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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400년 뒤에 도착한다면?김정영(책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24-04-02

 

  외계인이 400년 뒤에 도착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혹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삶을 사는 게 맞을까?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된 ‘삼체(三体)’는 중국 작가 ‘류츠신’이 지은 SF소설 1부(삼체문제)를 드라마로 재연했다. 특히 이 책은 2015년 휴고상(SF소설상, SF소설의 개척자 ‘휴고 건즈백(1884~1967년)’의 이름에서 유래)을 수상할 정도로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400년 뒤에 외계인이 온다는 설정에 비해 그 안에 내용은 매우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다. 특히 ‘삼체’ 그 전체적인 이야기는 뉴턴역학이나 양자역학을 모르면, 그 대사나 배경의 깊이를 알기 어렵다. - 아인슈타인이나 오펜하이머를 좋아한다면 쉬울 수도 있다. - 물론 드라마는 다소 물리학 내용을 모르더라도 재미있다. 이 드라마는 보고 있으면, 우리 과학기술이 가지는 가치와 영향력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지구의 가치관으로 착한지 나쁜지 모르는,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이 400년이라고 하면 매우 애매하다. - 이 발칙한 상상력은 참으로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 우리는 빠르게 전쟁을 준비해야 하나? 아니면 천천히 환영할 준비를 해야 하나? 물론 이 드라마는 외계인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군상을 보여준다. 전쟁을 준비하는 자, 하느님의 심판이라고 믿는 자, 하나의 인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 우주를 여행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 자 등과 같이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사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에는 과학자들이 서 있다. 그리고 그 과학자들은 인류가 생존해야 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끝없이 논의하고 토론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선택은 정치적인 결정이 아닌 늘 현재 인류에 편의와 안정을 우선으로 한다.

 

< (좌)넷플릭스 ‘삼체’ 광고, (우)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기자회견을 마친 후 요구안이 든 손팻말(연합뉴스 제공) >
 

  이처럼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감으로 만들어 낸 결정이, 그 미래의 시점에 올바른 것인지 틀린 것인지 현재에는 절대 알 수가 없다. - 다만, 과학기술계의 입장은 그 결정의 확률을 높일 뿐이다. - 우리는 그 결정에 대한 평점으로 만들어 낸 역사가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이라는 인자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그리고 그 시간의 규칙적인 흐름은 인간이 제어하고 합의할 수 영역이 아니다. 자! 시간을 잠시 돌려 우리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로 가면, 과학기술 관련 정책은 10대 공약(정책·공략마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plicy.nec.go.kr)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과학기술계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역사 처음으로 과학기술 분야 예산이 전년 대비 2024년에 4조 6천억 원이 줄었다. 위의 ‘삼체’ 드라마와 같이 외계인이 오는, 조금은 과한 미래 설정은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400년 뒤에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과학기술의 성패에 달린 것은 확실하다. 당초에 대통령의 공약과 같이 순차적으로 과학기술 분야가 투자되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조금 더 밝게 빛날 확률이 높았을지 모른다. 우리 정부는 미래의 무엇을 보고 과학기술 예산을 삭감했을까. SF소설과 같은 이 상황을 누군가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외계인이라도 온다고 했으면.

 

< 제20대 대통령선거 윤석열 공약목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췌 >

 

  또한, 최근 과학기술 분야 중 의학계도 정부의 신중하지 못한 즉흥적인 정책 결정으로 또 한 번 몸살을 앓고 있다. 아래 동아사이언스지에 기고한 이덕환 교수님의 글(이덕환의 과학세상, 2024.3.27.)은 과학기술계의 일반적인 의견을 잘 설명하고 있다.

 

  ‘수능에서 기하·미적분을 선택하는 소위 '이과' 학생들을 무섭게 빨아들이는 최상위권 대학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의대 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공계 인력 양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중략)...‘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이나 증원하겠다는 발상은 파격적인 것이다. 자칫하면 의사 양성 체계를 무너뜨리고 의료 체계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의학 체계의 미래를 현시점에서 예단할 수 없지만, 단지 의사 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관련 미래 재정에 대한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하며, 과학기술계 인력 양성프로그램과 반드시 같이 고민해야 하는 다항식이다. 400년 뒤에 외계인이 오는 것도 아닌데, 정부는 좀 더 느리게 의료계와 대화하고 과학기술계와 소통하며, 이 국민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국민도 단순하게 의사 수가 의료 질의 향상과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의료 체계에 대한 문제가 의사 수에서 야기된 것인가는, 다시 처음부터 숨을 한 번 고르고 차분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외계인 400년 뒤에 도착해서 외계인이 바라보는 우리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구에서 살기 좋은 국가이며 지역이라고 생각할까. 현 정부에서 과학기술계는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예산도 줄고, 간접적으로 의대 정원 증대와 연동되어 지원 학생도 감축될 예정이다.

 

  우리 의학원도 예외 없이 정부의 의료정책으로 조용한 몸살이 시작되었다. 특히 의학원은 R&D연구소와 병원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가장 힘든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분적 세계관을 벗어나 다차원 세계관으로 다항식을 풀어나가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빨갛고 파란 것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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