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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트(Flint) 워터 위기’를 아십니까?김정영(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2019-01-23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1954년∼)는 미국 자본주의의 현실적인 재앙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노출시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식코(Sicko, 2007년)’을 통해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2002년)’을 통해 미국의 무분별한 총기 사용의 문제를 과감하게 그의 화술로 쏟아냈다. 특히 최근에 ‘자본주의: 러브스토리(Capitalism: A Love Story, 2009년)’은 미국의 금융자본이 우리 생활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지를 코믹하면서 재치 있게 전달하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가장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영화는 ‘화씨 911(Fahrenheit 9/11, 2004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로 미국을 큰 충격으로 빠트린 911 사건의 배후로 부시 정부 자체를 지적한 이야기는, 전 세계인에게 매우 놀라는 가설과 리얼리티를 선사하였다.

 

 

 

  이제 그는 좀 더 현실적인 미국의 정치이야기, ‘화씨 119: 트럼프 시대’(Fahrenheit 11/9, 2018년)를 들고 다시 나타났으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생각하는 미래를 현재의 미국을 통해 보여 주려 했다. 여기서 ‘화씨 119’는 전작 ‘화씨 911’에 대한 패러디이며, ‘911’이 9월 11일 미국의 비행기 테러 일을 상징한다면, ‘119’는 11월 9일 미국 대통령 선거일을 말한다. 항공기 테러와 트럼프 당선, 두 사건을 연결시키는 감독의 재치는 결국 두 사건이 모두 미국 사회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화씨 119’를 통해 당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가설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실책을 - 이미 민주당의 정책이 친자본가 성향으로 편승되어 공화당과 구분이 어려운 된 점 - 찾아내었다. 특히 X-선생이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를 보고 놀라운 사실은 ‘플린트(Flint)’ 시의 경제와 보건시스템의 동반 몰락이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이 - 그냥 대충 듣기에는 - 우리나라가 겪은 일이거나 앞으로 겪게 될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마이클 무어의 목소리에 주목하게 되었다.

 

  트럼프가 대통령 되기 전부터 극찬한 금융자본기업 CEO 출신의 ‘리차드 데일 스나이더’는 2011년 미시간 주지사가 되어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독재자처럼 강행하였고, 대기업 자본가에게 세제혜택, 공기업의 민영화, 대규모 토목사업, 주 복지정책의 축소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시건 주에서 한 때 자동차산업으로 유명했던 플린트(Flint) 시도 신자유정책의 폭풍에 예외는 아니었다. 플린트(Flint) 시는 일찍이 미시간주 동부에 속한 플린트(Flint) 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산업도시였고, 19세기부터 주변의 풍부한 목재를 토대로 공업이 발달하였으며, 1908년에 제너럴모터사(GM)의 자동차 공장이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디트로이트 시 다음으로 유명한 자동차산업의 도시가 되었다. 한때는 미국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도시였으나, GM 자동차가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플린트 시는 점점 슬럼화 되었고, 이처럼 오랜 공업화의 도시였던 탓에 플린트 강은 식수로 불가한 물이 되어 있었다. 또한 1917년에 건립된 플린트(Flint)의 상수처리장은 파이프라인이 납으로 만들어져 – 과거 미국에서는 납으로 된 수도관을 많이 사용하였다 - 있어서, 이미 이것을 사용하는 플린트(Flint) 시의 집들은 납중독에 노출되어 있었다. 1960년대 이후 플린트(Flint) 시는 납으로 만들어진 파이프라인을 새로운 수도관으로 교체 하려고 했으나 부동산 스캔들로 인해 디트로이트 시로부터 물을 사먹기로 했다. 그리고 빙하호수인 거대한 휴런호부터 공동 파이프라인 – 납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급수관 - 을 활용하여 물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래서 플린트 시는 미국 내 그 어떤 도시들보다도 비싼 수도요금을 내는 도시가 되었다. 물론 비싼 수도요금이 경제가 좋을 때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GM의 자동차산업이 저임금의 외국으로 발 빠르게 이전하면서 플린트 시의 경제를 쇠락했고 수도요금은 다른 생활비와 견줄 만큼 생활을 위험 하는 존재가 되어갔다.

