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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대학교 박래웅 교수- 의료데이터의 표준화와 가치 있는 공유
맞춤형 정밀의료 실현의 길, ‘증거공유 기반의 플랫폼’

    2017년 12월호
    아주대학교 박래웅 교수- 의료데이터의 표준화와 가치 있는 공유
    맞춤형 정밀의료 실현의 길, ‘증거공유 기반의 플랫폼’

  환자 개인의 생물학적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맞춤형 치료를 가능케 하는 ‘정밀의료’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해외 각국은 정밀의료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데이터의 활용과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 활용에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의 인공지능 활용은 십수년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의미한 데이터의 가치기준을 만들어 놨기에 가능하다”고 말하는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 박래웅 교수는 “의료데이터가 전 인류에게 주는 혜택과 산업적 가치, 의료 질 향상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하고, 의료데이터를 가치있게 활용할 ‘의료정보 공유/분석 플랫폼’ 구축을 확대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의료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드는’ 의료정보학

  의료정보학은 의료분야의 ‘컴퓨터 공학’, ‘산업공학’이라 할 수 있는 데, 컴퓨터 공학에서부터 인지과학, 통계학, 의학 등 여러 학문연구를 필요로 하는 다학제 학문분야이다. 의료분야에는 굉장히 많은 데이터들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한 효율적인 지식발견과 교육, 임상적용 등에 활용하는 의료정보학은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촉발과 빅데이터 이슈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특히 최근 들어 데이터 저장에 대한 비용부담이 낮아지고 분석능력도 빨라지면서 과거 버려졌던 데이터들을 이용해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의료계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료, 개인맞춤 진료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전인적인 의료서비스와 효과적인 산업적 가치 발굴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한 사람’을 기준으로 연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박래웅 교수는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사람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유전데이터, 임상데이터에서부터 개인의 일상과 행동 패턴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활용하는 라이프로그(Life Log) 데이터들 까지 모아지고 통합되어야 정밀의료의 근간이 되는 맞춤형 진료 및 치료, 예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 생명윤리안전법 등에 의해 의료데이터의 공유가 엄격하게 차단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약회사, IT회사, 연구자 등 기관(병원) 밖의 관계자들이 기관(병원) 안의 의료데이터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의료데이터의 효과적인 관리와 효율적 활용

  개인의 정보가 공개되어 발생되는 사생활 침해와 차별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 의료데이터는 매우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그러나 ‘100% 완벽한 정보보호’는 오히려 개인맞춤 치료를 통한 정밀의료 시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완벽한 정보보안과 데이터의 활용가치는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소위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의료데이터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혜택 대비 위험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사회가 받아들 있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박래웅 교수는 “정보 활용을 통한 전 인류의 혜택이나 난치병의 치료, 의료의 질향상 및 산업적 가치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하고 글로벌 흐름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제도적·장치적 완벽보안에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미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영국 등 해외국가들은 정밀의료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2~3년 내에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의료선진국 계열에 들어서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의료데이터를 현명하게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외국에서 개발된 약을 먹고, 외국에서 만들어진 건강정보와 서비스를 소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박래웅 교수는 “세계 의료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한국인의 유전적·환경적 특성이 고려된 치료법과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질적 하락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약물 부작용 알고리즘 개발에서부터 오딧세이 컨소시엄까지

  2005년부터 약물의 부작용을 감지하는 알고리즘 개발과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해 온 박래웅 교수는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 부작용을 자동 스크리닝하는 방법론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오몹(OMOP, Observational Medical Outcomes Partnership)’을 만나면서 의료데이터의 분석과 활용가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식품의약국(FDA), 제약협회(PhRMA), 국립보건연구원(NIH)간 협력사업인 오몹은 약물 역학연구를 위한 분석 방법을 체계화하고, 데이터 모형을 통일하여 연구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공통데이터모델을 구축한 사업으로 ‘글로벌 오딧세이(OHDSI, Observational Health Data Sciences and Informatics)’에서 채택하고 있는 표준이다.

