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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슈만-폰즈의 무모한 도전과 후일담김정영2015-10-12

김정영(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

 플라이슈만-폰즈 실험은 19893월에 미국 유타대학교의 전기화학자인 마틴 플라이슈만과 스탠리 폰즈가 팔라듐 전극을 이용해 중수를 전기분해하는 도중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열과 함께 중성자와 삼중수소가 방출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것을 상온 핵융합의 결과라고 발표했던 실험(‘위키백과참조)이다. 실험실에서 발견된 이 실험결과는 실험실 밖을 나가면서부터, 정확히는 언론, 대중, 그리고 정부가 그 머리기사를 읽었을 때부터 안전하고 값싸고 방대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견과 실용화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엄청난 대중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 속에서 실험은 검증되었고, 실험의 오차와 오류가 발견되면서 플라이슈만-폰즈 실험은 그들의 실험결과를 과학적으로 재현하지 못한다. 이로써 그들의 상온 핵융합은 주류 학계로부터 퇴출 명령을 받게 되고, 미국의 연구 부정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한마디로 평가되고 정리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가 않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학회나 학술지에서 완벽한 결과만을 발표하지 않는다. 과학자는 다소 엉뚱하고 재밌는 설명하지 못하는 결과를 발표하여 그것에 대한 자문을 받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좋은 동료를 만나기도 한다. 예전에 어떤 미국 화학연구학술지에는 유기합성기술을 이용해 삐에로 모양의 분자를 만들어, 이것을 입증하는 논문을 X-선생은 흥미롭게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삐에로 모양의 분자는 한마디로 쓸모가 없다. 아주 섬세하고 오묘한 미술의 오브제나 신개념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이 논문은 왜 권위있는 학술지에 게재되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예술적 가치? 그 당시 석사과정(자성체 재료 합성연구)을 하던 X-선생의 짤막한 식견으로 파악이 불가능했다. 많은 경험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삐에로 모양의 분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기화학 교과서에 나오는 고급 합성법들을 상당 부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것을 알았다. 가끔 과학자는 이와같이 어떤 목적에서 일탈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와 과학적 유희를 즐긴다.(예술가와 유사한 점도 많다.) 여기서 발견된 과학적 성과를 훗날 우연이라는 단어로 설명하지만, 그 과학적 우연을 만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과 기술,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플라이슈만-폰즈 실험의 교훈은 과학자들에게 언론이나 대중 앞에 지나친 겸손함을 강요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멀어지게 했다. 이것은 대중 앞에 복잡한 과학적 결과를 쉽게 설명하다보면, 새로운 빵을 만들기 위한 반죽이 이미 맛있고 건강에 유익한 빵이 완성이 되어 곧 팔릴 것처럼 전달하는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과학자들도 학계에 존재한다. 우리는 어떠한 과학적 성과의 발표는 실현성보다 가능성만 현재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상온 핵융합에 대한 과학계의 논란은 여전하다. 그러나 정부와 대중을 배신했다고 해서, 혹은 그 안에 위법적 절차성이 존재한다고 해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실험기술을 무시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인 것인가? 다행히도 플라이슈만-폰즈 실험에서 자극 받은 많은 연구자들이 사회적 비난에도 불과하고 상온 핵융합 연구를 현재도 이어가고 있다.

 

 플라이슈만-폰즈 실험을 다시 이야기해 본다. 그들의 실험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적어도 그들이 실험결과에 반복적 검증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과, 거기에 에너지 위기를 느낀 정부와 대중의 열망이 결합하고 언론이 연구결과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과학적 실험은 당초의 목적과 취지의 동력을 잃어버리고 좌초했다. 통상적으로 과학계는 무모한 도전에 관대하지만, 특정 연구결과에 연구비나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매우 인색하다. 이것은 특정 스타 과학주제와 과학자가 대중이나 정부 지원을 받으며, 현재 인기가 없는 연구들은 죽기 때문이다. 매체를 장악한 우리나라 아이돌 위주의 음악시스템이 한류라는 문화 컨텐츠로 세계시장에 소개되어 성공했지만, 상대적으로 비주류가 된 국내 많은 음악장르의 성장을 후퇴시킨 것과 같다.

 

 하나의 과학적 현상과 연구결과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할뿐더러 그 결과가 실용적인 무언가로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학의 실용성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이것에 반론의 여지는 없지만, 권위 있는 학술지에 내거나 좋은 연구결과를 낸 과학자들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실용화 시기'일 필요는 없다.(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우리나라 과학자분들은 10년이라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술지는 반드시 실용화에 대한 것보다 현상에 입증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용화를 이야기하기보다 그 과학자나 연구팀이 실험과정에서 발견한 것들과 과학적 윤리성, 그리고 실패한 연구결과들에 대한 에피소드와 연구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유익하다. 올해 10월에도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 시즌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과학계가 노벨상을 타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과학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벨상 역시 어떤 특정 과학자에게 상을 주는 것보다 매해 중요한 연구주제에게 수여되듯이, 어떤 기술이 완성되는데 여러 연구자와 그들의 연구시간(기술의 파급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에 수상되면서 꾀짜 과학자로 유명해진 루이 케르브랑은 1969년 발표한 보고서 바닷가재 내부의 칼슘 인, 구리의 불균형에서 생명체의 체내 핵융합 반응을 설명했고, 그는 또한 칼슘이 부족한 곳에서 닭은 칼륨을 칼슘으로 변환시켜 달걀 껍데기를 만들고, 돼지의 창자는 질소를 탄소와 산소로 변환하며, 양배추는 산소를 황으로 바꾸고 복숭아는 철을 구리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다소 엉뚱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과학적 연구결과는 우스꽝스럽고, 당장의 이득을 요구하는 정부나 대중에게는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극한 환경에서도 생명력을 보존하고 이어가는 우주 생명체의 많은 메카니즘을 현재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닭이 가진 칼슘을 모으는 비법을 우리가 알게 된다면?(이미 어떤 과학자의 손이 비법을 밝혀졌을지도) 상온에서 핵융합이 된다면? 이 기술은 인류에게 무엇을 담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일까. 지나친 인간의 편견과 기존 패러다임의 고수는 자연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상온 핵융합의 힌트를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5.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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