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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에 담긴 깊은 뜻, 라디오믹스(Radiomics)분석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2021-03-24

  영화 ‘관상’을 보면 조선 팔도에 용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관상가가 등장하는데, 그는 사람의 얼굴을 한번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길흉화복을 꿰뚫어볼 수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현대 사회에서 관상이란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사람의 얼굴에는 그에 관한 상당한 정보가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 사람의 피부색이나 이목구비 배치, 얼굴형 등을 보면 대략적인 인종이나 혈통을 짐작할 수 있고, 얼굴에 살이 너무 많다면 그 사람의 내장지방도 정상인보다 많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찡그리고 있는 얼굴은 어딘가 아프거나 기분이 나쁨을 보여주고, 눈이 반쯤 감긴 상태라면 졸고 있거나 참선 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라디오믹스(Radiomics)란?

  사람의 얼굴사진 한 장으로도 이처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방대한 양의 의학영상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압도적으로 많지 않을까? –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의학 연구 분야가 라디오믹스이다. 즉, 의학영상이 기본적인 해부학, 생리학적 정보뿐 아니라 분자나 유전자 수준의 아주 정밀한 정보를 함축하고 있으며, 이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 의학영상 결과물의 다양한 특징들(features)를 추출하여 내재된 정보를 추정하는 연구 분야이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가 CT영상을 촬영하는 목적은 폐암의 크기나 다른 장기 전이 여부를 보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인데, 사실 CT영상이 제공하고 있는 정보는 단지 이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3 cm 크기의 폐암 덩어리라 할지라도, 고해상도의 CT영상을 픽셀 별로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픽셀 간의 진한 정도의 차이가 각양각색이다. 어떤 덩어리는 비교적 밝은 색으로 균질하게 보이는 반면, 다른 덩어리는 밝은 픽셀과 어두운 픽셀이 규칙적으로 교대되어 나타나고, 또 다른 덩어리는 도무지 규칙이 없이 밝고 어두운 픽셀들이 배열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픽셀들의 배열 차이가 단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라디오믹스의 기본 전제이다.

 

라디오믹스 분석절차


  일반적으로 라디오믹스는 다음과 같이 4단계로 진행된다.

1) 영상획득: 일반적으로 PET이나 CT, MRI등을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영상을 촬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촬영한 영상을 어떤 식으로 재구성하여 최적화된 상태로 분석에 이용할 자료로 출력할 지 결정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2) 영상분할: 임상에서 획득한 영상의 데이터는 실로 방대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모든 데이터가 라디오믹스 분석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간암 환자에서 전신 PET 영상을 획득한 뒤 라디오믹스를 적용하고자 한다면 간암 부위의 PET 영상자료를 분석해야 한다. 간암과 무관한 심장이나 폐 부위는 물론, 간암이 침범하지 않은 정상 간 부위가 분석에 포함된다면 분석결과에 오류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간암 영역만을 정확하게 3차원적으로 도려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영상분할이라고 하며, 재현성과 정확성을 위해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자동분할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특징 추출 및 정량화: 분할한 영상자료에서 부피, 모양, 표면에서의 밀도와 강도, 질감, 종양 위치, 주변 조직과의 관계 등 수 많은 특징들을 숫자로 추출해내는 과정이고, 추출한 수들을 다양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특징들로 나타내게 된다.

4) 분석: 이렇게 선택한 특징들과 임상, 분자 및 유전자적 특징들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들 100명의 FDG PET에서 추출한 폐암 덩어리의 영상이 가진 질감의 특징이 특정 유전자 발현 여부에 따라 다르게 분포한다면, 폐암 환자의 특정 유전자 발현이 PET 영상의 질감에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

 

방사선의학과 라디오믹스

  라디오믹스는 방사선의학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선의학영상자료를 이용하여 다양한 임상, 분자, 유전자 지표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겠고, 방사선의학의 중요한 분야인 방사선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하나의 종양 내에서도 어떤 부분은 방사선에 민감하고, 다른 부분은 방사선에 저항성이 클 수 있다. 이에 따라 특정 부위에는 방사선량이 많이 조사되게 하고, 다른 부위에는 방사선량을 적게 조사되게 조절할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을 ‘Dose Painting’이라고 한다. 라디오믹스를 활용하면 종양의 특징을 픽셀단위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분석결과를 Dose Painting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라디오믹스는 무궁무진한 활용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인공지능과 정밀의료의 시대에 부합하는 연구 분야이다. 이 분야의 보다 빠른 발전을 위해서 대규모의 연구데이터 축적과 분석 표준화를 위한 연구자들의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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