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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날아갈 준비가 되었나요?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2021-01-28

  2021년 1월. 현 시점에서 전 세계인의 생활에 가장 중요한 뉴스는 누가 뭐래도 코로나19일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며 하루가 아닌 몇 시간 단위로 코로나19 확진 자 추이를 확인하고, 백신을 맞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어느새 우리들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독한 코로나19조차 우주를 향한 인류의 열정은 꺾지 못하고, 오히려 지구 밖에도 인간의 거주지가 필요한 이유로 여겨지기까지 하는 것 같다. 미국 민간기업의 스페이스X는 2020년 5월 인류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고, 중국의 달 탐사선 창허 5호는 달 토양을 채취하여 귀환하였다.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 2호는 소행성에 놀라운 정확도로 착륙한 뒤 그 곳의 토양 시료를 캐내어 지구로 보내주었고, 인도는 2019년에 약 1700억원이라는 획기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달 탐사선의 발사에 성공하여 우주개발이 더 이상 부자 나라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도 우주개발 면에서 선도 국가들에 비해 다소 뒤쳐지는 감이 있지만, 자체 로켓 발사체 개발과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 중에 있다.

 

 

우주의학이란?

  인류는 지구상에서 일정한 중력과 대기농도에 적응하여 진화하였고, 아늑한 지구상에서 오랜 세월 진화한 유전자는 태양과 우주공간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을 막아주는 지구의 대기와 자계 덕분에 온전히 보전될 수 있었다. 우리가 의학이라고 배우는 지식은 이렇게 안정적인 지구 상의 조건에서 수 천 년에 걸쳐 인간의 몸을 연구한 과학적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주 공간처럼 지상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는 우리 몸의 생리작용이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에 따라 우주 공간에서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문제점을 일으키는 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우주의학이다. 우주 공간의 환경이 지구 상과 극명하게 다른 지점이 특히 무중력과 우주 방사선이기 때문에, 우주의학에서는 이 부분들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무중력으로 인한 몸의 변화

  지상 위의 중력이 1G, 달 표면에서의 중력은 0.17G인데 비해, 천체가 없는 우주공간에서의 중력은 0.000001G로 사실상 무중력상태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무중력상태에서 우주비행사의 45% 이상이 구토, 두통, 현기증, 불안감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하고 고도로 훈련된 이들에서 나타나는 비율이니, 일반인이라면 더 많은 비율로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무중력상태에서는 관절에 하중이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관절이 약화되고 근육과 뼈의 칼슘이 한 달에 1.5%씩 감소한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인데, 어느 정도 운동을 하더라도 6개월 간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한 우주비행사들의 종아리 운동능력이 지구에 있을 때보다 약 4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외에도, 무중력 상태에서는 혈액순환 장애, 심혈관계 기능 저하, 적혈구 생산감소, 면역체계 약화 및 수면방해 등의 문제들이 흔히 나타난다고 한다.

 

 

우주방사선으로 인한 몸의 변화

  우주방사선은 태양 및 우주공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전리방사선으로, 우주상에 그대로 존재하며 주로 양성자로 구성된 1차 우주방사선과, 1차 우주방사선이 대기의 원자핵과 충돌하여 만들어진 2차 우주방사선이 있다. 이것을 차폐해주는 지구의 대기와 자계를 벗어나면 인간은 우주방사선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된다.

우주방사선은 대표적으로 유전자 결함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우주공간에서 340일간 체류하고 돌아온 우주인과 그의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자 발현을 비교해보니 약 7%의 차이가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행히도, 6개월 후 이러한 유전자의 변화는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한다. 우주방사선은 유전자 외에 인체조직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의 위장관에는 1,000 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존재하면서 음식물의 소화, 흡수 및 병원균의 억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위장관 박테리아가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면 이 중 일부가 결함이 유발되어 결과적으로 위장관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닷컴버블을 기억하시나요?

  199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각양각색의 인터넷 기업들이 나타나서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꿀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소위 ‘닷컴버블의 붕괴’가 일어나고 수많은 해당 기업들이 도산하였다. 하지만, 10여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한 인터넷기술은 모바일과 결합하였고 이로 인해 새로운 생태계가 도래하여 이제는 우리 생활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되었다. 우주개발에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인류는 1961년 최초로 유인우주비행에 성공하였고, 1969년 최초로 달에 지구인의 발자국을 남겼지만, 그 후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초의 기대만큼 우주개발속도가 빠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만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를 보면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개발이 체제 경쟁 목적이 아닌 자원개발이나 식민지 건설, 우주여행 등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로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우주개발 열기는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우주개발에서 우주선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우주의학이고 여기에서 방사선의학이 할 일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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