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2024년 09월호 무질서를 질서로 돌리는 방법 | 한국원자력의학원 책임연구원 조일성 | 2024-0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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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SF소설의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러시아 태생의 미국 작가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보스턴 대학교에서 생화학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아시모프는 로봇 시리즈로 대중들에게 유명하다. 특히 단편소설 “런어라운드(Runaround)”에서 제안한 ‘로봇의 3원칙’은 로봇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제안된 원칙으로 인공지능(AI)의 발전이 하루가 멀다고 진화하는 지금에 많은 윤리적 내용을 시사하고 있다.
“최후의 질문(Last question)”1)은 아시모프가 직접 쓴 가장 좋아하는 단편소설로 알려져 있다. 아시모프는 “최후의 질문”을 통해 인류의 운명과 우주의 운명 그리고 심지어 무질서2)를 질서로 돌리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1972년에 바라본 2026년 미래를 그리고 있다.
2026년 드디어 인류는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축하하는 잔치가 지구 방방곡곡에서 벌어졌다. “멀티백” 이라는 AI 컴퓨터를 조작하는 두 과학자는 ‘영원한 에너지’에서 ‘영원한’의 의미에 초점을 두고 논쟁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스스로 생각하고 처리할 수 있는 ‘멀티백’으로 불리는 AI컴퓨터에게 이 질문의 해답을 물어본다.
한동안의 침묵이 지루하게 지나고, 대답이 나온다.
이후 엄청난 시간이 지나 인류는 불필요한 육체를 벗어나게 되고 정신만이 이 별과 저 별을 노닐며 별을 지배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육체의 노화를 육체를 버림으로 정복한 것이다 !!! 인류는 드디어 죽음을 정복하게 되었고 정신만 남아 영생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 진화하는 만능 컴퓨터인 멀티백도 코스믹 AC(Automatic Computer)로 진화했다. 그렇지만 인간의 정신들도 이를 유지하는 에너지가 없으면 결국 영생도 언젠가는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대화를 서로 하다가 어떻게 하면 우주의 엔트로피를 줄일수 있을지 코스믹 AC에게 질문을 한다.
그리고 결국 엔트로피는 증가할대로 증가한 우주는 죽음을 맞이한다. 인류도 사라지고 모든 것이 소멸 되었다. 심지어 시간도 사라진 그곳에는 오로지 코스믹 AC만 남아 아직도 풀지못한 숙제인 우주의 엔트로피를 줄이는 방법을 찾고 찾았고, 또 찾았다. 이미 시간의 개념이 사라져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코스믹 AC는 그 답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대답을 알려줄 인류가 우주의 소멸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였다. 코스믹 AC는 대답을 알려주는 대신 스스로 대답이 옳음을 증명하고자 했고 코스믹 AC는 대답을 시행하는 명령을 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코스믹 AC가 무질서도를 뒤돌리는 대답을 말하는 대신 이 소설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 대신 ‘무질서도’를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무질서도’, 또는 ‘엔트로피’라 불리는 양은 물리학에서 시스템의 ‘무질서도’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열역학 제 2법칙에 따르면, 고립된 시스템의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고립된 시스템’이란 외부와 단절된 곳을 의미하며 물리적으로는 외부와 에너지나 물질을 주고받지 않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오로지 시스템 내부에서만 에너지와 물질의 변환이 일어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립된 시스템에서는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거나 최대한으로 유지되고 그러고는 증가할 대로 증가한 엔트로피만 간직하게 되며 아시모프의 소설에 나온 우주는 종말을 맞이한다.
빅뱅 우주론에 입각한 여러 우주 종말 가설 중에 가장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인 ‘빅 프리즈(Big freeze)’에 따르면 우주의 종말은 엔트로피와 관련되어 있다. ‘빅 프리즈’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서 모든 물체와 물체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결국 우주의 온도가 점점 낮아지며, 모든 물질이 가장 높은 엔트로피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우주의 온도는 절대영도에 가까워지면서 모든 것은 멈추게 된다. 종종 얼어붙는다는 표현도 사용한다. 다만, 너무 차가운 까닭에 시간마저 얼어붙게 된다. 우주는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최후의 질문”을 보면 마치 주변의 의견에 귀를 닫고 아집과 독선에 빠진 사람들과 그들만이 운영하는 고립된 시스템이 생각난다. 귀를 닫고 아집만이 가득한 고립계의 마지막을 시사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만들어온 시스템에 대해서는 엔트로피를 줄이는 방법이 많이 제안되었다.
이 얼마나 위대하면서도 시시한 내용인가???
위에서 말한 내용은 대단한 방법이 아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이며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대답이다. 너무 뻔한 방법이어서 어떻게 도입하고 이를 유지하는가가 어려울 뿐이다. 그룹의 운영과 미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시스템에 맞게 도입하고 적용해야 한다. 다만, 고립된 시스템일수록 더 많은 시간 투자를 요구할 것이다. 물론, ‘엔트로피’를 완전히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개선을 통해 어둡고 답답한 ‘무질서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실은 여전히 ‘복잡하고 아리송한 에드벌룬 떠있는 세상’3)이라 아시모프의 소설 “최후의 질문”에 나온 코스믹 AC의 답을 순간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하나의 마법의 주문이 생각난다.
루모스4) !!!
1) https://users.ece.cmu.edu/~gamvrosi/thelastq.html 코스믹 AC 의 대답은 위의 글을 읽어서 꼭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필자에게는 너무 충격적이면서도 엄청난 대답이었다.
2) 어느정도로 무질서 한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무질서도’는 과학에서 ‘엔트로피’로 정의된다. 엔트로피가 궁금하면 이글을 읽어보시라.
3) 고 김광석씨가 부르는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가사를 부분적으로 인용했음을 알린다.
4) 루모스는 헤리포터에 시리즈에 나오는 주문으로 지팡이 끝에서 작은 하얀색 빛이 나오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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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어렵지만 재밌고 솔깃한 칼럼이에요! 정기연재 해주세요~~♥️
덧글달기닫기2024-09-12 14: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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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위의 칼럼을 잘 읽었습니다. 국내의 연구 집단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봅니다.
아시모프의 최후의 질문에 빗대어 요약하면, 누군가에 행해진 연구는 복잡하고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반복적이고 뻔한 내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엔트로피 증가처럼 시스템은 계속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비유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 누군가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마치 무질서를 질서로 돌리는 방법을 찾는 척하지만, 본질적인 변화는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제기될 수 있고, 이또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을 현실적으로 풀어 쓰면 국내의 어느 기관이나 투입인력비율 비용대비 Output이 제대로 안나오면 그 사업은 접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결과는 볼 것도 없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덧글달기닫기2024-09-13 10: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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