 

 

< 플린트 시의 상수도원(좌) 및 플린트 워터 사건을 풍자한 그림(우) >

 

  2011년에 등장한 미시건 주의 스나이더 주지사는 휴런호에서 오는 파이프라인을 하나 더 신축하기 시작했으나, 다른 도시와 협상이 잘 안되면서 플린트 강을 상수원으로 지정하였다. 결국 지난 공업화에 의한 오염된 강과 납 수도관이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플린트(Flint) 주민들은 납중독 증세를 보였고, 대략 80명 이상(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음)이 사망하였고 많은 어린이들이 혈액 내 납 농도가 증가하였으며, 아직까지도 관련 질병들에 주민들이 시달리고 있다. 이것을 무마하기 위해 미시건 주 보건당국의 납수치 조작도 있었다는 내부 폭로도 이어졌다. 플린트(Flint) 시민들은 플린트(Flint) 시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를 바랐으며 상수원도 다시 휴런호로 바꿀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그러나 스나이더 시장은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하였고, 오히려 플린트 시에 하나 남은 GM 자동차공장에서 바뀐 상수원 때문에 차체에서 부식이 발생한다는 보고를 받아들여서 GM 자동차공장만 다시 휴런호로 상수원을 교체해 주었다. 그렇다, 플린트(Flint) 시민들은 스나이더 주지사를 정치(자금)적으로 후원하는 GM의 요구는 들어주지만 자신들의 요구는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 플린트 시의 상수도원 그림: 휴런호부터 오는 파란색 수도관(기존) 및 오렌지색 수도관(신규) >

 

  이런 주민과 주지사의 극단적 대립 상황에서 플린트(Flint)에 사는 어린 아이가 당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플린트(Flint) 시민들의 절박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고, 이에 감복한 오바마 대통령은 플린트(Flint) 시의 워터 문제 때문에 방문하였다. 플린트(Flint) 시는 흑인종이 80%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플린트(Flint) 수돗물을 살짝(?) 먹는 퍼포먼스와 납중독 문제에 대해 스나이더 주지사가 잘 처리할 것이라는 대중 연설을 하고 떠났다. 이것으로 인해 많은 플린트(Flint) 시민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결국 플린트(Flint) 시와 관련된 건축업자, 금융자본들은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플린트(Flint) 시민들은 대량으로 생수로 사서 양치, 샤워, 식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주거 환경이 열악해 지고 납중독에 인한 건강문제가 커지면서 많은 주민들이 플린트를 떠나기 시작 - 빈 집이 너무나 많다 - 하였고, 급기야 플린트 시는 한 번 입주하면 못 떠나는 곳이 되었다. 이것에 대해 감독은 그의 고향인 플린트 시에서 벌어지는 상수원 문제에 대해 ‘대량학살’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이것은 인종문제이며 빈곤문제라고 외쳐 미국 연방정부와 사회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국민의료보험제도’조차 없는 미국 사회에서 납중독에 의한 질병은 곧 죽음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플린트(Flint)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미국 육군은 플린트(Flint) 시내의 버려진 건물들을 배경으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사전 예고 없이 새벽에 시행했다(유투브 검색하거나 영화를 보면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 영화 ‘화씨 119’ 중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플린트 연설(좌) 및 플린트에서 손상된 벽화(우) >

 

