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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방사선의학의 미래(3) - 방사선과 우주의학 ③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0-12-01

  혼돈과 카오스 어느 중간쯤에 있었던 미국 대선 결과가 11월 7일에 발표되었다. 공식적인 결과 발표 까지는 시일이 걸리지만, 46대 미국대통령은 조 바이든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성인이 되어 투표권이 생긴 이후 국내외 시사·정치·사회 분야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만큼 다른 나라 대선 결과를 열심히 찾아 본 적은 없었다.

 



<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1)과 45대 미국대통령 도널드 트럼프2)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지구촌을 표방하며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었던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이런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 세계경찰 역할을 도맡았던 미국의 대선 결과에 전 세계 시선이 집중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미국 대통령은 당선만 된다면 8년을 백악관에서 보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현직 프리미엄은 막강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6번째로 단임 대통령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하고 소송전을 펼쳐서 백악관에 더 머물 수도 있다는 기사도 봤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때문에 국내외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향후 발표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주정책도 예외는 아닌데, 우주군 창설과 2024년 유인 달 탐사 등을 추진하며 지난 오바마 정권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던 트럼프 정권의 우주정책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할 우주정책은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된 바 없지만, 우주방사선과 우주의학, 그리고 방사선의학 분야가 보다 활발하게 연구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번호에서는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들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주의학 연구현황을 살펴보자.

 

 

 

이미 많은 주요 국가들은 우주환경과 관련된 연구를 다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유인 화성탐사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우주의학과 우주방사선 연구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혈액 시료 분석을 통한 우주방사선 생체영향 검증, 유전자 수준의 방사선 영향 분석 등으로 연구범위가 확대되었으며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여러 국가들이 우주방사선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실제 우주선을 통해 측정된 우주방사선과 우주에서 활동하는 인간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우주방사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주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 연구 역사(1930-2010)3)>

 

  미국 미국은 1980~199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Johnson Space Center와 Langley Research Center를 주축으로 우주방사선 등 우주 환경과 차폐 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연구결과를 축적하였다.4) NASA는 우부당사선 연구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체연구, 협력연구 및 외부연구지원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추진체계 중 하나로 특정 대학 및 의료기관을 NASA Specialized Centers of Research(NSCOR)로 지정하고 연구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5)

 

  NSCOR 프로그램의 연구지원을 받고 있는 로마 린다 대학교 의학센터에서는 우주환경의 하전입자가 중앙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6) 또한 팬실베니아 대학교 연구진은 태양 표면폭발(SPE; Solar Particle Event)이 유전체 분화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용 쥐에 다양한 종류·에너지의 방사선을 조사하여 발생하는 백혈구 수의 변화를 관찰했다.7) 이 밖에 소화기관에 있는 병원성 미생물이 우주방사선에 노출 되었을 때 받는 영향을 확인하는 실험도 진행했다.8)

 

  우주방사선 연구시설은 Brookhaven 국립가속기연구소의 조사시설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데, NASA는 우주방사선과 유사한 입자방사선 환경 재현을 위해 NASA Space Radiation Laboratory(NSRL)을 2003년에 Brookhaven 국립가속기연구소에 구축했다.

 

 

<NSRL에서 수행 중 인 우주방사선 관련 연구9)>

 

  이 밖에 NASA 생명연구 지원·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조직 USRA(Universities Space Research Association)과 국립우주생의학연구소(NSBRI; National Space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도 우주방사선 인체영향 연구를 수행하는 주요 조직이다.10)

 

  올해 5월에는 NCI, NASA와 여러 방사선 연구기관들이 모여 Particle radiobiology in space & oncology 심포지엄을 개최 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연기된 상황이다.

 



<주요 가속기 연구시설, 왼쪽부터 Brookhaven 가속기11), GSI12), HIMAC13)

 

  유럽 유럽에서 수행되고 있는 우주의학관련 연구는 크게 우주방사선의 생체영향과 우주작업 환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975년 설립된 유럽우주기구(ESA; European Space Agency)는 유럽연합 우주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우주비행 중 방사선으로 인한 생물학적 리스크와 방사선 차폐 관련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방사선 차폐 최적화와 방사선피폭 리스크 측정·관리 연구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로봇탐사부(Directorate of Human and Robotic Exploration)의 방사선 방호 계획(Radiation Protection Initiative)을 통해 지원을 받아 유럽의 여러 연구시설과 Topical Team(TT)를 구성해서 우주방사선 생물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에는 탐사 미션 수행 시 우주방사선 차폐권고 사항을 제안 했으며14) 오스트리아 외 13개국 유럽국가들이 조직한 유럽우주생물학네트워크협회(EANA; European Astrobiology Network Association)를 통해 화성환경에서 유기체의 반응(ROME; Response of Organisms to the Martian Environment) TT 활동을 하고 있다.

