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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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알·쓸·방·잡 -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방사선 잡학지식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0-09-01

  올해 여름은 역대 급으로 더울 것이라던 기상청의 예측과 달리 길고 긴 장마가 한창이다. 이쯤 되면 기상예측도 양자역학과 연관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일기예보 전 까지는 맑은 날씨였지만, 일기예보를 하는 순간 비오는 날씨로 바뀌는 것 아닐까? - 최근 우리나라 분들 중에 영국이나 노르웨이 등의 기상청 정보로 날씨 정보를 얻는 노하우가 생길 정도이다. - 50일 넘게 지속되던 긴 장마는 끝나자마자 폭염경보가 발효되었다는 재난안전문자를 보면서 여름휴가를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4월 말 유럽여행을 눈물을 머금고 취소한 이후 여행욕구가 급감한 관계로 올 여름은 와식(臥式) 생활을 영위하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필자는 방구석에서 틈틈이 원고주제를 고민 했다. 그동안 알려진 방사선 관련 지식 외에 새로운 내용은 없을까. 새롭지는 않아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방사선의 활용처가 있지 않을까. 이런 내용들을 모아 방사선 관련 잡학지식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1986년 4월 26일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해 발전소가 있던 지역은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로 뒤 덥혔으며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하지만 생명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이 지역에서 과학자들은 생명체를 발견했다. 1991년 체르노빌 원자로 잔해에서 발견된 이 균류는, 방사선에 내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방사선을 먹으면서 자라나고 있었다. 클로도스포리움 스패로스페르뭄(Cladosporium sphaerospermum)이라는 복잡한 이름의 이 균은 대량의 멜라닌을 이용해 방사선을 흡수한 뒤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방사성 합성(Radiation synthesis)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또한 강력한 방사선에 의해 손상을 입어도 자기 자신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치유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미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는 클로도스포리움 스패로스페르뭄을 이용해 우주 방사선을 얼마나 차폐할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는데, 그동안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이 균을 이용해 2mm정도의 얇은 층을 만든다면 우주방사선의 2%를 차단·흡수 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균의 두께를 21cm까지 만들 수 있게 되면 우주 방사선의 100%를 막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로 이용되는 방사선 차폐물질은 납, 콘크리트, 물인데 비용이 많이 들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어 우주 방사선 차폐체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향후 추가연구를 통해 이 균을 이용한 방사선 차폐 물질과 기술이 개발한다면 우주기지 건설 뿐 아니라 병원·원자력발전소·산업체, 더불어 휴대용 제품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다이노코쿠스 라디오듀런스(Deinococcus radiodurans), 쉬와넬라(Shewanella) 등 고에너지 방사선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미생물들도 발견되어 연구 중에 있다.2)

 


< (좌측부터)클로도스포리움 스패로스페르뭄3), 다이노코쿠스 라디오듀런스4), 쉬와넬라5) >

 

 

 

  지구상에는 수많은 보석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 으뜸은 바로 다이아몬드가 아닐까? 어두운 곳에서도 영롱하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는 보통 무색이지만 유색 다이아몬드도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 무색 다이아몬드보다 희귀한 유색 다이아몬드를 예전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을까? 답은 방사선에 있다.

  1904년 영국의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윌리엄 크룩스는 라듐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을 무색 다이아몬드에 조사하면 색상이 청록색으로 변한다는 것과, 고온을 가하면 원래 색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현상을 통해 사람들은 보석의 색상을 자유자재로 얻을 수 있었다.

 

 

< 무색 다이아몬드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유색 다이아몬드로 색이 변한다.6)>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보석에 방사선을 조사해 색을 변형시켰는데 이렇게 변형된 보석의 질은 떨어졌고 비용은 매우 비쌌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1990년대부터 천연 유색 다이아몬드와 육안으로 거의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방사선 처리 유색 다이아몬드가 등장하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색 다이아몬드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핑크나 옐로우 다이아몬드도 방사선 조사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2019년 5월 우리나라 기상관측 눈이 돼주던 인공위성 천리안 1호가 고장 나 가사상태에 빠진 적이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천리안 인공위성이 나흘 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했었는데 원인은 우주방사선 피폭이었다. 연이은 천리안 1호의 고장은 태양계 밖에서 날아오는 우주방사선이 전자회로를 손상을 시켰기 때문인데, 2018년부터 급격하게 줄어든 태양 활동으로 태양풍이 약해지면서 외계에서 쏟아지는 우주방사선을 막아주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태양은 11년 주기로 활동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반복하는데 문제는 이번 침체기는 이례적으로 길다는 것이 천문학자들의 의견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말 태양에서 새로운 흑점이 관찰되었고, 올해 6월 말 태양에서 큰 폭발이 관측되어 나사는 태양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는 주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8) 외계에서 날아오는 우주방사선량은 줄어들겠지만 태양에서 날아오는 에너지는 증가할 전망이다.

 

 

< 지난해, 태양 활동 저하로 지구로 날아오는 우주방사선량이 급증했다9) >

 


 

  태양은 중심핵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끊임없이 막대한 양의 방사선을 방출하고 있다. 때때로 태양표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게 되면 방출되는 방사선양도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선은 지구 생명체들을 충분히 위협할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는 대기층에 있는 자기장이 치명적인 우주방사선을 막고 있다. 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거주하는 우주인들은 지구 대기권의 밖에 있기 때문에 온갖 우주방사선에 항상 노출된다. 특히 태양 폭발로 인한 방사선 폭풍이 ISS를 향해 몰아친다면 우주인들은 ISS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태양 뿐 아니라 우주에서 날아오는 모든 방사선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그들은 종종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 (좌) 1996년 6월 ISS, (우) 2011년 5월 ISS >

 

  내셔널 지오그래픽 ‘원 스트레인지 락’에 출연한 우주인 크리스 해드필드는 그가 경험한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우주방사선을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주방사선 중 하나가 시신경을 관통할 때가 있죠. 그러면 우리 시각의 작동 원리 때문에 빛이 번쩍이는 것처럼 보여요. 실제로는 우리를 관통하는 방사선을 본 것이죠.’

  또 다른 우주인 제프 호프만은 이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침낭 안에 누워 있으면 빛이 번쩍번쩍 빛나곤 했어요. 제가 봤던 가장 멋진 빛의 향연으로 손꼽히지만 하전 입자가 저의 머릿속을 휙휙 지나가고 있다는 것도 알았죠.’

  방사선을 오감으로 느끼는 것, 아무나 할 수 없는 신기한 경험임과 동시에 방사선에 피폭 되는 중 인 것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순간이기도 하다.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Fungi that EATs radiation are growing on the walls of Chernobyl’s ruined nuclear reactor, RealClear Science, 2020.2.4
2) 방사능 오염 극복, 미생물에 답 있다, 디지털 타임스, 11.4.5
3) Cladosporium sphaerospermum, Wikipedia
4) http://apod.nasa.gov/apod/ap090830.html
5) 세균이 ‘우라늄 나노와이어’ 만들어 토양·수질 오염 막는다, 헬로디디, 11.7.18
6) 방사선 쬔 다이아몬드에선 방사선이 나온다?. 한겨례, 14.12.28
7) 방사선 ‘벼락’ 맞은 천리안1호...‘구름 사진’ 끊겨, MBC, 19.5.10
8) 태양은 10년간 어떻게 변해왔을까, 한겨례, 20.6.29
9) 방사선 ‘벼락’ 맞은 천리안1호...‘구름 사진’ 끊겨, MBC, 19.5.10
10) 초속 30만 km로 우주를 가로지르는 방사선을 목격한 사람들, 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채널, 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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