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집
방사선의학의 창
- 2024년 11월호
사단법인 홍릉포럼 문길주 이사장
융합‧개방‧협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홍릉포럼
과학기술 성지에서 혁신산업 창조의 롤모델이 되는 지역으로
2012년 7월 ‘글로벌 연구‧교육단지로서의 역할 논의’를 주제로 첫 포럼을 개최한 홍릉포럼은 지난 12년간 홍릉지역 참여기관들의 네트워크 강화에 기여하며 ‘지역 산학연의 융합‧혁신플랫폼’ 역할을 해 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단지로 국가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의 싱크탱크 임무를 수행했던 ‘홍릉연구단지’의 공동화를 방지하고 홍릉 지역의 재도약을 논의하기 위해 조직된 홍릉포럼은 2022년 12월, 사단법인으로 재정비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업무 수행과 함께 대외적인 신뢰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흥릉지역 과학기술, 문화, 교육 혁신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홍릉포럼의 문길주 이사장을 만나 국가 과학기술과 경제, 사회‧문화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홍릉포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 대한민국 근대화를 만든 성지 ‘흥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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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황제 고종의 비,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자리를 잡은 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연구원(KIET), 농촌경제연구원(KRE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립산림과학원(KFRI) 등 연구기관들이 들어서면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산실로 변신했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연구단지로 주목받게 되었다. 특히 홍릉 일대는 1905년 개교한 고려대학교를 포함해 서울시립대학교, 경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 대한민국 교육을 대표하는 대학들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90년대 들어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고등과학원, KAIST 경영대학이 합세하며 진정한 연구단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지난 60여 년간 국가 발전의 초석을 닦은 성장 엔진 역할을 해 온 홍릉연구단지는 일부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공동화(空洞化)에 대한 우려까지 생겼다. 이러한 우려를 새로운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탄생한 조직이 바로 ‘홍릉포럼’이다. 당시 KIST 원장이었던 문길주 이사장은 “홍릉연구단지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끈 브레인들의 집단이었다”라고 말하며,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컴퓨터, 반도체, IT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연구기반이 분산되고,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홍릉이 공동화되는 것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 ▶ 융합연구 활성화의 기틀을 만든 ‘홍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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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쉬움은 곧, ‘홍릉 부활’의 촉발요인으로 작용했고 KIST를 필두로 2012년 홍릉 지역 10개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모여 과학기술, 문화, 교육 혁신 담론의 장으로서 ‘홍릉포럼’을 출범시킨 것이다. 국가 싱크탱크로서 홍릉 연구단지의 역사성을 계승하고 역량을 결집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홍릉포럼에는 현재 19개 연구‧교육‧공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출범 이후 현재까지 과학기술‧경제‧사회‧예술 등 홍릉 발전을 위한 폭넓은 주제로 18회의 포럼을 개최해 온 홍릉포럼은 지역 참여기관들의 네트워크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이와 함께 H-TRAIN 사업, 홍릉 OPERA 사업 등 협력사업 발굴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해 왔다. 지난 10여 년간 ‘홍릉 지역 융합 및 혁신플랫폼’ 구축의 토대를 만들어 온 홍릉포럼은 2022년 12월, ‘사단법인 홍릉포럼’으로 새롭게 정비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홍릉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 ▶ 19개 참여기관을 융합의 길로 이끄는 ‘사단법인 홍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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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간 참여기관의 역할과 방향성, 그리고 각 기관이 가진 가치를 공유했다”라고 말하는 문길주 이사장은 “이제는 융합과 개방, 협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특히 문 이사장은 “과거 경제를 이끈 학문이 공학이라면 미래는 의학, 특히 바이오 분야가 주도할 것”이라며, “홍릉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성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경쟁력 중 하나가 바로 바이오”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홍릉은 KIST, 고려대, 경희대 등 연구기관 및 학계부터 의료기관까지 고르게 위치해 AI 등 미래 핵심 기술 연구는 물론이고,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기관까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길주 이사장이 말하는 홍릉단지 부활의 가능성 두 번째는 ‘문화·예술’ 인프라다. 산업 간의 영역이 무너지고 새로운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오늘날, 문화와 예술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문 이사장은 “앞으로의 기술발전은 예술과 함께 가게 될 것”이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수림문화재단이 있는 홍릉이야말로 산업과 문화, 예술의 가치를 재해석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과 학교들과 긴밀하게 교류해 온 홍릉 지역 내 19개 참여기관들은 대한민국의 글로벌화 촉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문 이사장은 덧붙여 말했다.
- ▶ 도전과 성공의 핵심 열쇠는 ‘기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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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이사장이 사단법인 발족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기획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2023년 3월 수립된 ‘사단법인 홍릉포럼 기획위원회’는 참여기관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을 기획 및 추진하는 동시에, 홍릉포럼의 발전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도 끌어내고 있다.
“홍릉포럼의 가장 큰 한계는 기관장과 실무진이 변경되면 사업 방향도 달라진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문길주 이사장은 “포럼이 방향성을 갖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연결성을 갖춰야 하며, 특히 기획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홍릉포럼 기획위원회는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수림문화재단 사무국장이 기획위원장을 맞고 있으며 시립대, KIST, 고려대, 외대, 경희대 등 6개 기관이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지역 발전을 위한 기획을 홍릉포럼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스스로가 Brain structure를 만들어 움직일 계획”이라는 문길주 이사장은 “내년부터 기획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문길주 이사장은 참여기관과의 긴밀한 소통과 결속 제고를 위해 지난 8월부터 참여기관 및 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하여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이미 ‘중동지역 도시발전과 문화 성장’, ‘미국 대선 이야기’ 등을 주제로 두 차례의 세미나를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참여기관과의 소통의 기회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 원자력의학원이 의과학자 양성에 앞장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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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었던 70년대와 80년대, 암 치료와 연구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핵의학 발전에 기여해 온 기관이 바로 원자력병원”이라고 말하는 문길주 이사장은 “원자력병원은 병원 본연의 역할을 넘어 ‘리서치 병원’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라며 특히 의사 과학자(MD-PhD)를 키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문 이사장은 “융합은 합쳐져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 이전에 내가 가진 것을 나눠줄 때부터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자력병원과 의학원이 잘하는 역할, 그리고 홍릉지역 내 타 연구기관 및 교육기관이 잘하는 역할이 다르므로, 홍릉포럼 내에서 상호 협력할 방안들을 찾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오는 12월에 있을 제19회 홍릉포럼이 19개 연구·교육·공공기관의 ‘의학과 과학의 융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단초가 될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릉포럼이 오는 12월 6일,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RI신약센터 5층 강당에서 ‘의학과 과학기술의 만남’을 주제로 제19회 포럼을 진행한다. 이 포럼에는 지자체 및 참여기관 단체장 등 1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하나의 산업, 하나의 기관, 하나의 주제로는 1등이 될 수 없다. 에베레스트산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히말라야산맥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선두가 되고 싶다면, 그 선두를 뒷받침해주는 연결고리들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어떤 상황에선 우리 기관을 돋보이게 할 수 있고, 또 어떤 주제에 따라서는 협력 기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그리고 수많은 연결고리가 모여 지역 발전을 넘어 국가 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단법인 홍릉포럼’은 19개 기관이 에베레스트산이, 또 히말라야산맥이 될 수 있도록 융합과 개방, 협력의 장을 만들어 주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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