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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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대 알파고김정영2016-03-17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중에서 깊은 생각컴퓨터의 답변 장면> 

 

 

  지난 한주 동안 구글에서 제작한 알파고라는 바둑에 특화된 프로그램과 이세돌 9단이 대국을 펼쳤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대국이 있는 날이다. 이미 알파고3번의 승리를 했고, 그저께 이세돌 9단이 연속 3패이어서 1승을 얻었을 때, 우리나라는 이세돌에 대한 자랑과 승리로 한껏 고무되었다. 바둑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대국을 열심히 지켜보며, 마치 2002년 월드컵 본선에서 이탈리아대표팀을 만난 한국대표팀의 게임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만약 저녁에 대국이 진행되었다면, 치킨과 맥주의 매출도 마구 치솟았으리라. 이세돌 9단의 승리는 뉴스며 인터넷이며 동네방네 잠시 동안 승리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X-선생은 마지막 대국을 보기 전에 이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이는 대국의 승패를 떠나서, 또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대결의 관점을 떠나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알파고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1996년 세계적인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19862005년까지 랭킹 1, 현재는 작가이며 정치가로 활동 중)IBM사에서 개발한 체스용 컴퓨터 딥블루(Deep Blue)’에게 3번 이기고 2번 비겼고, 이듬해 1997딥블루에서 향상된 컴퓨터인 디퍼블루(Deeper Blue)’에게 아슬아슬하게 패배한다.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더글러스 애덤스)’에서 인간으로부터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요구받고 750만년 동안 생각한 뒤, ‘42’라고 대답한 ‘Deep Thought(깊은 생각)’ 라는 컴퓨터에서 이름을 가져온 딥블루(디퍼블루)’는 그 이름의 기원처럼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최초의 컴퓨터가 되었다. 이 체스 게임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알파고가 끼친 영향과 같이 당시 서구사회에 인공지능기술에 대한 많은 충격을 주었다. 그때에도 인공지능 컴퓨터(또는 로봇)가 곧 세상을 지배하고, 이내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만연했다. 더욱이 그 당시에 몰아친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더 초라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 시기에 허리우드 영화들은 인공지능 로봇에 관한 소재를 많이 활용했고, 터미네이터처럼 인류를 심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디퍼블루가 인간의 체스 챔피언을 이긴 뒤, 오늘 우리는 인공지능 컴퓨터로부터 일자리를 잃고 절망적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다, 아직도 인공지능 컴퓨터보다는 사람이 훨씬 더 무섭다. 그래서일까 최근에 주목할 만한 인공지능기술을 소재로 한 영화인 그녀(스파이크 존즈, 2013), 채피(닐 블롬캠프, 2015), 엑스마키나(알렉스 갈렌드, 2015) 등은 과거 인공지능 컴퓨터의 위협과 다른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 그녀는 이혼을 앞둔(사랑을 잃은) 남자가 인공지능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멜로 장르에 충실하게 만들어서,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는 유쾌한 줄거리를 담고 있다. 또한 영화 채피는 다소 폭력적이고 액션물에 가까운 인공지능 로봇이야기지만, 워낙 인공지능 로봇이 귀여워서 영화를 보는 내내 유머가 있다. 그러나 그 유머 안에는 우리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담겨져 영화를 보고 나면 인공지능 컴퓨터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많이 떠올리게 한다.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와 스릴러적인 장면 연출로 인공지능 로봇이야기를 풀어가는 엑스마키나는 연구자의 시선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보게 해 개발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이들 영화는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 컴퓨터로부터 지배당하는 인간사회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뉴스나 인터넷에 떠도는 인공지능기술의 막연한 기대나 두려움으로부터 잠시 동안 현실성 있게 고민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오히려 X-선생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리들리 스콧, 1982)’에서 보여주듯, 인공지능 로봇이 현재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나 외국인 근로자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어쩌면 이러한 상상력은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가 더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오늘날 우리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인간 승리의 쾌감은 텅비어가는 내 주머니와 직장에서 더욱 치열해진 경쟁구도에서, 또 하나의 경재자의 등장에서 오는 두려움을 이겼다는 심리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사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넘어 커제 9(중국)을 설령 이겼다고 해도 인류가 절망할 필요는 없다. 위의 최근 영화들의 상상력을 보면, 인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감성에 있다. 같은 사랑해를 말하더라도 발성의 높낮이, 톤에 따라 눈썹의 위치에 따라 혹은 입가의 주름에 따라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을 인공지능 컴퓨터가 학습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이 필요하고, 그 감각 기관 간에 상호작용마저도 가능해야 하고 다중적 의미도 해석해야 한다. 이 우주와 같은 인간의 감성 세계를 과연 컴퓨터가 파악할 수 있을까. 1976716일 인류가 달에 착륙했고 과학기술은 모든 우주의 여행이 가능할 것처럼 말했지만, 아직도 그 온기만 남아 있을 뿐이다.

