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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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김정영(책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2020-03-02

도시 풍경

  딸아이가 방학을 맞이하여 아빠와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토요일 밤, 스마트폰에 빠진 현대인을 풍자한 ‘하이, 젝시’와 인류 전쟁의 잔혹사를 사실주의 관점에서 보여준 ‘1917’을 연속으로 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 일인가, 연일 사람들로 북적이던 멀티플렉스 극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팝콘과 음료를 파는 직원 2명과, 청소와 소독을 하시는 직원 2명과, 그리고 우리뿐, X-선생의 인생에 있어서 이런 관경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 전쟁터에서도 영화는 모두 함께 보지 않는가. - 심지어 표를 산 뒤 영화관을 들어갈 때 검표원도 없었고, 스크린 앞에 착석을 했을 때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문뜩 영화는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에 잠시 잠겼다. 그래도 안방에서 보듯 아주 즐겁고 편하게 영화를 보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코로나19’가 찾아 온 텅 빈 도심을 보며, 스웨덴 출장 갔을 때 호텔 창 밖에 보인 도심을 보면서 ‘사람들은 다 어디 갔지?’ 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 코로나19는 우리들의 문화생활마저 삼켜 버렸다. >

 

KF94 마스크

  X-선생은 개도국 대상으로 핵의학 교육 사업을 하다가 미세먼지 알러지가 생겼다. -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온 날은 하루 종일 콧물과 기침으로 시달린다. - 그래서 KF94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구매하여 쓰고 다니는데 한동안 내 몸에 맞는 마스크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냥 일반적 마스크를 쓰다가 안경의 김서림 문제로 다른 마스크(콧대를 조이거나 배기구가 별도 설치된 제품)를 샀고, X-선생의 얼굴이 크다보니 마스크가 작아 또 다른 빅사이즈 마스크를 샀고, 오랫동안 쓰고 있으니 귀가 아파서 또 끈이 천으로 된 마스크를 샀다. - 그 밖에도 여러 종류를 구매했다. - 이처럼 한동안 마스크 구매를 취미생활처럼 즐기다 보니 가족과 주변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왔을 때 X-선생의 마스크 사는 취미는 극찬(예언자 수준)을 받았다.

 

원자력병원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의학연구소, 원자력병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타, 그리고 국가RI신약센타의 단별로 구성된 조직인데,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자력병원으로 통칭하며 기억한다. 특히 우리 병원은 말기 암 환자들이 많이 입원하고 있어서 감염병에 대한 관리는 매우 중요하고, 과거 감염병에서 창궐했을 때도 선제적으로 방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에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방호체계를 구축했고, 검사 인력으로 X-선생도 순번에 따라 근무에 참가했다. 아침부터 밀려오는 환자와 병원 내원객은 길게 줄을 서서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병원 직원들이 체온 측정이나 해외여행 방문 기록 등을 물어보는 일에 짜증내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 - ‘내가 항암치료 받는 사람이요, 어떻게 해외여행을 한가롭게 합니까?’ - 그도 그럴 것이, 항암치료를 받는 이의 절박함과 두려움에서 묻어 나오는 것이리라. 그들의 가족들도 신경이 날카롭기는 매한가지이다. 가끔 콜센타 직원들의 감정노동 문제가 불거지지만, 병원 근무자들도 감정노동의 최정점에 있긴 마찬가지이다.

 

<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전수 발열/설문검사 실시 >

 

질본과 국민의 맹활약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코로나19’ 창궐 이후 연일 맹활약하면 우리나라의 감염관리 수준을 세계 최고로 격상시켰다. 물론 특정 종교의 예배 때문에 – 대구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 그들의 공로가 다소 희석된 측면은 있지만, 세계보건기구 및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의 감염관리를 칭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이 많이 발생한 대구시를 봉쇄하지 않고도 감염관리를 하는 다소 영화 - 극강 바이러스, 좀비류 등을 다룬 ‘감기’나 ‘부산행’ 등과 같은 영화 - 와 다른 실제 상황을 매우 인간적이고 긍정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서 질본의 활약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지자체와 공무원 조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 우리가 왜 세금을 내는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상황이다. - 특히 중국 우환 시에 있는 교민들을 데려오거나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에서 대통령 전용기로 귀환시키는 장면은 감동스러웠다. 그리고 이렇다 저렇다 말해도, 다시 한 번 X-선생은 우리나라의 멋진 국민성을 보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편의점이나 마트에는 아직도 생필품이 가득하다. - 아무 때나 가도 내가 사고 싶은 생필품이 존재한다. 물론 마스크는 어쩔 수 없다. - 주변에 둘러봐도 사재기 하는 사람들도 없이 침착하기만 하다. 또한 대구시에서 벌어지는 선행들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지시를 믿고 따르는 국민과 국민을 믿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정부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을 극복하고 세계 경제, 문화 및 과학강국으로 빠르게 성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블롬버그 혁신지수(생산성, R&D 지출, 제조업 부가가치, 첨단기술 집중도 등)에서 6년 연속 1위를 보여 주고 있다. - 물론 올해에는 독일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 이 밖에도 EU, 주요 경쟁국 중 혁신성과 7년째 1위도 있고, IMD(World Digital Competitiveness Ranking) 세계경쟁력 분석 과학인프라 7위, 기술인프라 14위도 있으며, PCT 특허 세계 5위도 있고, WEF(World Economic Forum) 세계경쟁력보고서 혁신역량 8위도 있고,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 (COSTII)는 7위에 있다. 이처럼 우리는 실체 없는 소위 ‘국뽕’이 아니라, ‘코로나19’을 물리칠 정부, 국민성, 그리고 과학기술이라는 실체가 있었다.

