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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학제 진료와 방사선의학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2022-05-03

 

  이탈리아 르네상스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인물은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으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일 것이다. 피렌체 출신의 이 천재의 이력은 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 음악가, 공학자, 문학가, 해부학자, 지질학자, 천문학자, 식물학자, 역사가 등등 너무나도 많은 분야에 이르고 있다. 그가 이토록 많은 분야에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로는 한 손으로는 글을 쓰고 한 손으로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는 그의 경이로운 멀티태스킹 능력도 중요했겠지만, 이 당시까지만 해도 각 분야에 축적된 인류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 클 것이다(물론, 500년 뒤의 후손들이 기억할 정도의 천재들에게만 해당하겠지만).

 

“제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잘 몰라요”

  가끔 친척 어르신들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상담전화를 하실 때가 있다. “내가 요즘 허리가 안 좋아서 병원에 가봤더니 디스크가 있으니 수술을 해야 한데”, “암으로 진단 받았는데, 수술하지 말고 방사선치료 하자는데 이거 맞는 거니?” 등등. 그럴 때면 나는 최대한 많이 들어드리고 심정적인 지지를 드린 다음, 거의 항상 같은 결론을 드린다. “제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르니까, 진료 보신 의사 선생님 말대로 하시는 게 좋겠어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서거한지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의학뿐 아니라 모든 과학분야의 지식 수준과 발전 속도가 이미 천재 한 명이 나와서 수 많은 분야를 섭렵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수 많은 분야는 고사하고, 자신의 전공조차 1-2년 정도 공부를 게을리 하면 따라잡기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의과대학 6년, 인턴 1년을 마치고 20개가 넘는 전공과목으로 헤쳐 모여서 4년 동안 공부하고, 이 조차 부족해서 1-2년을 세부전문의로 수련을 받는 의학 전공과목의 벽을 넘는다는 것은 애당초 성립이 되지 않는다.

 

의사와 환자 모두 만족도가 높은 다학제 진료

  다학제 진료는 다양한 전공과목의 의사들이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모여서 서로 논의하고, 다양한 전공과목의 의사들이 환자에게 본인의 상태와 진료방침을 직접 설명하는 진료방법이다. 비록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지만, 환자 입장에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치료과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의사 입장에서도 여러 과 전문의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최선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최신의 의학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습득함으로써 자기개발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의료당국에서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는 지, 다양한 정책적 지원으로 다학제 진료를 적극 권장하고 있고 각 병원들도 다학제 진료를 질적·양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다학제 진료의 중요한 축인 방사선의학

  다학제 진료 과정에서는 모든 의학분야가 중요하겠지만, 방사선의학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영상 진단 과정에서 일상적인 판독문으로 주치의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넘어서 판독의-주치의-환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영상을 논의하는 과정이 있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판독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임상정보-예컨데, 최근 환자가 물건을 옮기다가 허리를 다쳤고 이 때문에 영상에서 허리에 이상소견이 나온 경우-를 참고하여 영상을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주치의 입장에서는 판독문에 나온 내용 외에도 본인이 궁금한 영상 소견을 판독의와 함께 논의할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영상을 직접 봄으로써 자신의 질병상태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방사선치료 계획 시에도 주치의나 환자의 다양한 임상상황을 고려함으로써 소위 ‘맞춤치료’의 구현에 도움을 주게 된다.

  다학제 진료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의학의 각 분야들을, 환자와 대면하는 최종단계에서 하나가 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 중요한 축으로서 방사선의학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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