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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김정영2015-11-11

 

<에르빈 슈레딩거와 사고 실험 개요도>

 

 

김정영(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

 

  양자물리학을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 슈뢰딩거 방정식(일종의 파동 방정식)’을 고안한 에르빈 슈뢰딩거(물리학자, 193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1887-1961)는 역설적이게도 양자물리학이 가지는 모호성을 직관적인 사고 실험1)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이유는 당시에 양자물리학이 급속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이 주축이 되어 코펜하겐 지역에서 연구한 과학자들(오늘날 닐스보어연구소의 기원)코펜하겐 해석2)을 통해 양자물리학에 가진 난제들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코펜하겐 해석은 실제 입자운동을 불확정적인 확률로 계산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슈뢰딩거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도 비판을 했으며, 현재도 학계에서 이를 보완하는 연구들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양자물리학에서 이 난제를 간단히 언급하는 것이 양자물리학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슈뢰딩거의 실험은 양자물리학적 논쟁을 제외하고도 아주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양자물리학의 블랙홀에 빠지기 전에 슈뢰딩거의 실험으로 돌아가 본다. 어떤 고양이가 있다. 이 고양이는 자신의 운명도 모른 체 외부와 차단된 밀폐된 상자 안에 갇혀져 있다. 이 상자 안에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라듐(단위 시간당 50%의 확률로 알파붕괴하도록 세팅)이 들어있다. 또한 이 상자 안에는 라듐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알파선)을 검출하는 검출기가 있고, 이 검출기는 방사선을 감지하면 망치가 작동하게 설계되어 있다. 장난과 같은 이 장치의 망치 하단에는 독가스를 발생하는 물질이 유리병 안에 안전하게 들어있다. 이제 라듐은 방사선을 방출하기 시작한다.

 

  과연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 죽어 있을까?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단위시간이 지난 뒤에 고양이는 50%의 확률로 살아 있거나 죽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결론은 너무 모호하고 불명확하다. 이 실험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상자를 열어보자. 내 눈 앞에 고양이는 살아 있다면 고양이는 살아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지만, 고양이가 죽어 있다면 고양이는 죽어 있는 것으로 결론이기 나기도 한다. 이처럼 양자물리학적 해석은 관측자가 상자를 열기 전 죽은 고양이와 산 고양이를 동시에 존재시키다가, 상자를 열었을 때 죽은 것과 산 것을 결정한다. 그렇다, 우리가 결정짓는 결과는 관측자의 기준이지, 고양이가 결정할 수 없다.

 

  이 사고 실험이 가지는 양자물리학적 논란을 잠시 접어두고, 우리가 하는 과학적 실험의 결과에 대해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떠올려 보자. 우리가 설정된 어떤 가설에 대해 실험을 수행하는 동안 우리는 매번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만, 어쩜 우리는 살아 있는 고양이만 보았던 것일 수 있다. 어느 날 실험을 하다가 죽어 있는 고양이를 목격하는 순간, 우리는 심각하게 당황할 수밖에 있다. 이런 예측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올바른 과학적 사고와 향후 실험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 반복적으로 똑같이 나온 결과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버릴 것인가? 아니면 그 예외적인 결과도 인정하고 탐구와 추가적인 실험을 계속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과학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과연 과학적 실험이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원자부터 생명체까지 다루는 모든 과학실험에서 역동적인 관측 결과들을 정지 상태로 해석하는 것이, 현재 과학기술의 태생적인 한계일 수 있다. 첨단의 분자영상기술조차 생명의 메카니즘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미세적인 생물학적 현상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어떤 과학적 현상을 한가지의 결론으로 매듭짓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양자물리학에서 코펜하겐 해석의 모호함을 지적하기 위해 제안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과학에 대한 모호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어쩌면,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과학적 결과가 하나의 진실이고 진리로 도출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에 등장한 과학자, 자신에 대한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실험은 또 다른 재미있는 철학적 질문도 지니고 있다. 바로 고양이를 누가 죽였는가라는 질문이다. 외부의 차단된 고양이는 자신 앞에 죽음을 인지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운 좋게 검출기가 오작동하거나 망치가 다른 곳을 때려 독가스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만 생존이 가능하다. 이미 고양이는 생존 확률이 희박한 공간에서 자신의 운명을 모른 체 살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문명을 만들고 나서부터 가져왔던 불평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기도 하고, 앞으로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 천재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는 양자물리학에 대한 비판이외에도 단편적인 실험결과만 보고, 쉽게 진리라고 믿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그래도 X-선생이 이 상자를 열었을 때,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으면 한다. 생명의 가치를 탐구하는 것이 과학이기에...

 

(2015. 11. 10) 

 

 

1) 사물의 실체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가상의 사니리오를 이용하는 실험이다.

2) 원자 내 전자는 여러 파동함수가 겹쳐서 확률적으로 표현되지만, 관측자가 전자에 대한 측정을 하면 파동함수가 붕괴가 일어나 단 하나의 상태로만 결정된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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