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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노트] 크로스오버는 세상을 깊고, 풍성하게 한다.임일한2015-09-14


사진: 서태지와 아이들(좌), 세종대왕(우) 


임일한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정책개발센터)​

  대학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는 새로움 그 자체였다. '너에게 모든 걸 뺏겨 버렸던 마음이 다시 내게 돌아 오는 걸 느꼈지' 로 시작하는 노래는 당시 생경했던 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처음에는 그 가사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특히나 익숙치 않은 것은 노래의 중간 부분에 태평소 소리가 자연스럽게 깔리면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랩이 나오는 부분이었다. 서태지의 이력을 보면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고 시나위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다가 시나위 해체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로 무대에 들어선다. 록을 음악의 시작으로 하여 랩을 가미한 음악, 그리고 랩 속에 자신이 지금껏 걸어온 것과는 다른 국악을 넘나드는 그의 폭 넓음, 그 크로스오버 속에서 이상야릇한 느낌을 음악 듣는 이는 맛보게 된고, 그 속에 음악을 듣는 이의 삶이 보다 깊어지고 풍성해지는 것 같았다.

 

  이러한 크로스오버의 달인은 서태지 뿐일까?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위인인 세종대왕이 크로스오버의 황제가 아닐까한다.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배운 대로 세종대왕은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기게 된다. 6진과 4군을 개척하여 근래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하게 되고, 당시의 대표적인 산업인 농업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켜 생산력의 증대를 가져왔고, 천문, 예악 등 손꼽을 수 없이 많은 부분의 발전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한글 창제는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찾아볼 수 없는 대업이었다. 세종은 친히 한글을 창제하였다. 자신의 대표적인 정치, 군사 영역이 아닌 음운학, 언어학에도 조예가 깊어서 문자를 창조하였으니 대단한 크로스오버가 아닐 수 없다. 이전 학창시절 한글창제 프로젝트의 PI가 세종대왕이고 집현전학사들을 연구원으로 하여 훈민정음이 창제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최근 사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세종이 친제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러가지 역사적 증거들이 있으나 일례로는 당시 집현전의 책임자 부제학 최만리의 상소에 대한 세종의 반응이라고 한다. 세종이 개인적으로 한글을 창제하면서 최만리 등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고 집현전의 하급관리인 젊은 학자들에게 언문 번역을 시킨 것에 대하여 최만리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세종은 최만리가 운서, 사성, 칠음등 음운학에 대하여 지식이 없으며 이런 상소를 올린 것에 대하여 호통하였다 한다.   

 

  학문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크로스오버는 일어나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학문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고 활용의 폭은 더욱 넓어지게 된다. 이번 방사선의학 웹진에서는 말랑말랑 인터뷰에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의 정현훈 선생님을 인터뷰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산부인과 영역에서 FDG PET/CT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셔서, 필자가 이전에 산부인과 관련 강의를 준비하면서 선생님께서 다양한 질환에서 많은 핵의학 관련 임상 연구를 수행하신 것을 발견하여 상당히 놀랐다. 물론 공동 연구자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수준 높은 선생님의 연구들을 보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해당 주제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되었다. 방사선의학 연구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우리 분야가 더욱 그 깊이가 더하여가고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대가 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 수련을 받을 때, 은사님께서 직접 환자를 만나게 되는 임상의사들과의 교류를 강조하셨고, 지금 일하게 되면서 임강 각과와의 컨퍼런스를 가급적 모두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임상 의사들의 관심을 아는 것이 판독뿐 아니라 임상 연구에도 좋은 목표가 되어준다.   

 

  다른 분야의 선생님들이 방사선의학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여 연구하는 것을 환영한다. 관심을 갖고 기존의 전공자들이 틀안에 갖혀서 생각하는 것을 깨뜨리게 해주는 이런 분들은 방사선의학도 더욱 깊고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또한 우리 방사선의학 전공자들 역시, 해당 분야에 대하여 피상적으로 지식을 섭취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가상으로 환자를 보는 수준의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그 임상의사들의 의문과 필요를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방사선의학의 깊이와 폭을 넓혀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의 깊이와 폭도 넓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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