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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호 박테리아와 영상 기술, 암 정복을 향한 새로운 연대 | 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 | 2024-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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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의 한계를 넘어서는 박테리아의 가능성
암 치료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크다.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 수술이 있지만, 암이라는 질병은 여전히 현대 의학의 난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과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경우 완전한 치유로 이어지지 못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묻혀 있던 한 가지 가능성이, 이제 혁신적인 기술과 결합하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바로 박테리아, 인류의 오래된 적이자 이제는 치료의 동반자가 된 존재다.
해외와 한국 연구진의 ‘암 정복’ 도전
박테리아가 암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외과의사 윌리엄 콜리(William Coley)는 박테리아 감염이 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해 일부 암 환자에게 박테리아를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와 감염 위험성으로 인해 그의 연구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지금, 미국의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진은 박테리아의 가능성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박테리아를 유전자 변형하여 암 조직에만 집중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하고, 종양 주위의 면역 반응을 활성화해 암을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현재 이 연구는 임상 시험 단계에 이르렀으며, 박테리아가 면역 시스템을 자극해 암세포를 자연적으로 공격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전남대학교 병원 연구진이 박테리아 기반 치료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남대 연구진은 특정 박테리아가 암 조직에만 작용하도록 유전자 변형을 통해 설계했고, 이를 통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가 암 조직에 정확히 도달해 암세포에만 집중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 연구는 한국이 박테리아 기반 암 치료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박테리아와 영상 기술의 조화로운 만남
박테리아가 암 조직에 도달하여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같은 첨단 영상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PET은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된 물질을 종양 부위에 주입한 후, 방사선을 감지해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박테리아가 암세포에 도달하여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박테리아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종양 조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PET 촬영은 박테리아가 암세포 주위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지,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주어 치료 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CT와 MRI 같은 영상 기술은 종양의 구조적 변화를 관찰하며, 박테리아가 암 조직에서 일으키는 미세한 변화를 고해상도로 보여준다. 이 과정은 정상 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경로를 안내하고, 치료 효과를 최적화하는 데 기여한다.
박테리아와 영상 기술의 결합이 만들어낼 미래의 암 치료
박테리아 기반 치료와 PET 같은 영상 기술의 결합은 암 치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박테리아가 암세포에만 작용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하고, 영상 기술이 이를 실시간으로 추적함으로써,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기존 화학 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에 비해 더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더 나아가, 박테리아 기반 치료는 암 진단, 치료, 경과 관찰까지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진다. 이를 통해 암 조직에 정확히 도달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고, 필요한 경우 즉각적으로 치료 계획을 수정하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박테리아와 영상 기술의 조화는 현대 의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이들이 함께 만들어낼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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