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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호
제58화 2023년 방사선의학 핫이슈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4-01-04

  어느덧 2023년이 2주밖에 안 남았다. 12월 중순까지는 봄기운이 완연했으나(?) 주말 사이에 기온이 급락하며 네이버 일기예보 기준으로 기온은 최고기온 영하 2도, 최저기온 영하 11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 더 강한 ‘북극한파’가 눈구름과 함께 21일에 한반도를 강타한다고 하니 동장군과 함께 겨울다운 2023년 연말 보내시고, 북극한파 덕에 좋아진 겨울 공기와 함께 청량한 2024년 맞이하시길 바란다.

 


<최강 추위가 몰아친 강릉시 강문해변 방파제 가드레일에 고드름이 길게 달렸다.1)>

 

  2024년이 밝았는데 2023년 연말 인사를 드리게 되어 웹진 독자분들께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이 번호에서는 2023년에 보도된 방사선기술 및 방사선의학과 관련된 언론 기사들 중 필자만의 기준으로 선정한 몇 가지 주요 기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록된 순서는 언론 보도일 기준이다.

 

 

 

  체렌코프 효과를 이용한 방사선 기술을 통해 암 치료물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가속기동위원소연구실의 박정훈 박사 연구팀은 89Zr에서 발생하는 체렌코프 효과와 산화티타늄 나노입자를 통해 암 치료에 활용되는 활성산소를 방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00nm 크기의 산화티타늄 나노입자에 지르코늄을 넣은 물질을 만들었다. 내부의 지르코늄은 체렌코프 효과를 유발해 자외선을 발생시키고, 이 자외선으로 인해 산화티타늄이 활성산소를 방출하면서 암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연구팀은 개발된 물질을 통해 다양한 암에 대한 전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기억 및 여러 가지 인지기능 감소를 동반하다가 종국에는 신체적 합병증까지 동반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성되어 뇌세포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것이 핵심 기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밖에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 염증반응 산화적 손상 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저선량 방사선과 알츠하이머병과의 관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손영훈·이해준 박사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이 기억 및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 위축이 특징인 것에 착안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실험쥐의 뇌에 저선량 방사선을 약 4개월간 쪼이고 해마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저선량 방사선을 조사받은 실험쥐는 베타아밀로이드 조절인자가 정상쥐에 비해 50%가량 감소 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질환에서 저선량 방사선의 안전성평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선량 방사선과 알츠하이머병 관계를 규명한 한국원자력의학원 이해준·손영훈 박사 4)>

 

 

 

  방사선을 검출할 때는 다양한 물질이 사용되는데 그중 하나가 ‘플라스틱 섬광체’이다. 저렴하고 제작이 쉬워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국내 한 스타트업에서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방사선 검출용 플라스틱 섬광체 국산화에 성공했다.

  김용현 레이메트릭스 대표는 3D 프린팅 기술의 장점을 활용해 플라스틱 섬광체를 빠르고 값싸게 제작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 고객 맞춤형으로 정밀하고 복잡한 형태의 플라스틱 섬광체를 개발할 계획을 밝혔다. 이어 기존 1~2주 걸리던 제작 시간을 수 시간대로 줄이며 제품 단가를 3분의 1 이상으로 낮췄다고 덧붙였다.

 

<3D 프린팅 플라스틱 섬광체 제조 과정6)>

 

