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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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박희철 회장
역할 커진 방사선종양학, 학회가 가야 할 변화의 길을 찾다
- 미래비전 및 핵심 가치 발굴·소통강화를 위한 ‘비전위원회’ 발족
- 학회원 만족을 위한 대관·대언론 업무 역량 강화 및 연구 환경 구축

    2024년 07월호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박희철 회장
    역할 커진 방사선종양학, 학회가 가야 할 변화의 길을 찾다
    - 미래비전 및 핵심 가치 발굴·소통강화를 위한 ‘비전위원회’ 발족
    - 학회원 만족을 위한 대관·대언론 업무 역량 강화 및 연구 환경 구축

 

  방사선종양학의 미래성장동력과 핵심 가치를 회원들과 공유하고, 학문과 산업의 변화 속에서 학회가 해야 할 역할을 찾아 함께 나아간다면 방사선종양학회는 회원들에게 더없이 ‘큰 힘’이 될 것이고, 회원들 역시 학회에 깊은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박희철 회장(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학회의 미래를 위한 비전 수립과 대외적 역량 강화를 위한 토대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고에서는 박희철 회장을 만나 다학제 치료의 정수로 꼽히는 방사선치료의 중요성과 방사선종양학회의 미래 가치에 대해 들어보았다.

 

▶ 1982년 창립, ‘불혹’을 넘긴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박희철 회장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사선종양학은 과거 핵의학과 함께 영상의학(방사선과) 분야에 포함돼 있었다. “방사선종양학은 암 치료를 위한 다른 학문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라고 말하는 박희철 회장은 “과거에는 방사선과 소속 방사선치료실 형태로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존재했었으며, 외국 차관에 의존해 고가의 장비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라고 회상하며, “영상검사 장비와 기술 도입 초기에는 원자력병원의 역할이 매우 컸으며, 8~90년대는 우리나라 방사선종양학 발전의 초석을 다진 시기”라고 부연했다.

  원자력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세 병원이 방사선치료의 역사를 열었고, 학술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학문발전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1982년, 의료법 개정으로 영상의학과에서 치료방사선과가 독립되면서 방사선치료 학술진흥과 연구자 간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한 ‘대한치료방사선과학회’가 설립되었다.

  2003년 학회 명칭이 변경된 후 올해 창립 42주년을 맞은 대한방사선종양학회의 시작은 ‘치료방사선의 학문적 가치 확대’였지만, 최근 들어 다학제 치료 측면에서의 역할이 커지면서 다른 의학과와의 연계를 통해 암 환자 치료 서비스를 연구·개발하는 학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방사선종양학은 환자에게 방사선 기반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타 분야 전문의들이 우리의 고객이 되므로, 방사선 치료의 중요성과 치료성적, 치료 방법 등에 대한 정보도 공유해야 하고, 해당 전문의가 가진 치료 방법과의 조화를 통해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제22대 학회장, 박희철 회장의 꿈과 열정

박희철 회장

  지난해 11월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제22대 학회장으로 취임한 박희철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학회의 핵심 가치와 미래비전 수립’, 그리고 ‘방사선치료를 둘러싼 일관된 대관, 연구, 대언론 환경 구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학제 진료 관점에서의 방사선종양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학제적인 접근만을 강조하면, 근본적인 ‘방사선종양학’ 연구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학회 활동이나 소통에도 문제가 생긴다”라는 박희철 회장은 취임 이전부터 학회원의 응집력과 구심력 확보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했다. 그 답을 “학회의 핵심 가치(비전)를 정하고, 학회원과 미션(실행 방향)을 공유하는 것”에서 찾은 박 회장은 취임 직후 ‘비전위원회’를 신설하고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학회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 나이 40대면 자녀들을 키우고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닦는 시기”라고 말하는 박 회장은 “학회도 다르지 않다. 다학제 연구 확대를 위한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학회 재정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라며, “또한 가야 할 길을 정한 40대처럼, 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 세워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박 회장은 “방사선치료의 우수성만을 맹목적으로 강조하지 말고 국민의 관점에서, 또 환자의 관점에서 ‘방사선치료의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학회의 비전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학회원 사이의 활발한 소통을 바탕으로 학회의 결속력을 가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학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정하다 보면 회원간 소통의 기회도 늘어나고, 응집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박 회장은 학회원뿐만 아니라 유관 학회와의 소통도 강화하기 위해 환자 증례를 바탕으로 심도 높은 토론회가 펼쳐지는 ‘학술집담회’, 다학제 연관해서 관련된 정책을 공유하는 ‘다학제 심포지엄’ 등을 진행하며, 방사선종양학 관련 현안을 공유하고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학제 심포지엄의 경우 병리학회, 영상의학회 등 방사선의학 관련 학술단체가 매년 순차적으로 주관하고 있으며, 올해 가을에는 병리학회에서 주관할 예정이다. 방사선종양학회는 ‘방사선치료 정책 향상 방안’을 주제로 내년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다.