 

  가속기를 활용한 우주방사선 연구는 주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Conseil Européenne pour la Recherche Nucléaire)와 독일 중이온가속기연구소(GSI Helmholtz Center for Heavy Ion Research)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유럽국가들 중 우주과학을 선도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미 1990년대 중반에 러시아 우주비행사를 위한 우주방사선 감시시스템 개발과 선량평가를 수행하였으며15) 우주방사선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한 정량적 평가방법을 개발했다.16) 또한 Matryoshka-R 구형 팬텀을 사용하여 우주방사선이 우주정거장 내부를 이동하는 궤적을 추적하는 연구와 신체 주요장기에서의 피폭선량을 확인하기 위한 인체모형의 등가 팬텀을 사용하여 우주선 내·외부의 누적선량을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우주정거장에서 우주방사선 측정을 위해 개발된 Matryoshka-R Ball Type Phantom17)>

 

  프랑스의 Institut National de la Santé et de la Recherche Médicale에서는 우주방사선의 종류·노출시간·총 피폭선량을 측정하여 우주방사선 선량검증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해당 연구는 과거 우주탐사선에서 측정된 선량정보를 토대로 방사선 노출시간과 누적선량을 추정하여 이를 통해 평균 선량률을 계산하였다. 이를 통해 인간의 우주활동 중 우주방사선 노출이 생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향후 다양한 생체모델을 통해 우주방사선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18)

 

  아시아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우주방사선에 대한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와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QST; National Institutes for Quantum and Radiological Science and Technology)산하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National Institute of Radiological Science)에서 우주방사선 관련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QST-NIRS에 설치 된 중이온의료용가속기(HIMAC; Heavy-Ion Medical Accelerator in Chiba)로 우주방사선과 유사한 다양한 에너지의 입자선들을 생성해서 우주방사선의 생물학적 효과, 방사선차폐, 우주방사선 검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19) 이 밖에 가고시마대학 연구팀은 우주방사선과 미소중력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20)

 

  무인우주정거장 텐궁에 이어 2022년 유인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은 우주방사선 연구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학원(CAS; Chinese Academy of Sciences)에서는 HZE(High charged and energy) 입자를 사용하여 우주방사선을 시뮬레이션 해서 인공 우주방사선이 인체 섬유아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으며21) 쑤처우 대학교 우주생명과학기구에서는 알파입자 저선량률 피폭으로 인한 암 모델 정립과 휴지기 세포의 방사선 저항도 연구 등을 수행했다.22)

 

 

 

  한국형 발사체 조기개발 및 달 탐사 추진계획(1차 달 궤도선 2022년 발사 예정)이 발표됨에 따라 유인우주선 발사에 필수적인 우주방사선의 인체영향과 같은 우주의학 연구 필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우주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우주의학 연구사업, 연구기반 등이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우주의학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우주방사선과 관련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는 고에너지 양성자로 구성된 우주방사선이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 소자 등 전자부품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서 태양 표면폭발로 발생한 고에너지 입자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입자별·에너지별 공간분포 및 태양활동 변화에 따른 입자스펙트럼의 변화와 공간적 분포변화를 관찰하고 이러한 입자분포 변화에 따라 우주발사체에서 발생하는 기기적 결함을 분석하였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는 우주방사선의 환경영향 평가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MeV 양성자 가속기를 사용하여 인공적으로 우주방사선을 재현해 지상에서 우주방사선 환경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것을 검증하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러시아 의생물학연구소(IBMP; Institute for Biomedical Problems)와 협력연구를 추진했지만 생물학, 식품 및 생활지원시스템 개발 등에 관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다.

 

  우주공간의 우주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추진 된 바 없지만, 한국항공우주의학회와 공군항공우주의료원 등에서 항공기 운행과 관련하여 대기권을 통과한 우주방사선과 인체영향에 대한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이밖에 대학을 중심으로 설립된 한국항공우주의학회가 우리나라의 우주의학연구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으나 규모가 크지 않고 마찬가지로 대기권 내의 우주방사선 인체영향 연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5월 말, NASA와 협업하여 유인우주선 시험비행에 성공했던 스페이스X가 지난 11월 16일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는 기사가 각종 언론을 통해 앞 다투어 보도되었다. 이번 우주 비행에는 JAXA 소속 우주비행사인 노구치 소이치 우주비행사도 동행하여 ISS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 우주인 양성이 전무한 상황이다. 중국·일본은 머지않아 도래할 진정한 우주시대를 위해 많은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우주인 양성과 유인 우주탐사에 지속인 관심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우주에서 우주생물학과 우주방사선을 연구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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