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집
방사선의학의 창
- 2024년 05월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병선 원장
지식관리시스템의 혁신에 도전하는 KISTEP
업무 효율성 제고와 데이터 활용성 확대의 열쇠가 될 ‘Kistep GPT’
Chat GPT는 인공지능(AI)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과 대화하듯이 질문하고 원하는 답변을 바로 얻을 수 있는 생성형 AI는 맞춤형 및 상호작용 가능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업무 효율화, 데이터 활용성 확대까지 실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하 KISTEP) 정병선 원장이 AI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KISTEP은 과학기술의 혁신적 시스템 구축을 가장 앞단에서 고민해야 하는 기관”이라고 말하는 정병선 원장은 “미래를 이끌 혁신적 정책은 ‘데이터’에서 나온다”라며, “글로벌 트렌드, 과거에 수행했던 정책, 현재의 사회적, 국가적 상황 등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현실성을 반영할 때 KISTEP의 서비스를 받는 각 기관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업무의 퀄리티가 나온다”라고 강조한다. 본고에서는 생성형 AI로 새로운 혁신에 도전하는 KISTEP 정병선 원장을 만났다.
- ▶ 혁신적인 과학기술 정책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 맡은 ‘KI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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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P은 과학기술기본법(제20조)에 따라 설립된 과학기술 혁신정책 전문 Think Tank이다. 많은 연구자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평가나 신규 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KISTEP’의 이름을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국가전략기술 정책센터’로 지정된 KISTEP은 국가전략기술 육성정책의 수립·조정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정책 수립 및 기술 기획, 기술예측, 기술영향평가, 기술수준평가, R&D예산 배분·조정, 연구성과 확산, 과학기술 국제협력, 과학기술인력양성, 지역과학기술진흥 등 우리나라 혁신정책의 전주기를 폭넓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 ▶ KISTEP의 가장 큰 이슈는 ‘인공지능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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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P이 그동안 축적한 과학기술 정책·기술 동향 자료와 국내외 현안·이슈 보고서, 그리고 연구개발 과제와 성과 정보는 그야말로 과학기술 혁신 분야의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취임 직후부터 KISTEP의 인공지능 전환을 강조해 온 정병선 원장은 혁신정책 전문기관으로 KISTEP이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와 보고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오픈 소스를 적극 활용하고자 했고, 때마침 Chat GPT를 비롯한 LLM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변화와 맞물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Chat GPT가 촉발한 인공지능의 파도에 KISTEP이 보유한 과학기술 혁신 빅데이터를 싣는다면 우리나라의 혁신시스템 자체를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는 KISTEP 정병선 원장은 “현재 준비 중인 서비스는 크게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로부터 질문의 의도와 문맥에 맞는 정보를 찾아주는 자연어 이해 AI 모델과 검색된 정보로부터 이용자가 원하는 양식(요약, 목차, 보고서 등)으로 문장을 생성해주는 자연어 생성 AI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Chat GPT와 유사한 방식으로 자연어 문장 입력을 통해 국가연구개발사업(과제)의 정보를 검색하거나 분류하는 지능형 분석시스템, 해외 유관기관 사이트에서의 웹 크롤링 및 뉴스 데이터로부터 관심 이슈를 선별하여 분석하는 글로벌 S&T 모니터링시스템, 그리고 자체적으로 생산, 수집한 국내외 보고서로부터 정보를 검색하여 질문에 답하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Kistep GPT’ 등이 있다.
“이러한 AI 서비스로 국가전략기술(이차전지, 첨단모빌리티 등)에 국가연구개발 투자현황을 분석하고,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분석하는 데 활용했다”라고 실제 활용사례를 소개하는 정병선 원장은 “글로벌 S&T 모니터링시스템을 활용하여 국가전략기술(자율주행시스템, 양자컴퓨팅)의 이슈를 분석하고 신흥 핵심기술 후보를 도출하는 연구와 글로벌 정책동향(공급망 확보, 안보정책 등)을 분석하여 보고서로 발간하기도 했다”라고 부연했다.
‘Kistep GPT’ 등 KISTEP가 AI 서비스 모든 직원이 업무에 기본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원내에 AI 전환 TFT를 발족하여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최신의 AI 도구·서비스를 발굴하고 있다. 이를 KISTEP 업무 특성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여 ‘누구나 AI, 무엇이든 AI, 어디서나 AI’라는 슬로건 하에 KISTEP AI를 속도감 있게 구축하고 있다.
- ▶ 과학기술이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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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직면하고 있는 변화는 거시적 관점(글로벌, 국가 차원)과 미시적 관점(과학기술계 내부)으로 나뉜다. 이중 거시적 관점에서는 ①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틈새에서 기술 주권 확보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기술 선점 및 유지, ②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 ③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사회 및 산업 변화에 대한 대응을 들 수 있다.