▶ 첫 단추는 ‘회장’의 역할

  “방사선종양학회가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고 튼실한 대내외적 교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첫 단추’를 잘 채우는 것은 회장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라고 설명하는 박희철 회장은 특히 “학술단체의 맹점 중 하나가 전 회원들에게 온기가 골고루 퍼지지 않고 학회장이나 임원진의 소속 기관에 따라 연구 활동이 편중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으며, “방사선종양학회의 글로벌 위상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산업적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소속감보다는 ‘학회’를 우선시하고, 학회 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희철 회장은 “방사선종양학의 미래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우리 학회는 방사선치료 관련 기술의 발전을 위한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이러한 연구과제를 보다 더 다양하고 우수한 연구자들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 방사선치료, 마지막 선택이 아닌 ‘협진의 시작’

박희철 회장

  암을 치료하는 과정은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 여러 방법의 하나가 선택되거나 병행되고 있다. 그러나 3~40년 전만 해도 방사선치료는 암 환자들에게 ‘마지막 선택지’로 여겨지기도 했다. “치료의 잠재적인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더 이상의 방법이 없을 때’ 방사선치료라도 해 봐라 라는 식이 많았다”라고 말하는 박희철 회장은 “특히 방사선치료 도입 초기에는 원자력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만 치료를 시행해, 의사들에게도 방사선치료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치료가 가능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협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방사선의학의 중요성과 함께 치료기술의 진화, 정보 공유의 활성화 등을 통해 다학제 연구가 가능해졌고, 협진을 통한 방사선치료 영역도 크게 확대되었다. 이와 함께 의료수준 전체가 높아지면서, 암 치료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명성도 높아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월드베스트 전문병원(World‘s Best Specialized Hospitals)의 ‘암’ 분야에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한국 의료기관 3곳이 10위권에 든 것이 이러한 위상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암 치료의 글로벌 위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방사선치료의 역할이 크다. 박희철 회장은 “미국의 경우, 암 환자의 50%가 치료 과정 중에 치료 또는 완화적 목적으로 1번 이상의 방사선치료를 받는다는 보고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9년 원자력의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며, 암 환자 30%만이 방사선치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라며, 과거 대비 소폭 늘어났지만, 여전히 미국이나 유럽 수치를 밑돌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우리 학회는 앞으로도 단순한 치료 효과를 넘어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기여하는 방사선치료 이용률 제고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방사선종양학, 새로운 선택이 만들어 낸 길

  “학교 졸업 후 정신과를 지원했다가 두 번의 고배를 마신 이후 선배의 권유로 1996년, 방사선종양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다. 좋은 은사님도 만나고 학문적 재미도 느끼면서 방사선종양학 분야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박희철 회장은 이 시기부터 방사선의학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면서 많은 기회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박희철 회장은 “방사선의학은 일반 의학 분야와 달리 생명과학, 물리학 등이 접목된 종합학문이라는 점에서 고차원적인 전문분야라는 것을 실제 경험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특히 학문을 개척하고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발견을 하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분야이며, 이러한 일들이 인류의 복지 증진이나 삶의 질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학문 분야”라고 덧붙여 소개했다.

▶ 방사선치료 신약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 필요

  긴 시간과 천문학적 투자가 있어야 하는 신약 개발.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글로벌 대형 제약사(big pharma)들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꿈꾸며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은 일반적으로 산업계에서 활용되는 용어로,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약 1조 2천억 원)의 판매를 달성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의약품이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수는 없다. 특정 암 전반이 아닌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수 환자군이 많아서 방사선기술 신약 개발은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의 출현은 어렵다.

  “구독자로서 원자력의학원에서 발행하는 ‘방사선의학 웹진’이 방사선종양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사선의학 관련 전문가와 타 의학 분야 전문가들의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하는 박희철 회장은 “특히 방사선 신약 개발은 사회적 가치뿐만 아니라 학술 활동에도 매우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라며, “특히 산업계와 유관 단체의 관심과 펀딩, 투자가 확대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방사선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은 일반적인 신약 개발과 달리 펀딩도 쉽지 않고 투자금도 적기 때문에다. “방사선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스폰서 확대는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간호사, 연구소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크게 기여하며, 이러한 선순환적인 생태계 구축은 방사선의학, 더 나아가 암 연구 분야에서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므로 산업분야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두길 바란다”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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