 

  구글은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을 두면서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과거 IBM딥블루를 통해 자사의 컴퓨터 연산처리 능력을 뽐내는 광고 마케팅을 하고자 했다. 구글은 이미 안드로이드와 크롬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가진 구글 자판기는 반복적으로 쓰는 문자를 사용자에 맞게 골라 주는 기능이 있고, ‘구글 보이스 검색은 말을 문자로 상당히 정확하게 전환해 입력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브라우저인 구글 크롬은 언어 간 번역기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구글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축척을 통해 하드웨어 기술로 진출을 서서히 늘리고 있고, 그들이 보여주는 구글 무인자동차는 미국의 어느 도시의 거리를 이미 활보하고 있다.

 

  이와 달리 낭만적인 생각으로, ‘알파고는 한편의 멋진 광고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라(희망컨대 구글의 홍보 효과만 아니기를 기대하며) 인간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은 아닐까. 인공지능 컴퓨터 기술은 이미 우리 손에 다 들어와 있고, X-선생이 쓰는 한글프로그램안에도 동작하며 오타를 잘 알려주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이 역사적으로 인류의 복지보다는 전쟁에 동원되어 인간을 많이 죽여 왔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 아픈 현실로 남아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알파고가 자본의 논리를 떠나 인류가 잠시 잃어버린 인간성을 찾아가는 컴퓨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번 대국은 승패에는 큰 의미가 없다. ‘알파고라는 친구가 인간과 바둑을 두기 위해 이세돌 9단을 찾아왔다. 터미네이터와 같이(또는 핵무기와 같이)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가 아니라, 개발자들과 호흡하며 인류의 오래된 게임에 도전하자고 왔다. 이 대국은 승패보다는 인류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게임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한다고 누군가는 걱정도 하지만,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과학혁명은 항상 사람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과 수혜에서 시작과 끝은 인간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문화와 예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지 않을까 한다. 불과 몇 년 전에 버스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 안내원이 있었고, TV 프로그램은 방송시간에 맞춰 꼭 봐야했다. 그래서 한일 축구와 같은 뜨거운 경기가 하는 날에, 서울 시내는 사람과 차가 없는 한산한 거리가 되었다. 이제는 스마트폰 관련 기술이 정착되면서, 갑작스럽게 사라진 직업이나 문화도 많지만 반대로 새롭게 생겨난 직업과 문화도 다채롭게 많아졌다. 오히려 알파고와 같은 두뇌를 추구하는 우리 교육이나 사회시스템을 좀 더 인간적인 문화로 빠르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에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이는 서울대학교에서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들의 학습비결이 암기라는 기사를 읽고 많이 놀라웠다. 그렇다, 우리는 직장을 가지기 위해 암기하며 수많은 시험을 치러야 하며 정답만을 골라내는 사회에 살고 있다. 심지어 과학기술연구소에 연구원이 되기 위해 높은 토익 점수가 필요하다. 이처럼 우리가 이기려는 상대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닮고 싶은 존재 알파고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만약 알파고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그는 우리 사회에서 꽤나 성공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리라(너무나 씁쓸하다). 이제 알파고와 우리가 어떻게 공생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시점이 왔다.

 

(2016.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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