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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호
방사선 국민 건강 확보를 위한 준비
서성원 (방사선방어 및 안전 분과 세부편집장, 한국원자력의학원)2019-01-23

  가끔씩 내 핸드폰 문자에 빨간색 확성기 아이콘이 뜬다. 재난·안전 안내 문자다. 지난 한달 간 국민재난안전포탈에 등록된 재난·안전 문자는 50여건이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발송한 것으로 주로 화재, 미세먼지, 건조경보가 주를 이룬다. 사실 재난, 유해물질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원자력, 방사선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방사선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1978년 원전 운영 개시 이후 방사선의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 사고 시 일어날 수 있는 고선량 피폭 우려를 제외하면, 정상 가동 중인 원전,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된 라돈 침대 등 생활방사선과 관련된 우려 한복판에는 저선량 방사선이 있다. 저선량의 범위는 방사선 이용 분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에서는 100 mSv 이하로 정의하고 있다. 그 영향에 대해서 여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피폭이 의심되는 인구집단에서 방사선의 건강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은 역학연구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원전지역 주민에 대한 대규모 역학연구가 약 20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의 주요 쟁점은 원전 반경 5km 이내 거주자의 여성 갑상선암 위험이 원거리 대조주민에 비해 약 2.5배 높은 것으로 관찰되었는데, 이러한 결과가 원전 방사선과의 인과적인 관련성이 있는가 이다. 따라서 해당 연구 결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위해 후속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이외에 명확한 결론은 내릴 수가 없었고,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우리나라 일만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원전 주변의 소아암 위험을 조사하기 위해 ‘KiKK(Kinderkrebs in der Umgebung von Kernkraftwerken) study’가 2003년에 착수, 2008년에 원전 주변 5 km 이내 5세 미만의 소아 백혈병이 약 2.2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잠재적인 교란요인의 미반영, 대조군 선택의 한계점 등 연구 자체가 갖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결과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재검토 결과 소아 백혈병의 증가를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원전 지역을 포함 저선량 방사선 영향연구에서 결과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어려운 이유는 연구 설계 시 타당한 대조군 선정, 교란요인 반영 등 고려돼야 하는 문제들이 많고, 무엇보다 장기간 지속적인 추적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방사선과 건강영향의 인과성 검토를 위해서는 정확한 방사선량,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검진 효과, 방사선 이외의 유해물질 노출 조사 등이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생체 내의 방사선 영향 생물학적 기전 분석은 방사선 민감 그룹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과 건강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과거보다 높아졌고,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원전지역 주민 및 방사선 종사자 등 피폭 우려가 높은 국민의 건강을 확인하고, 확보하는 것은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로 고려돼야 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원자력 선진국들은 자국의 원전지역 주민 및 종사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소통함으로써 방사선 안전에 대한 정부 정책 신뢰를 제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방사선 안전에 대해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방사선 건강영향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추신] 우리 핸드폰 문자에 방사선 관련 확성기가 영원히 뜨지 않기를 바라면서.

  • 무파사

    추신에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덧글달기2019-01-25 17: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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