“KISTEP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국가전략기술 전략로드맵 등을 구축하여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는 정병선 원장은 “과학기술기본계획, 인재양성종합계획, 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 지방과학기술종합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효과적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KISTEP은 주요 업무에 대한 AI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시적 관점에서는 혁신적인 과학기술 선도적 연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병선 원장이 생각하는 선도적 연구시스템은 ① 시장, 기술 변화에 적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적시·신속), ② 정부, 연구자가 신뢰하며, 국민에게 연구 과정 및 성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신뢰·투명), ③ 국내, 국외 연구주체가 자유롭게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고(경쟁·협력), ④ 세계 최초·최고 연구에 과감히 투자하고 마음 놓고 연구(혁신·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중 KISTEP이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혁신·도전 R&D”라고 말하는 정병선 원장은 “주요 선진국은 혁신적‧도전적 연구를 통해 기술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격차를 벌리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의 질적 수준 제고가 국가의 미래 생존과 번영 확보의 열쇠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우리 정부도 그간 혁신도전프로젝트추진단(KARPA), 산업기술알키미스트사업, 한국형 ARPA-H 사업 등을 추진하였으나, 세계 최초·최고 연구를 지향하는 혁신과 도전적인 연구를 시도하거나 보호하는 시스템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혁신도전적 R&D 육성시스템 체계화 방안’을 통해 우리나라 연구개발 생태계를 선도형 R&D 체계로 전환하는 계획을 밝혔다. “KISTEP은 이 방안의 이행을 총괄 지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등 각종 연구제도 기획도 총괄하고 있으므로 KISTEP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혁신도전형 R&D시스템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정 원장은 덧붙여 말했다.
- ▶ 국민과 연구자 중심 ‘R&D 대혁신’ 실현을 위한 KISTEP의 협력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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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P은 과학기술 혁신정책 분야의 글로벌 최 앞단(front-end)을 지향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정병선 원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외 유수의 Think Tank 기관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라며, 국내 기관 중에는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과 전략적 협업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공동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KISTEP은 또한 해외 선진기관,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글로벌 Think Tank로 도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KISTEP은 2021년부터 과기정통부의 Horizon Europe 준회원국 가입 추진을 위한 전략연구를 수행하고 협상 탐색단계부터 지난 3월 본 협상 종료까지 EU 연구혁신총국과의 협상을 지원하였다. 향후 협정서 체결 완료까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Horizon Europe의 국내 연구자 참여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정책연구도 수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다양한 분야의 해외 선진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KISTEP은 미국의 대표적 외교안보 Think Tank인 CSIS와의 협력을 통해 ‘KISTEP-CSIS 경제안보 포럼’을 기획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전통적인 국제협력보다 경제안보 관점을 포함한 포괄적·전략적 파트너십, 특히 유사입장국간의 협력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정병선 원장은 “이번 KISTEP-CSIS 공동 포럼은 한-미 동맹의 미래비전과 핵심·신흥기술 분야 한-미 협력전략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으며 8월 재미과기협에서 주최하는 UKC 2024와 연계하여 개최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KISTEP의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개도국 유관기관으로부터 자문,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 등 협력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KISTEP의 대표적 개도국 협력 프로그램은 매년 UNESCO 산하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ISTIC)와 공동 주최하고 있는 ‘KISTEP-ISTIC STI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약 70개국 270여 명의 개도국 고위 과학기술정책 결정자들에게 한국의 과학기술혁신 정책 전문지식과 발전 경험을 공유하였다. 올해는 말레이시아 과학기술혁신부(MOSTI)도 참여하여 개도국을 위한 기술예측 중심의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KISTEP은 정부, 과학계, 유관기관과 기관 차원의 협력 및 소통을 확대해 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 분야의 전반적인 협력 채널을 새롭게 구축하고 효율화하는 정책적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 정부에서 과학기술 분야 핵심 정책 아젠다 중의 하나로 추진 중인 글로벌 R&D와 관련해 KISTEP은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지원해 글로벌 R&D 전략거점센터를 구축 및 운영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에 과기정통부, 산업부, 복지부 등 정부R&D를 수행하는 개별 부처가 각각 해외 협력 센터를 운영하면서 센터 간 협력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늘 지적받아 왔는데, 글로벌 R&D 전략거점센터가 이러한 기존 센터들을 연계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는 정 원장은 “이러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운영 중인 해외 센터들 간에 부족했던 협력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 글로벌 리서쳐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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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의 여러 이슈(기술패권경쟁, 기후위기, 전쟁의 위협, 저출산과 인구 절벽, 지역 불균형 등)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만, 지금이야말로 과학기술이 위기 돌파를 위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정병선 원장은 “우리에게는 그간 축적해 온 위기 극복의 경험이 있고,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물결은 그 자체로 도전이자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해결사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연구자들에게는 과학기술 혁신정책이라는 분야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미래를 예측해 연구의 방향을 결정하고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며, 좋은 연구성과를 창출하도록 돕는 KISTEP의 역할과 노력에 동참하여 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가장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원장’, ‘자기 경력이 개발되는 직장을 만드는데 기여한 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정병선 원장은 직원들에게 “글로벌 어느 기관에도 뒤지지 않을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가진 KISTEP의 일원으로, 또 글로벌 리서쳐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만들어 기관의 성장을 넘어 국가 혁신시스템 구축을 앞당겨 보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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