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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ChatGPT에게 물어보세요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2023-05-08

  2028년 봄 어느 휴일 새벽. 서울 외곽에 위치한 중소병원 응급실에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40대 남성환자가 방문하였다. 응급실에서 당직을 하던 의사는 기본적인 환자문진 후 흉부 X선 검사, 심전도, 혈액검사 등을 매뉴얼대로 시행하였고, 검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검사를 마친 환자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Dr. ChatGPT 어플을 열고 홍채와 지문으로 본인 인증을 하였고, 그러자 스마트폰 안에서 인자하지만 아주 경험이 많고 똑똑해 보이는 AI의사가 나타나서 좀 전에 시행한 검사들의 결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Dr. ChatGPT는 환자가 급성심근경색일 가능성이 있으니, 이 경우 지금 당장 응급시술이 필요하다며 응급시술이 가능한 주변 병원을 연결해주겠다고 난리다. 깜짝 놀란 환자는 응급실 한쪽 구석에서 태연하게 모니터를 보고 있던 당직의사를 호출하였고, 지금 내가 심근경색이라는데 뭐하고 있는 거냐고 항의하기 시작한다. 의사는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제가 문진한 것과 검사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환자분의 가슴통증은 심장문제가 원인이라기보다는 위식도역류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에서 100%라는 것은 없는 것이니 환자분께서 원하신다면 응급시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가시도록 안내 드릴게요”

 

  위의 상황은 물론 지금으로부터 5년 뒤를 가상으로 꾸민 것이지만, 이미 X선 영상을 분석해서 판독문을 말해주는 프로그램이 나와있는 현실에서, 최근 버전의 ChatGPT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느낄 것이다. 여기에서 Dr. ChatGPT에게 자문을 구한 환자도, 자신이 배운 의학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진료한 의사도, 본인들의 권리에 따라 할 일을 한 것뿐이니 누구를 탓 할 일은 아니지만 환자나 의사가 모두 만족할 만한 상황이 되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예컨데, Dr. ChatGPT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주치의의 진료소견이 입력되어야 하고 최종적인 진단과 진료방침도 주치의의 확인 후에만 환자에게 제공되도록 설계되었다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AI기술로 의학영상을 분석하고 새로운 지표들을 찾아내는 것은 아주 전문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방사선의학 전공자라도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분석을 하거나 결과를 해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ChatGPT는 이와 달리 비전공자에게 전문분야에 대한 아주 쉬운 접근을 제공해준다. ChatGPT를 켜고 “FDG PET/CT를 설명해줘”라고 입력하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쉽지 않아서 “FDG PET/CT를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를 최대한 적게 사용해서 쉽게 설명해줘”라고 입력하면, 보다 쉬운 말로 풀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준다. 이 쉽고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바로 환자들이 그 동안 의사들에게 가장 많이 원했던 바가 아닐까 한다. 당연히 의학이라는 전문적이지만 필수적인 분야에 대한 환자들의 ChatGPT 수요는 급격히 커질 것이고, Dr. ChatGPT는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Dr. ChatGPT의 시대를 혼돈이 아닌 발전과 진보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 관련연구자들은 물론 규제기관, 시민단체 등이 모여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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