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2024년 11월호 제68화 다중 이온 방사선치료(Multi-Ion Radiotherapy) |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 | 2024-1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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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세 중 대세이다. 10월 8일과 10월 9일 양일에 걸쳐 발표된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모두 AI 분야에서 배출되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은 ‘AI 머신러닝 대부’로 불리는데, 홉필드 교수는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 알고리즘의 전신인 홉필드 모델을 개발했고 힌턴 교수는 볼츠만 방정식과 홉필드 모델을 더해 우리가 알고 있는 ANN 알고리즘을 정립했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된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알파폴드’를 이용해 새로운 단백질 설계에 성공하였고, 데미스 허사비스(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린다)와 존 점퍼는 각각 딥마인드 CEO와 연구원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알파폴드’를 개발해 단백질 구조 예측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특히 화학자가 아닌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것이 큰 이변으로 받아졌다. - 데미스 허사비스는 인지신경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 2024년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 수상자1), 왼쪽부터 존 홉필드, 제프리 힌턴(노벨물리학상)
데이비드 베이커,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노벨화학상) >
AI 기술은 생화학 분야뿐 아니라 원자력·방사선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원자로 운영 모니터링, 원자로 출력 예측 및 제어, X선 영상 기반 방사성폐기물 자동 판독, 방사선 재난 비상 대응에 활용하는 방안 등 다방면에 걸쳐서 AI 기술 도입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원자력·방사선 기초연구에 빠질 수 없는 시뮬레이션(모의실험)도 AI 기술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통적으로 시뮬레이션은 근사해를 구하는 수치해석적인 방법을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계산이 수반되기에 슈퍼컴퓨터를 사용한다.2) 특히 핵·입자물리학 분야에서는 시뮬레이션이 매우 중요한데, 1946년 수소폭탄 개발을 위해 고안한 시뮬레이션 방법이 그 유명한 몬테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이다. 몬테카를로 방법은 무작위로 추출된 난수를 이용하여 함수값을 계산하는 통계학적인 방법으로 많은 결합 자유도를 가진 시스템(세포구조, 유체 등), 입력값에 불확실성이 있는 현상(사업위험도 등)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활용된다.3) 핵·입자물리학 분야에서는 LHC(Large Hadron Collider)에서 충돌된 입자 간의 상호작용을 이론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앞서 시뮬레이션과 AI 기술이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는데,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바둑 AI 알파고에 몬테카를로 트리탐색 알고리즘이 적용되었고, 알파고를 만든 회사가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가 CEO로 재직 중인 딥마인드이다.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에 AI 기술이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보니, 방사선의학 기초연구 단계에 AI와 시뮬레이션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방사선에 의한 인체 영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에서는 AI와 시뮬레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 같은, 방사선치료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연구주제 중 하나인 다중 이온 방사선치료(Multi-Ion Radiotherapy)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입자방사선은 중성자치료와 기존 방사선치료(X선, 전자선) 보다 정상조직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암 조직을 더 많이 제거할 수 있다. 입자 방사선치료 연구는 1950년대 말,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LBNL)에서 양성자치료를 환자에게 적용한 것을 기점으로 웁살라에 위치한 Gustaf Werner 싱크로트론을 활용한 양성자 조사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현재까지 전 세계 수백 곳의 연구기관과 병원에서 양성자치료 연구 및 환자치료를 하고 있다.
LBNL는 1957년부터 1992년까지 양성자 이외에 헬륨, 탄소, 산소, 네온 그리고 아르곤 등과 같은 다양한 입자방사선을 이용하여 환자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들을 바탕으로 1984년 일본 QST의 전신인 NIRS에서 Heavy-Ion Medical Accelerator in Chiba (HIMAC)를 건설해 양성자보다 무거운 중입자(12C)를 이용한 암 환자치료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이후 1994년 HIMAC은 세계 최초로 중입자 방사선을 환자치료에 적용했고, 오늘날에는 전 세계 13개 의료기관에서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다. 2021년에는 Heidelberg Ion-Beam Therapy Center (HIT)에서 LBNL 이후 30여 년 만에 헬륨 이온을 환자치료에 적용한 바 있다.
< 입자 방사선치료의 역사 >
입자방사선은 높은 LET (Linear Energy Transfer)과 브래그 피크(Bragg peak)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입자 방사선치료가 일반적인 X선이나 전자선 치료보다 RBE (Relative Biological Effectiveness)가 좋고, 또한 OER (Oxygen Enhancement Ratio)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 LET, RBE, OER, Bragg Peak 정의 >
아래 그래프는 LET·RBE·OER 간 관계와 입자방사선의 특징인 Bragg Peak를 보여주고 있다. 입자방사선은 일반 X선이나 감마선과 같은 에너지를 조사해도 높은 LET로 인해 RBE가 높고, OER에 영향을 적게 받아 방사선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저산소 종양(hypoxia tumor)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더불어 고 LET 입자방사선의 특징인 Bragg Peak로 인해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정상조직 손상 없이 심부 종양을 치료할 수 있다.
