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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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에게 갈채를!
- 2018년 노벨화학상 길라잡이 -
김정영(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2018-10-23

  올해 노벨상에 대해 우리 언론들의 보도는 - 그 연구내용에 집중하기보다 매해 그렇듯 - 우리나라의 과학계 수상 가능성과 분석, 이례적인(혹은 부끄러운 노벨상의 역사일까) 2명의 여성 과학자의 수상, 그 여성과학자 중에 부교수(연구경력이나 우수성에 비해 낮은 지위)의 수상, 물리학상은 받은 과학자의 여성 비하 논란 등에 치중되어 정작 노벨상의 수상 의미는 잘 공유되지 못했다, 그래서 X-선생은 그 중에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의 세계를 보여준 노벨화학상의 의미를 간략하게나마 알아보자 한다.

 

 

  최근에 들어 노벨상에서 화학·물리학상은 딱히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처럼 분류하기 힘든 융합연구(한마디로 비빔밥과 같은 연구) 영역에서 많이 수상이 되고 있다. 사실 오늘날 과학의 분류가 ‘행정 편의’ 라는 관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의미는 이제 없다. 이렇듯 혼성된 과학기술들이 중심이 되어가는 흐름에서 2018년 노벨화학상은 분자의 세계에서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를 개척한 ‘효소 유도진화’와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se)’ 기술이, 노벨물리학상은 ‘고출력 초단펄스 발생’ 기술이 각각 선택되었다. 두 분야 모두 기초 연구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파급력이 높은 응용연구나 과학 기술을 탄생시키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기도 하며, 특히 유도진화 기술로 대표되는 노벨화학상은 한마디로 또한 인류가 - 다윈의 진화론처럼 생태계에 의한 경쟁관계가 아닌 - 스스로 진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철학적 사고의 전환이기도 하였다.

 

프랜시스 H. 아놀드(캘리포니아공대, 62세, 미국)

  효소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는 연구자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세균이나 효소와 같은 단백질을 변이(혹은 개발) 하는 기술이며, 20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1993년 프랜시스 H. 아놀드 교수에 의해 입증되었다. 당시 아놀드 교수는 효소를 생성하는 세균의 변이를 유도하는 방법을 만들고, 그 변이된 세균들을 연구자가 검사와 선별을 통해 다시 효소의 진화를 빠르게 촉진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 우리가 어떤 조직에 들어가면 내가 그 조직을 통해 변화하기도 하지만, 여기서 변화된 나는 다시 조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알 수 없다. - 결국 세균과 효소는 연구자에 의해 인위적인 진화를 서로가 거듭하는 것인데, 물론 이 진화가 지구 생태계에서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생활에 필요한 효소를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방법은 선택할 경우, 기존의 유기화학적인 방법으로 하기 에는 힘들었던 복잡한 분자구조체를 개발이 가능하고, 더불어 화학적 폐기물을 최소화되는 친환경적인 방법이 된다. 물론 이 쯤에서 몇몇 독자들은 허리우드 영화인 엑스맨이나 어벤져스 등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까지 유도진화 기술은 슈퍼 히어로나 슈퍼 악당을 만들기에는 미비한 단계이므로, 안심하시라, 여전히 지구는 안전하다. 이러한 아놀드 교수의 유도진화 기술의 제시는 오늘날 효소개발의 중요한 방법이 되었고, 특히 효소 세제, 의약품과 같은 화학물질 및 바이오디젤과 같은 재생에너지 생산 등의 분야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조지 P. 스미스(미주리대, 79세, 미국)

  박테리오파지(또는 파지)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이며,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며 토양이나 동물의 창자처럼 숙주로 삼을 박테리아가 풍부한 것이면 쉽게 발견되는 물질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유전 물질과 그를 둘러싼 외각 단백질 입자(캡소머, Capsomer)의 규칙인 배열(캡시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유전 물질은 대개 RNA와 DNA 등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박테리오파지를 도식화하는 그림은 마치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할 때 사용한 (달)착륙선을 매우 닮았다. - 그 안에 우주인이 있듯이 RNA와 DNA도 탑승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 혹은, X-선생은 위의 박테리오파지가 숙주의 피를 빨아먹는 생존하는 모기처럼 느껴진다. 특히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의 표면에 붙은 뒤 자신의 몸에 가진 DNA 또는 RNA를 박테리아 안으로 주입시켜 숙주의 에너지를 통해 또 다른 박테리오파지를 만들어낸다. 허리우드 영화 에어리언 시리즈에서 에어리언의 생존방식과 유사하다. 20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조지 P. 스미스 명예교수는 1985년에 이러한 박테리오파지 안에 조작된 DNA를 탑재시켜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박테리오파지 안에 특정 단백질을 생성시키는 DNA를 삽입시키고, 이 박테리오파지가 숙주인 어떤 세균 안에 위의 DNA를 주입하면 그 세균의 에너지원을 통해 새로운 단백질과 박테리오파지가 만들어진다. 또한 여기서 생성된 새로운 박테리오파지를 스미스 교수는 낚시질하여 회수하는 기술도 보여주었다.

 

 

고레고리 P. 원터(케임브리지대, 67세, 영국)

  고레고리 P. 원터 교수는 위의 박테리오파지 기술을 기반으로 항체의약품을 개발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 항체의약품(우리 몸의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치료제)은 우리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의약품들인데 대량 생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 항체의 결합부위 정보를 담은 DNA을 박테리오파지 안에 삽입하여 다양한 항체 라이브러리를 만든다. 그리고 특정한 항체 표적에 강력하게 반응하는 박테리오파지를 반복적으로 선택하면서 유도진화를 시킨다. 이러한 유도진화 기술에 의해 최초의 항체의약품인 아달리무맙(adalimumab, 2002년 FDA 승인)이 탄생하여 현재까지 염증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방암, 폐암, 전이암 등에 유용한 다양한 항체의약품(트라주맙, 리톡시맙, 세톡시맙 등) 개발에 활용되어 인류의 질환 극복에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과학자들이 효소나 박테리오파지의 화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메카니즘을 이해했을 때 초기에 발견보다 더 많은 기술들을 파생시킬 수 있었다. 과학에서 기초연구란 어떤 물질이나 현상을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모든 활동이라 할 수 있으며, 2018년 노벨화학상은 분자의 유도진화를 보여주면서 의약품 개발과 더불어 인류의 삶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것은 단순히 바이오의학기술을 넘어 인류가 스스로 진화의 선택한다는 – 다윈도 깜놀할 - 세계관을 만들었다. 그 진화에는 인류의 현명한 선택이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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