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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사선의학의 길을 열다김정영(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2018-06-22

  2018년 6월 12일, 만우절과 같은 장난 끼가 있는 날에나 들릴 뻔한 소식이 생생한 텔레비전 화면으로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악수를 하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평화협정에 서명을 하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둘은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치킨게임’을 하던 분들이었다. 거친 싸움 뒤에 느끼는 연민이랄까. 둘은 어느 국가 지도자들의 만남보다 뜨거운 눈빛을 교환하였다. 드디어 북한은 그 단단했던 문을 열기 시작했고, 미국은 그 문을 막았던 장애물을 조심씩 치워주기 시작했다.

 

 

 

  실제 김정은 정권은 그 어느 해보다 군사적 이슈를 벗어나 '과학기술 인재화'와 '교육·경제 정보화'를 강조하며 시대정신을 실천해 가고 있다. 이것은 비현실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김정은 정권은 남북 화해로 얻어진 국방비의 절약으로 인해 경제 발전을 가속화될 수 있으며, 국방에 헌신하는 젊은 인적 자원을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핵무기 개발에 쏟아 부은 국가의 과학자들을 북한의 과학성장의 동력으로 만드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판단된다.

 

  핵무기, 원자력, 그 기술의 평화적 이용 중에는 냉전시대에 ‘마리에 퀴리’가 주장하듯 방사선의학이 있다. ‘마리에 퀴리’는 1차 세계대전 때 자동차에 X-선 촬영기를 실어 전쟁의 부상자를 진단과 치료하는 일에 앞장섰고, 핵물리학회에서 여러 차례 원자력기술의 의학적 활용을 주장하여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암치료 연구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원자력은 과학사에서 삶과 죽음의 기술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야누스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결국 비핵화에서 상징적인 기술로 방사선의학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책방향과 같이 평화적 의미를 보탤 수 있다.

 

  그럼 북한은 의학기술이 필요한가. 북한의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95명으로 남한 161명의 60% 수준이며, 이는 암 검진 인프라 부족과 낮은 암 검진비율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IARC)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북한의 신규 암 환자수는 55,372명이며, 남자의 경우 폐암 발생률(28.4%)과 사망률(34.8%)이 가장 높았고, 여성의 경우도 폐암의 발생률(22.1%)과 사망률(30.9%)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북한의 호발암은 남녀 모두 폐암이 1위이며,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또한 놀랍게도 심혈관질환은 북한의 질병 사망원인 1위이며, 이것은 남한보다 2배 이상 높은 편이다. 이렇듯 세계은행(World Bank)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자 66세(남한 78세), 여자 73세(남한 85세)로 같은 시기의 한국과 비교하면 10년 이상 짧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북한은 의학기술의 도입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며, 이것은 김정은 정권의 국정운영과 원자력기술의 평화적 활용에서 합목적성을 만들어낸다. 국제원자력기구 내 방사선치료 데이터베이스(DIRAC)에 의하면 북한에 방사선치료기기가 설치된 병원은 3곳에 불과하고 고려의학과학원(평양), 평양 제1 인민병원(평양), 적십자병원(평양)이며, 3대의 Co-60(방사성코발트) 조사장치와 1대의 의료용 선형가속기(betatron)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방사선치료기 1대당 암환자 수는 13,843명으로 한국에 비해 약 15배(한국은 선형가속기 169대, 감마나이프 20대, 사이버나이프 11대) 정도 낙후된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 방사선치료기기들은 오래된 기종이며 모두 외부방사선치료기로, 오늘날 자궁경부암 등의 치료에 쓰이는 근접방사선치료기는 한 대도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의학 데이터베이스(NUMDAB)에 따르면 북한에서 가동되고 있는 핵의학 분야 암, 심혈관, 치매 등과 검사기기는 아예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진단기술조차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사실 우리 의학원에서 아시아 지역의 많은 개도국들에게 방사선의학기술을 교육하고 매년 연구 지원하지만, 정작 같은 민족이며 같은 언어로 쓰고 가장 가까운 북한에는 우리의 기술을 전달해 준 적이 거의 없다(주민들에게 혜택 갈 정도로). 이것은 북한이 지난 수 십 년간 폐쇄적인 사회를 고집하면서, 또 미국과의 갈등 관계가 첨예하면서 벌어진 과학적 참사이다.

 

  오늘날 방사선의학은 질환의 가장 직관적인 진단기술이며, 동시에 치료기술을 가지고 있어 자체 의학적 효과이외에도 다른 진료과와 협업하기도 용이하여 새로운 의학기술의 발전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또한 방사선의학은 의사 외에도 방사화학자, 방사약사, 전기․전자․기계공학 전문가, 핵공학 전문가, 물리학자, 방사선사 등 원자력․방사선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전공 인력이 융합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이것은 향후 비핵화에 따른 유휴인력에 대한 멋진 대안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악수는 핵무기로 서로를 위협하고 죽음을 떠 올리는 원자력기술을 이제 삶의 질을 높이는 방사선의학으로 탈바꿈해야 최고의 기회이다.

 

  그 중심에서 한국의 방사선의학이 북한의 과학기술 발전과 동포의 건강을 함께 만들어가는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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