< LET/RBE/OER의 관계4)와 Bragg Peak5) >
이 같은 입자방사선 특징 덕에 양성자치료와 중입자(12C)치료가 전 세계적으로 암 환자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Bassler 연구팀에서 물질 내에서 동일한 선량 분포를 보여도, 입자와 물질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2차 저 LET 조각들(Secondary low-LET fragments)이 생성되어, 부분적으로 다른 LET 분포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6)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입자 또는 저 LET 양성자 방사선과 IMRT, Tomotherapy 등과 같이 기존 방사선치료를 결합한 Boost 치료기법이 연구되었고, LET painting6), dose-painting7) 개념들이 도입되면서 여러가지 입자방사선 LET를 최적화하는 다중 이온 방사선치료(Multi-ion radiotherapy, MIRT)가 방사선종양학 분야의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게 된다.
NIRS-QST에서는 초전도 갠트리, 3D 위상 조절 스캐닝 조사 시스템 그리고 호흡 동기화 같은 기존 시스템에 이온을 빠르게 교체할 수 있는 전자 주입 공명 사이클로트론 이온소스(Electron cyclotron resonance ion source, ECR-IS)를 통해 헬륨, 탄소, 산소 그리고 네온 이온 LET를 최적화해 종양 조직을 제거하는 MIRT 연구가 진행 중이다.8)
2016년 Inaniwa 연구팀은 두 종류 이상의 이온을 하나의 치료 세션에 적용하는 Intensity modulated composite particle therapy (IMPACT) 방법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양성자, 헬륨, 탄소, 산소 이온을 조사하여 종양 부위 LET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정상조직에는 방사선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9) 이 밖에 종양 내 LET 분포를 최적화하는 방법과 생물학적 최적화를 통한 부작용 경감 방안 등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MIRT가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다중 이온 방사선을 조사하기 위해 이온 소스를 교체하는 속도가 개선되어야 하며, 조직 내 산소농도, 방사선량률 그리고 LET와 RBE 간 관계 등을 고려한 새로운 생물학적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 더불어 2차 암 발생위험도와 비용 절감 논의도 필요하다.10)
2024년 10월 10일 목요일은 필자가 잊기 힘든 날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과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영광의 주인공이 한강 작가라는 기사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접한 순간, 필자가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노벨평화상 이후 24년 만이다. - 업적은 한강 작가가 세웠지만, 필자가 더 기세등등하다.
< 우리나라 노벨상 수상자인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강 작가11),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올라간 인문계와 연세대학교 위상 (유머는 유머로 봐주시길) >
또한,이번 노벨 생리학상에는 숨겨진 한국인 과학자가 있다. 마이크로RNA(miRNA) 발견의 공로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엠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은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1993년 ‘셀’지에 발표한 논문 2편이 주요하였다. 이 논문 중에 당시 하버드의대 박사후연수생으로 활동하며 공동1저자로 참여한 하일호 박사가 있다. 그는 인재대 뇌과학기술연구소장을 거쳐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 바이오기초기술센터장, 테라젠이텍스 연구소장, 메드팩토 대표, 툴젠 사외이사 등 대부분 바이오 분야 기업에서 일해12) 왔다.
한강 작가 수상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다양한 형용사를 제대로 번역할 수 없어 노벨문학상 수상이 어렵다’라는 공식을 깨뜨렸고, 하일호 박사의 조용한 노벨상 기여는 우리 과학계가 노벨상에 근접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이공계 학생·연구자분들이 더욱 분발해서 우리나라에서 물리학·화학·생리의학 분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타나기를 바란다. - 노벨상 수상자의 주요 연구 분야가 방사선의학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1) https://www.nobelprize.org
2) 문기효, AI 기반 물리 정보 신경망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삼성SDS 인사이트리포트, 2023
3)위키피디아
4) Sarah Baalout, Radiobiology Textbook, 2023, Springer
5) J of Medical Radiation Sci, vol;71, issue:S2, 59-7
6) Bassler N et al, Dose- and LET-painting with particle therapy, Acta oncol, 2010, 49(7):1170-1176
7) Ling CC et al, Towards multidimensional radiotherapy(MD-CRT): biological imaging and biological conformality, Int J Radioat Oncol Biol Phys, 2000, 47(3):551-560
8) Mizushima K et al, Experimental study on monitoring system of clinical beam purity in multiple-ion beam operation for heavy-ion radiotherapy, Rev Sci Instrum, 2020, 91(2):023309
9) Inaniwa T et al, Treatment planning of intensity modulated composite particle therapy with dose and linear energy transfer optimization, Phys Med Biol, 2017, 62(12):5180
10) Ebner DK et al, The Emerging Potential of Multi-Ion Radiotherapy, Front Oncol, 2021, 11:624786
11) https://www.nobelprize.org
12)김종윤 기자, SBS Biz 202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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