  김 대표는 피부, 각막 등 섬세하고 복잡한 조직에 흡수되는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며 이번 기술로 개발한 플라스틱 섬광체를 방사선치료에 적용한다면 더 정확하고 안전한 방사선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호르몬을 만드는 내분비세포에 생기는 암으로 별다른 증상이 없어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이나 호르몬치료, 방사선치료 등 기존 치료법이 잘 듣지 않는 경우 루타테라(177Lu-DOTATATE)와 같은 방사성의약품 치료제가 쓰이는데, 이마저도 듣지 않는 환자들은 악티늄 치료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악티늄은 알파 입자 방사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베타선 방출 방사성동위원소인 루테슘보다 질량이 크고 방출 에너지가 높아 암세포 DNA를 효과적으로 파괴한다. 또한 투과 거리가 짧아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악티늄 치료 임상시험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동정적 치료조차 허용되지 않아 많은 비용을 들여 해외 원정 치료를 받으러 가야 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임일한 박사 연구팀에서는 지난해 11월 식약처로부터 연구자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올해 6월 초 췌장 신경내분비암에 걸린 60대 남성에게 국내 최초로 악티늄 치료를 시도했다. 그 결과 혈중 종양 표지자가 감소 되고 종양 섭취가 줄어든 것을 확인해 악티늄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악티늄 치료 임상시험을 진행한 임일한 박사 연구팀, 악티늄 치료 후 확인된 종양 감소9)>

 

  의학원에서는 10명의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며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전체 전립선암의 5~10%) 환자 대상 임상시험도 시행하는 등 악티늄 치료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악티늄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원료물질을 확보하여 자체 생산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저선량 방사선과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 연구에 이어서, 또 다른 퇴행성 뇌질환 중 하나인 파킨슨병과 방사선 간의 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들을 통해 발표되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정연경 박사 연구팀은 중·저선량 방사선이 퇴행성 뇌질환의 염증을 감소시킨다는 선행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는지 규명하기 위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파킨슨병을 일으킨 실험 쥐에 중·저선량 방사선을 쪼인 뒤 도파민 신경세포가 분포하는 곳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인자에 변화가 생기는지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신경염증 인자(GFAP)와 염증세포 이동 관여 단백질(ICAM-1)이 각각 20%, 75% 가량 감소한 양상을 보였다.

 

 

<중·저선량 방사선이 파킨슨병 신경염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

 

  연구팀은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방사선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점에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의 방사선치료 관련 생체 지표를 탐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뇌종양은 외과적 수술치료가 쉽지 않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뇌종양 조기 진단에는 방사성의약품을 주사하고 이 물질이 암에 결합하면 PET/CT를 통해 정밀 진단하는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때 활용되는 64Cu 기반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 도달 전 간에서 분해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암 진단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지애·강충모·이용진 박사 연구팀은 암세포에만 잘 달라붙는 물질인 포피린에 ‘N,N-디메틸-4-p-페닐렌디아민’화합물을 붙여 포피린 유도체를 개발하고 여기에 [Cu-64]를 붙인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했다. 이 약물을 뇌종양 동물모델에 투약한 결과 일반 포피린보다 종양에 결합하는 능력이 약 40% 가량 높은 것을 확인했다. 또한 정상 뇌조직보다 뇌종양에 결합하는 정도가 32배 높아 뇌종양 위치를 정밀 진단할 수 있으며,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인 67Cu를 64Cu 대신 이용할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뇌종양 정밀 진단 포피린 유도체 개발12)>

 

 

 

  중성자선을 효율적으로 막을 방법이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반도체 소재·부품대학원 및 신소재공학과 권순용 교수팀은 맥신-탄화 붕소 복합체를 활용해 중성자를 막을 수 있는 차폐막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중성자선은 원자력발전, 의료기기, 항공·우주산업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지만 유출되면 다른 원자와 상호작용으로 인해 전자기기나 생명체에 예측하지 못한 영향을 유발하게 된다. 이 때문에 중성자선 차폐는 방사선·원자력 산업 분야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연구팀은 2차원 나노물질인 맥스(MAX phase)와 맥신(MXene)을 합성한 뒤 중성자를 흡수할 수 있는 탄화붕소를 맥신층 사이에 삽입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큰 면적을 차폐할 수 있는 가볍고 유연한 필름 형태의 차폐체와 페인팅 기술을 개발했다.

