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2024년 10월호 이그노벨상, 재미만 있을까? | 한국원자력의학원 책임연구원 김정영 | 2024-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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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lg Nobel Prize)은 매년 가을쯤 노벨상 수상이 발표되기 1-2주 전에 미국 대학교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 올해는 MIT에서 개최되었다. - 본래(?) 2024년 노벨상의 경우, X-선생이 칼럼을 쓰는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매일 발표한다. 노벨상에 비해 이그노벨상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과거에 발표되었던 연구의 재발굴도 허용된다. 그러다 보니, 연구자가 돌아가시고 그 자녀들이 수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올해에도 이그노벨상 평화상 분야에서 미사일 내부에 살아있는 비둘기를 넣고, 비둘기의 뛰어난 시각적 패턴 인식능력을 이용해 미사일의 비행경로를 정확히 유도하는 연구를 수행한 B.F. Skinner (미국, 1960년)가 수상되었고, 그 시상식은 그의 딸이 대신 참석하였다. 사실상 미사일을 조정하는 비둘기인 셈이다. 이 밖에도 주변의 나뭇잎을 모방하는 식물연구(Jacob White외, 독일/브라질/미국, 2022년)나 북반구와 남반구에 태어난 어린이의 가마 모양이 방향이 반대라는 연구(Marjolaine Willems, 프랑스/칠레, 2024년)도 매우 흥미롭다.
이그노벨 의학상은 소소한 연구결과이지만 신약의 임상평가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의약품의 부작용이 임상시험에서 미치는 영향력을 잘 설명(Lieven A. Schenk외, 스위스/독일/벨기에, 2024년)해 주었다. 이와 유사한 소소한 연구로, 이그노벨 물리학상도 죽은 송어의 수영 능력을 입증하여 유체역학적 설계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생리학상은 좀 웃기면서도 유전학적 이해가 쏙 가는 연구인데, 많은 포유류가 항문을 통해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증명(Ryo Okabe외, 일본/미국. 2021년)했다. 이 연구결과는 폐호흡이 어려운 응급환자에게 대안적 요소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그노벨 확률상도 포유류의 항문 호흡 못지않게 재밌다. 우리가 흔히 동전을 던지면 앞면인지? 뒷면인지? 게임을 하기도 하고 어떤 결정의 운이라고 결정의 방식으로 사용한다. -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한 클리셰로 나온다. - František Bartoš외 연구팀(네덜란드/스위스/벨기에/프랑스/독일/헝가리/체코, 2023년)은 350,757번의 동전 던지기를 통해 동전이 시작한 면과 동일한 면으로 떨어질 확률이 약 50.8%임을 발견했다. 그 0.8%의 차이가 가끔 우리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 과학적 실험으로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이그노벨 화학상(Heeremans외, 네덜란드/프랑스, 2022년)은 술에 취한 벌레와 술에 취하지 않는 벌레 행동을 비교하여 활동 물질이 행동조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했다. 인구통계학상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초고령자들이 대부분 출생과 사망기록의 오류에서 기인한다는 사실(Saul Justin Newman외, 호주/유럽연합, 2024년)은 밝혔다. 생물학상은 평화상과 같이 1941년 연구가 수상했는데, 젖소의 우유 분비가 피토신(옥시토신)에 의해 촉진되거나 아드레날린에 의한 억제된다는 것을 밝혔다.
이그노벨상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흥미를 끄는 이유는 과학기술의 출발이 인간의 엉뚱한 호기심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또한 그렇게 시작한 호기심을 탐구하는 과정이 때로는 결론이 없을 때도 있고, 그 탐구가 새로운 인류의 변화를 주는 과학기술로 거듭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과학기술의 투자는 국가의 사업이나 新시장 창출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방사선의학을 출발도 뢴트겐, 퀴리 박사를 필두로 한 많은 과학자들의 호기심으로 인해 출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도국의 연구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초중고대학교에서 과학인재가 즐겁게 어떤 형식이나 재원에 구애받지 받고 연구했을 때 우리 인류를 바뀌고 경제를 살리는 기술됨을 이미 다 알고 있다. 요즈음 의대정원 이슈에서 X-선생이 가장 슬픈 것은 과학지망생들이 의사로 가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과학계에 많은 학자들이 의사정원으로 쏠리는 과학인재로 인해 과학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사실 과학자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 등과 같이 사회인프라를 이끄는 봉사적 의미도 들어 있다. 다시 한 번 이그노벨상을 본다. 우리가 보고 있는 거대한 유산과 같은 노벨상도 중요하지만, 그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이 땅에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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