규제 장벽 완화 필요’라는 신문기사가 보이는걸 보면 아직 현실에 와 닿지는 않는 것 같다.

 

  2010년부터 규제완화를 외친지 12년이 되었고 지금은 ‘규제’에서 ‘규제과학’이라는 용어로 발전했다. 의료기기의 안정성 유효성을 평가하는 기법과 방법을 개발 연구하는 것이 ‘규제 과학’이다. 달콤하면서도 살벌한 의료기기 시장의 진출을 위해 규제를 과학적 입장에서 받아들이면 개발하는 의료기기의 시장진출 문턱은 한 단계 더 낮아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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