 

<2차원 맥신-탄화 붕소 복합체가 중성자를 차폐하는 모습을 묘사한 모식도14)>

 

  개발된 중성자 차폐막은 내부 기포가 수십 나노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치밀한 구조를 가져 기존 고분자 기반 복합체와 비교했을 때 우수한 기계적 성질을 나타낼 수 있고 추가 공정으로 인한 불순물이 생기지 않아 순수한 혼합 구조체 제조가 가능하다. 권순용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맥신-탄화 붕소 복합체 차폐막은 기존 상용물질 대비 1,000배 이상 얇고 다양한 표면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으며, 향후 맥신 소재 코팅기술 가능성을 확장해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면역 치료제 개발 기업인 네오이뮨텍에서 개발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T-I7’이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급성 방사선 증후군(ARS)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네오이뮨텍은 연구개발 세금 감면, 허가 심사 비용 면제 등 FDA가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NT-I7은 T세포 체내 증폭을 유도하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데, 단시간에 높은 방사능에 노출돼 림프구, 혈소판 등의 감소 증상을 보이는 ARS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어 현재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NT-I7을 ARS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NT-I7은 교모세포종, 백질뇌병증 등에 대해서도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었으며, 네오이뮨텍 관계자는 NIAID와 ARS 치료제 설치료 실험을 진행 중이며, 이른 시일 내 실험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며 전 세계에서 유일한 림프구 회복 ARI 치료제 허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철보다 100배 이상 강한 강도를 가지면서 무게는 1/4 이하로 가볍고 구리 수준의 높은 전기전도를 가지는 신소재인 탄소 나노튜브를 활용한 초소형 엑스레이 시스템이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개발됐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실과 씨에이티빔텍 연구팀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3)에서 탄소 나노튜브를 활용한 초소형 엑스레이 시스템과 160kV 탄소 나노튜브 엑스레이 소스를 발표했다.

 



<경희대학교 류제황 교수(씨에이티빔텍 대표 겸임)17),

2023 RSNA에서 발표한 160kV 탄소 나노튜브 엑스레이 소스18)>

 

  특히 160kV 고전압 엑스레이는 탄소 나노튜브 같은 차세대 기술로는 구현이 어렵다고 여겨져 왔으나,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영상진단용 엑스레이 및 치료용·산업용 방사선 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탄소 나노튜브 기술을 확보했다.

  경희대학교 류제황 교수는 기존 필라멘트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초소형 엑스레이 시스템을 실현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하며 기존 시스템의 크기와 무게 문제로 적용할 수 없던 여러 영역에 초소형 저전력 엑스레이 시스템이 활용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검은 토끼의 해였던 2023년, 방사선기술 및 방사선의학 연구와 관련된 보도자료가 유난히 많이 발표되어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 - 다산의 상징 중 하나인 토끼의 기운을 받아서 연구성과가 많이 발표된 것 같다. - 매서운 겨울한파와 함께 2024년 푸른 용의 해(갑진년)가 찾아왔다. 변화와 성장이 상징인 갑진년에는 독자분이 하시는 일과 연구성과가 ‘성장’하고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본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1) https://v.daum.net/v/20231218135506950?s=print_news

2) https://www.sedaily.com/News/NewsView/NewsPrint?Nid=29KIT0VLTI

3) www.kukinews.com/newsPrint/kuk202305260090

4) www.kukinews.com/newsPrint/kuk202305260090

5)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61211140120100

6)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61211140120100

7) https://www.yna.co.kr/view/AKR20230707072200017?section=popup/print

8) https://news.kmib.co.kr/article/print.asp?arcid=0924314000

9) https://www.yna.co.kr/view/AKR20230707072200017?section=popup/print

10) https://www.khan.co.kr/print.html?art_id=202310171302001&media=khan&type=khan

11) https://www.yna.co.kr/view/AKR20231025073800017?section=popup/print

12) https://www.yna.co.kr/view/AKR20231025073800017?section=popup/print

13) https://www.sedaily.com/News/NewsView/NewsPrint?Nid=29X633I5UH

14) https://www.sedaily.com/News/NewsView/NewsPrint?Nid=29X633I5UH

15)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207/116891509/1

16) https://www.newsis.com/common/?id=NISX20231204_0002545201&method=print&type=article

17) https://www.khu.ac.kr/kor/focus/detail.do?seq=2156581

18) https://www.newsis.com/common/?id=NISX20231204_0002545201&method=print&type=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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