  박래웅 교수는 오몹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2013년 설립된 글로벌 오딧세이 컨소시엄의 창립멤버로, 2014년 귀국 후 아주대학병원의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활동은 물론 한국 오딧세이 컨소시엄도 함께 이끌고 있다. “의학적 발견이나 치료법 연구, 신약 개발시 모든 의료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박 교수는 “의료데이터를 분석해서 나온 ‘증거’가 연구개발이나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며, 이를 공유하는 방식인 ‘증거공유(Evidence sharing) 기반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오딧세이 컨소시엄의 역할이자 목표”라고 설명한다.


<설명> 증거공유 기반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알고리즘 분석 이미지

  증거공유 기반의 플랫폼은 각 기관(병원)에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똑같은 구조와 의미로 병원별로 표준화시킨 상태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내용, 즉 통계프로그램 등의 소프트웨어가 각 기관(병원)으로 보내지고, 병원 내부에서 분석된 최종 결과만을 공유하는 것으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동시에 여러 기관(병원)의 핵심증거를 동시에 모을 수 있어서 의료데이터 활용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글로벌 오딧세이 컨소시엄은 14개국에서 18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포함한 17개 의료기관에서 한국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오딧세이 컨소시엄의 플랫폼 구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는 박래웅 교수는 “이는 참여기관(병원) 대부분이 상급 종합병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들이 매우 자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신뢰성을 검증받고 있어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하였다.

▶ 데이터 활용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인재양성’ 시급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는 2005년에 만들어져 의과대학 기초교실로 소속돼 있으며 전임으로 교수, 연구원, 학생을 합쳐 4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는 임상데이터, 생체신호데이터, 유전체 데이터 등 ‘병원에 있는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트레이닝하고 있어 현장중심 인재양성에 보고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박래웅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이 연간 20억 원 규모의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학교 안팎, 더 나아가 글로벌 활동까지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면적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정보 관련 학문을 다루는 대학은 10여개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고 말하는 박래웅 교수는 “최근 들어 여러 대학에서 의료정보학 관련 전문학과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학생들을 트레이닝하기 위해서는 의학은 물론 컴퓨터공학 등을 두루 섭렵하고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이러한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한다. 특히 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의료데이터들은 쏟아지고 있고, 각 병원들은 자신들만의 복잡한 규칙에 의해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 규칙과 문맥을 파악해서 이용가치가 높은 데이터로 표준화 및 변환시키려면 통찰력과 경험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병원 스스로 니즈와 활용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

  “일반적으로 의료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병원장들은 얼마만큼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며, 이로 인한 수익 및 가치창출은 어느 정도일까를 고민하게 된다”는 박래웅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결정권을 가진 병원장등이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에 얼마나 동의하고 이해하는지에 있으며, 이에 따라 컨소시엄 내의 정보공유를 넘어 외부에서 증거공유망을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기관과 제약회사 등 기업과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수익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박래웅 교수가 속해 있는 한국 오딧세이 컨소시엄은 ‘증거공유 기반의 플랫폼’ 구축을 위해 병원장의 의사결정이 완료되면, 데이터의 구조와 의미를 가장 잘고 있는 병원 EMR(전자의무기록) 전담직원 1명과 임상교수 1명을 2인1조로 지정하고 박래웅 교수팀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세부단계로는 ▷데이터 용어 표준화 계획 수립 ▷표준화 방향을 위한 ‘명세서를 만드는 작업’, ▷용어표준화 계획과 명세서 기반으로 실제 데이터 표준화 작업 순으로 진행된다.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시작한다면 그만큼 진행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박래웅 교수는 “1~2단계에는 자체 보유한 PC만으로도 데이터 표준화 작업이 가능하며, 데이터의 용량, 병원별 특성에 따라 기존의 서버 활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간을 소비하는 것 보다는 우선 전문가와 협의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 아시아·태평양으로 활동무대 확대할 계획

  최근 한국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합류해 데이터 표준화를 진행하려는 의료기관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박래웅 교수는 내년에는 30여개 의료기관이 한국 오딧세이 컨소시엄을 통해 의료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박 교수는 “내년에는 활동무대를 아시아·태평양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오는 1월 15일부터 5일간 싱가포르 식약처의 초청으로 싱가포르에 방문해 오몹(OMOP) 자료의 표준화 조사와 변환작업, 강의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박 교수팀은 현재 대만,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도 데이터 표준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들 국가의 진출방향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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