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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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누리호, 위드 코로나김정영 (책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21-11-05

  2021년 10월의 과학계 가장 큰 뉴스는 ‘누리호’의 비상이다. 지난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과학계의 희망과 자부심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날아가 자신의 역할을 다 수행하였다. 물론 모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것을 두고 절반의 성공이라 말하지만, X-선생이 ‘누리호’ 프로젝트의 평가자였다면 만점을 주었을 것이다. 이것은 다음 단계를 나아갈 수 있는 일부 단계의 실패이고, 그 원인이나 미흡한 점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누가 뭐라 해도 성공적인 결과라 말하고 싶다.

  시간을 거슬러 2018년 12월 14일에 이 번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이끈 항공우주연구원의 김진한 박사(발사체엔진개발단장), 정태규 박사(발사체추진제어팀), 문윤완 박사(발사체엔진팀)은 TBS사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그 당시 한국형 발사체의 성공적인 발사에 대한 인터뷰를 하다가 말미에 가슴 찡한 말을 나눈다.

 

 

 

- 인터뷰 중에서 발췌 -

(중략)

김어준: 그러니깐 미국 NASA에서 달 주위 도는 우주정거장 건설할 데 한국 참여할래? 우리가 준비가 됐으니깐 참여하고 싶어, 말하려면 뭐가 필요 하죠?

김진한: 일단 그런 예산이 더 나와야 되는 거고.

김어준: 또 돈이군요. 돈이 필요하군요.

김진한: 그런데 이것을 하려면 과기부에서 그걸 리드를 하셔서 진행이 돼야 되겠죠. 그런데 아마 빨리 돼야 될 것 같습니다.

김어준: 얼마면 됩니까?

(중략)

김어준 : 일단 볼트를 후보로 해 놓고요. 앞으로 우주청 명칭을 공모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우주청도 괜찮아요. 우주청도 괜찮은데 어쨌든 영어 약자가 나와야 되잖아요. 일단 영어 약자를 볼트 같은 걸로 해 놓든가, 코리아 나사로 코사라고 한다든가. 그런 거 정해 놓고 이름 이미 정했으니까 빨리 돈 달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름이 먼저 나왔으니, 이름이 뒤에 나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 없거든요. 이름 미리 정해 놓고, 전 국민이 알게 한 다음에 이름 다 정해 놨으니까 빨리 청을 만들고 돈을 달라고.

김진한 : 오늘 돈 달라는 이야기만 하고 가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어준 : 이게 제일 중요해요. 예산이 없으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사대강 지원될 때 부럽지 않았어요?

김진한 : 부러웠죠. 저거면 정말 엔진 두 개, 세 개는 개발하겠다, 동시에. 이러면서….

김어준 : 그러니까요. 저거면 화성 갈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정태규 : 돈뿐만이 아니라 인력도 또 많이 필요합니다.

김어준 : 돈이 있으면 인력이 해결됩니다.

정태규 : 그러네요.

(이하 생략)

 

  이와 같이 나누었던 이들의 대화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 실현이 되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매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도 연구 투자에 대한 개념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베냐민 리스트 교수(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노벨상과 같은 혁신적 연구 성과를 내려면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베냐민 리스트 교수는 소속 연구원들에게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는 자처럼 밤낮없이 더 일해라고 말하는 대신에 삶에 대해 생각하고 즐기라”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2021년 10월 7일) 물론 아직 우리나라의 10월에 진행된 국정감사를 보면, 여전히 연구비를 가지고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들은 발견되고 있다. 또한 연구소들마다 지나치게 연구 속도가 느린 연구원들 때문에 골머리 앓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과학계 입문한 연구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농땡이를 치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연구비 투자방식은 과학자를 일단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여전하며, 이러한 현실은 입문할 때 문화적 충격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실패는 절대 없다’는 연구투자 방식에 엄청난 부담감으로 연구자에게 다가온다.

  결국 좋은 학교나 학벌을 가진 연구자가 독식하는 연구비 투자 구조는 여전히 남아있고, 공익적인 연구보다 기업화 할 수 있는 아이템에 투자하는 방식은 아직 우리 과학계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정통부나 한국연구재단은 좀 더 창의적이고 우리나라가 갖추어야 할 미래과학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많은 제도나 방법을 고안하고 시행하고 있다. ‘김영란 법’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기운이 과학계에도 예외없이 모두 적용되는 그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누리호’는 과학계에서 뿌듯한 연구 사업이 아닌가 싶다. 연구자와 정부가 우리나라의 미래성장 산업을 위해 당장의 이익을 보지 않고 합심하여 쏘아올린 것은 단지 로켓이 아니라 희망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과학계는 코로나 판데믹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선진국 대열에도 합류하였고, 과학기술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 피부로 와 닿는 계기도 되었다. 우리 연구소 주변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닿을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코로나에 감염되며 세상의 기로에서 우리 기관을 찾아 진료 받는 환자들을 보며 또 다른 슬픔에 잠기곤 한다. 2021년 10월, 가을을 거치며 우리는 2가지 희망을 다시 말한다. 노력의 결실로 만든 ‘위드(with) 누리호’와 모두가 하나 되어 위기를 극복한 ‘위드(with) 코로나’는 우리나라가 당당한 과학강국이며 미래과학기술을 위해 투자되어야 당당한 이유가 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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