  우리는 최근 베네수엘라를 보면서 석유를 가진 자원 부국이 어떻게 쇠락해 가는지에 대해 다향한 각도로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부분이 정부가 지나치게 국민들에게 퍼주었다는 논리인데, 글쎄, 마이클 무어 감독이 보여주는 플린트 시를 보라. 주지사가 금융자본과 결탁하면서 만들어 낸 각종 자본의 민영화가 어떻게 한 도시를 황폐가 만들어 가는지를. 미국(美國)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나라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동경의 나라이기도 했으며, ‘아메리카 드림’이 있어서 재능과 근면만으로 언제든 성공할 수 있는 나라이며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였다. 그러나 21세기 미국은 어느 부분에서 우리나라 보다 더 못한 후진국 병들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도 십여 전에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 CEO 대통령을 선출하였지만, 그가 만들어 놓은 세상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최근 결과들이 말해주고 있다. 그는 이미 감옥에 있지만, 그가 만든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으로 인한 살인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몇 사건은 그 후유증이 얼마나 큰일인지, 혹은 플린트(Flint) 시의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우리나라 사건사례(1); 2018년 11월 24일 KT 아현국사 통신선 화재는 IT강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으며, 대부분의 KT 기술 사업이 민영화된 탓에 통신선이 지나는 선로를 관리할 인력도 수리할 인력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KT와 협력하는 회사 직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이 번 사고를 예방할 수도 적극적으로 대응조차 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컬하게,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기술이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인프라 관련 기술자들의 안정된 일자리인 셈이다. 이러한 배경이 기술자들을 육성하고 그 인프라를 견고하게 관리해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 번 사건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 특히 자영업자, 응급환자 등 - 피해를 보았다. 그동안 KT에 키우고 그 기술을 믿고 투자하고 육성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혜택은 소수 권력자들에게만 돌아가고, 결국 모든 주요 기술은 민영화되었다. 최근 PD수첩 보도(2018년 1월 8일자)에서 KT 황창규 회장은 2014년 부임 3개월 만에 8천 300여명을 해고했다는 씁쓸한 소식을 우리들에게 전했다. 그 해고자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사건사례(2); 2018년 12월 4일에 일어난 백석역 온수관 파열사고로 인해 1명이 안타깝게 사망(딸 결혼을 위한 상견례 마치고 차량에 탑승한 뒤 화상으로 사망)하고 여러 명이 화상을 입었다. 상상하기 힘든 도심 도로의 온수관 파열 사고 역시 민영화로 인해 관리 주최가 모호한 상황에서 일어진 인재 중에 인재로 점점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건사례(3); 2018년 12월 8일에 강릉에서 서울오던 KTX 열차가 탈선했다. 그동안 수차례에 유사 사건도 많았으며, 그것이 주요한 원인들이 민영화된 관리 사업이라는 점이 차차 밝혀지고 있다. 특히 코레일 여승무원들의 장기 투쟁으로 13년 만에 단계적 복직 결정은 얼마나 우리 사회가 민영화 돌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영국 철도는 민영화의 선봉에 있었고, 안전사고가 너무 많아 다시 국영화로 가는 과오는 국가사업의 효율화를 다시 생각하는 점 중에 하나이다.

 

  우리나라 사건사례(4); 2018년 12월 11일에 태안화력발전소 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망한 故김용균(24세)씨의 사연은 민영화가 가진 비인간적인 모습들의 총체적인 사례로 대표되기도 한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많은 국민들이 아파했고, 과거 2016년 5월 28일에 있었던 구의역의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한 김군(19세) 사고를 떠올리게 하여 더욱더 슬픈 소식이었다.

 

  미국의 플린트(Flint) 시를 보라. 시민들의 납중독이 있어도 그것으로 인해 많은 질병이 유발해도 민영화는 효율화를 내세워 납중독을 묵인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보다 자본의 이익이 더 우선 시되는 나라가 미국의 미래인가. 정부의 기능이 경제적 효율성에만 있는 것인가. 당신은 당신의 안전을 위해 정부에게 내는 돈이 진정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기준을 가지고 우리 앞에 있는 현상을 언론의 선동을 넘어 과학적으로 실험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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