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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학, 이순(耳順)에 오다.한국원자력의학원 책임연구원 김정영2023-04-05

  1962년 3월 29일 원자력연구소(現 한국원자력연구원) 산하 기관으로 만들어진 방사선의학연구실은, 이듬해 1963년 12월 17일에 방사선의학연구소(방사선치료연구실, 방사선진단연구실, 방사성동위원소연구실)로 개편되었고, 이 연구소는 1968년 2월 10일 서울시 중구 정동 2번지에 부속 암병원을 개원했다. 특히 1973년부터 이 병원은 특수법인체로 전환되어 자체수입 운영방식을 채택했고, 1984년 10월 22일 노원구 공릉동에 신축병원이 개원되었다. 이후 1988년 1월 1일부터 병원은 원자력의학연구 및 암치료 전문기관으로서 원자력연구소 부설 원자력병원으로 승격되었다. 그리고 2007년에 원자력병원은 한국원자력의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연구조직과 함께 독립하게 되었다.

 

 

 

  1963년부터 방사선의학을 연구해 온 우리 의학원은 국내 최초로 많은 의료기술을 정착시켰다. 이러한 영예는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 병원들은 빠른 속도로 방사선의학 기술을 흡수하고, 우리 의학원은 외형적으로 대형병원 대비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 원인은 간단하게 원심력과 구심력으로 설명되는데, 내부적인 구심력은 방사선의학이라는 한정된 곳에 투자하면서 다른 진료과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측면에서 외부적인 원심력은 대형병원들이 하나의 복합형 의료산업 경제 수익모델로 정착되면서 그 기술력을 논하기에 앞서 막강한 인력과 자본력으로 의료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2가지 힘은 그동안 별도의 큰 투자 없이 천천히 방사선의학을 키워 온 우리 의학원 내 원자력병원은 노쇠해 가고 있다.

 

  1973년 우리 의학원의 병원은 호기 있게 자체수입 운영방식을 채택하였지만, 오늘날 의료시장은 그 시절과 사뭇 다른 환경이 되었다. 그렇다고 우리 의학원을 병원 중심으로만 보면 절대 안된다. 우리 의학원 내 방사선의학연구소는 여전히 병원 경영과 관계없이 그 방사선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특히 ㈜퓨쳐켐과 함께 국내 최초・세계 4번째 치매진단제(알자뷰)를 개발하여 국내 임상에 공급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시장에도 수출되고 있다. 또한 암치료 효과를 증진하는 생명공학・임상적 기술이 개발되어 실제 환자에게 사용되었다. 무엇보다 3대 사이클로트론에서 만들어지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방사성의약품은 수입산보다 몇 배 저렴하게 국내 의료기관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 우리 의학원의 대표적인 기술 소개 ]

 

 

  X-선생이 의학원의 사이클로트론 기반 방사성의약품 생산시설을 담당했던 시절에 부득이하게 시설정비와 청소를 위해 생산장비를 멈추어야 했다. 그리고 방사선을 측정한 뒤 안전한 상황에서 그 작업을 수행해야 했기에, 가령 1-2일 작업이면 기본적으로 2주 정도는 방사선이 사라지는 시점을 기다려야 했다. 이때 우리 의학원에서 생산해서 공급하던 ‘I-123 mIBG’라는 소아암 진단제로 쓰이는 방사성의약품 생산을 멈추어야 했다. 따라서 각 병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다시 공급은 3주 뒤부터 된다고 전파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X-선생의 사무실 전화번호가 소아암 환자의 보호자들에게 알려졌고, X-선생은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전문적인 유지보수 설명이 통하겠는가. 수화기 너머로 들여오는 울음소리가 같이 눈물을 흘리게 할 뿐이다. 많이 울었다. 왜 세상에 소아암이 있는지. 그 이후 병원들과 연락망을 강화했고, 우리 설비의 유지보수 일정과 환자 진단 일정을 조율하면서 잘 대처해 나갔다.

 

 

 

  위 사연은 X-선생이 우리 의학원의 가치를 처음으로 체험한 시기였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시기적절한 치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고, 우리가 만든 방사성의약품이 조금이나마 그들의 고통을 치유해 가고 있다. 공자의 격언처럼 우리 의학원은 어떤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는 이순(耳順)까지 어느새 도달하였다. 그 세월이 가진 운영노하우를 토대로 이제는 현대 의료시장에 맞서 방사선의학연구소와 원자력병원의 긴밀한 협업이 빛을 발휘할 때이다. 특히 국가RI신약센터라는 비임상연구지원 시설은 우리 의학원의 R&D 가치를 높이고, 또한 원자력병원은 우리 최신 기술의 테스트베드로 가는데 큰 가교역할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의학원을 단순하게 일반 대형병원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X-선생은 그 비판조차 수용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의학원이 공익R&D와 공공의료가 만나 우리나라 너머 세계적인 연구기관을 도약하는 꿈을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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