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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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이 만든 국민 촌극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6-10-14


 

<CMIT/MIT 관해 설명하는 국제학술지, The Mechanism of Action of Isothiazolone Bicides, Power Plant Chemistry 2007, 9(1), pp 14-22> 

 

 정부에서 CMIT/MIT 혼입 치약 등 CMIT/MIT 사용제품 전면조사를 추진한 뒤 평상시 우리 정부답지 않게 이튿날 치약 제조업체 149개 제품 회수 조치를 실시했다. 물론 여기까지 X-선생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정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공정위로부터 식약처, 복지부, 환경부, 산업부, 국무조정실까지 검토한 자료, 2016년 9월 29일자)에서 첫 문장에 나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CMIT/MIT 성분이 함유된 제품 현황 조사방안과 조치계획 등에 대해 논의’ 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세상에 알렸다. 다음날 친구들과 안부를 묻는 톡을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어제 저녁 방송을 보고, 혹은 인터넷 뉴스를 보고 특정 회사의 치약들을 찾아서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X-선생이 아깝다고 말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치약이 무섭다는 응답이었다.

 

 잠시 이성의 힘으로 생각해 보자. 치약 안에 가습기 살균제라...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몇 년을 거쳐 회사를, 정부를 상대로 싸우면서 사과와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요구하고, 심지어 다국적 회사의 본사인 영국까지 가서 영국의 시민들과 함께 시위를 한다. 그런데 해결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그나마 근래 들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문제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고 있다. 그러는 동안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피해자분들은 계속 사망하고, 이제 피해규모조차 파악이 안 된다. 어쩌면 이것이 치약에게 스며들었는지 모른다.

 

 또한 언론은 처음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같이 치약의 보존제 사용에서도 역시 과학을 지워버렸다. 그래서 몇몇 과학자들이 언론을 통해 기업과 무관하게 안전성을 옹호했지만, 이미 사회적 분위기는 그것을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 언론들은 정부의 4장짜리 보도자료를 끝까지 읽어 보았을까. 이번에도 역시 위험(공포?)만 부추기고, CMIT/MIT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퇴색되어 버렸다. 그리고 부풀어진 공포는 우리 사회에 경주 지진과 더불어 또 하나의 불안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지금부터 X-선생은  CMIT/MIT의 진실을 찾아볼 생각이다. 

 

 CMIT/MIT는 각각 제 이름이 있다. CMIT는 약자로서 5-chloro-2-methyl-4-isothiazolin-3-one이고, MIT는 chloro 빠진 것으로 2-metheyl-4-isothiazolin-3-one이다. 그럼 chloro는 무엇일까. 이것은 염소이온을 말한다. CMIT와 MIT의 차이는 염소이온이 하나 있고 없고가 다르고, 나머지는 모양이 동일하다. 여기서 주요한 분자의 구조체는 isothiazoline인데, 이것은 5각형의 모형으로 지녔으나 물을 만나면, 그 5각형 중의 한쪽 부분이 쉽게 끊어져서 선형의 형태로 바뀌게 된다. 원래 5각형이 선형이 되었으니 구조적으로 얼마나 불안할까. 결국 이 불안한 선형 분자는 주변에 있는 특정한 단백질을 공격하고 연결부위를 절단시켜 자신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안정으로 되찾는다. 이 과정은 본래의 단백질을 손상시킨다. 따라서 단백질 양이 적은 균들은 금방 죽게 되고 CMIT/MIT의 존재로 인해 성장할 수도 없게 된다(The Mechanism of Action of Isothiazolone Bicides, Power Plant Chemistry 2007, 9(1), pp 14-22). 그럼 사람은? 물론 사람도 안전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작은 용량의 살균제가 거대한 양의 단백질로 구성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못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적절하겠다. 정부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어떤 제품에 만들 때 CMIT/MIT의 용량을 15 ppm 이하로 쓰는 것은 안전하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선진국들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치약에 살균효과로 쓰는 CMIT/MIT의 양은 정부 자료에 의하면, 0.0044 ppm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 매우 작다, 여기서 피피엠(ppm)은 농도의 단위로 1리터의 물 안에 0.001 mg이 들어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가습기 살균제도 작은 양이었다. 그는 왜 문제를 일으킨 것일까. 여러 과학자들이 분석했듯이 사용법에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그 무엇이 쓰이든지 간에, 가습기의 특징상 많은 수분과 함께 살균효과가 있는 분자들(대개 물과 매우 친한 물질로 구성)이 우리의 호흡기로 들어오게 되고, 특히 폐로 들어간 살균제는 미세먼지처럼 문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적이라면, 그 양이 많이 쌓여져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안전하게 쓰는 연필도 용법을 달리하면 살인 무기로 변하듯이, 작은 분자의 사용도 용도를 잘 이해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먹는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와 같이 흡입을 한다고 생각하자. 어떤 문제가 생길까. 술 역시 독극물로 변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평소 치약에 대한 용법은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것을 알려 줄려는 노력을 판매회사는 얼마나 했을까. TV에서 나오는 치약광고에서 치약은 대부분 칫솔 전체를 바르는 듯 듬뿍 발라서 칫솔질을 하는데, 과연 그 양은 적절하고 올바른 사용법일까. 몇몇 치약 용기에 너무나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용법에 관한 문구에는 콩알만한 크기로 발라서 사용하라고 되어 있는데, 콩알? 콩도 종류에 따라 크기가 전부 다르다. 또한 치약의 구성 물질에 대한 설명도 부실하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치아 건강에 유용할 것 같은 물질만 강조한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만든 제품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혹은 질문하지 않고 살아갈 때가 있다.

 

 그렇다, 치약의 용법상 CMIT/MIT가 호흡기로 가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흡수되더라도 소화기 안에 물이나 다른 물질들과 상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불안한 것은 치약의 구성 물질과 용법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우리 사회는 그것을 반드시 제공할 제조사의 법적 의무나 기업의식이 아직 부족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치약을 버리는 촌극은 언론, 기업, 정부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오늘날 살균제 없이 현대의 생활은 불가능하다(살균제가 가사노동 절감과 식량해결 등에 기여한 점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러므로 우리 생활 곳곳에 있는 살균제의 섭취량(먹는 것, 뿌리는 것 등 용도에 따른 살균제의 노출량)을 우리가 인지하고 관리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고, 과학적 설계와 실험 아래 용법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량이 다시 제시되어야 한다. CBS 인터뷰에서 임종한 교수(인하대)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2011년 이후에도 2012년에 CMIT는 2.5톤, MIT는 0.7톤이 사용되었고, 2년 뒤에 CMIT는 16배, MIT는 24배의 유통량이 증가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우리 국가의 시스템은 CMIT/MIT가 어디 쓰이는지 파악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이웃에서 너무나 참혹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일어난 것을 똑똑히 보았다. 이러한 국민적인 트라우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예방이 절실하다. 우리가 교과서 배운 과학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세상에 쓰이고 화학물질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생활밀착형 과학교육이 필요하며, 과학이 상품을 만들기 위해 또는 노벨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빨리 깨우쳐야 하겠다. 초등교육에서 과학을 배우려면 자연으로 간다. 그러나 토끼가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에 마트라고 답한 우리 딸은 생각하면, 이제 자연보다 우리 생활에 쓰는 제품을 이해하는 과학을 우선 시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결국 불안은 이성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닐까.(2016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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