 

< (좌)대구시 어느 집 주인이 택배기사에게 보내는 마스크, (중) 상하이시에서 대구시로 보내는 마스크, (우)부산시 코로나19 검사 홍보자료 >

 

‘코로나19’의 정체성

  바이러스 표면은 Haemagglutinin (HA, 세포에 바이러스를 결합시키는 역할 → 세포감염)와 Neuraminidase (NA, 바이러스 복제과정 완료 후 감염되는 세포로부터 분리하는 역할 → 다른 세포로 이동하여 전염)으로 구분되어지고, HA는 대략 16개의 타입으로 분류되고, NA는 대략 9개의 타입이 존재한다. 인류사에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 인플루엔자(Flu, 독감)가 본격적으로 연구되는 시점은 ‘스페인 독감(H1N1형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A)’에서 시작된다. - 이때는 1차 세계대전 중에서 각국의 언론 통제가 심했고, 상대적으로 중립국가인 스페인이 보도 통제를 하지 않아 뉴스가 스페인에서만 나와 병명이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게 되었다. 현재 ‘코로나19’에서 우리나라의 정보 상황과 똑같다. - ‘스페인 독감’은 1918년부터 1919년까지 유행하였고, 미국 시카고에서 처음으로 발병되어 바다를 건너 아프리카 서해안 시에라이온의 수도 프리타운로 전파되어 감염자의 5%가 사망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7천만 명에서 1억 명이 사망(유럽인구의 3분 1)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무오년(戊午年, 1918년) 독감’으로 유명했으며, 약 750만 명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에 대한 사망자는 약 14만 명으로 추정되었다.

 

 

 

  그 뒤에 인플루엔자 A(H1N1형 바이러스)는 1968년 홍콩을 다시 등장하여 약 100만 명의 목숨을 빼앗아 간다. 그리고 인플루엔자 A는 ‘신종플루’라 불리 우며, 2009년 6월에 다시 등장하여 전 세계를 공포로 몰고 간다. 당시 WHO(세계보건기구) 발표에 의하면, 2009년 6월 11일 기준으로 신종플루 감염자 수는 74개국에서 총 2만 8천 774명이 감염(한국은 53명)되었고, 사망자는 멕시코가 108명, 미국이 27명, 캐나다가 4명, 칠레 2명 등을 포함해 총 144명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안이하게 상황인식을 했고, 2009년 10월 27일 날 대국민 담화문을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최근 신종인플루엔자 발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4천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한 주 동안 870개 학교에서 집단 발병이 나타났습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북반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신종플루 발생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0년 4월 23일 연합뉴스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신종플루 1주년...확진환자 75만명 발생...따라서 우리나라의 신종플루 치명률(0.017%)...다만 신종플루는 주로 65세 이상 노인이 사망하는 계절 독감과 달리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이 높다는 특징을 보였다. 전체 사망자 252명 가운데 영유아 13명, 학생 11명을 포함 64세 미만 사망자가 54%를 차지했다...

 

  그렇다, 2008년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작은 정부를 지향했고, 4개강 사업과 더불어 국공립기관들의 민영화를 급속히 추진했다. 결국 작은 정부의 사회안전망은 무너졌고, 그 틈을 바이러스는 놓치지 않고 급속히 우리 사회를 패닉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때 유일한 인플루렌자 A(H1N1)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지금 겪고 있는 마스크 품귀현상보다 더 절실한 것이었다. - 당시 우리나라가 북한에도 타미플루를 전달했다. - 이때 전 연령대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며 사회안전망에 대한 생각을 바뀌었다. 그러나 국민의 생각들과 달리 그때 정부의 기조가 크게 바뀌지가 않았고,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이때 다시 한 번 인플렌자 A와 다른 형태인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메르스(MERS-CoV, 중동호흡기중후군)’가 등장했다. 메르스는 2003년 등장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사스(SARS-CoV) 보다 치사율(메르스의 치사율은 약 30~40%)이 약 9.6%가 높았다.

 


< 스페인 독감(H1N1)과 조류 독감(H5N1)의 감염 증세 비교 >

 

  초기 대응에 부실했던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대응에서 또 한 번의 흑역사로 만들었다. 이때 삼성서울병원은 부실 대응과 음압 병실 등으로 여론의 큰 뭇매를 맞았다. 2015년 5월 20일 우리나라 최초의 메르스 환자가 중동을 방문한 뒤 발생한 뒤, 총 4감염자 186명 중에 사망자 36명(치사율 19.3%) 라는 깊은 상처를 남기며 사라지게 된다. 당시 질본의 눈물겨운 사투는 아직도 많은 이들로부터 회자되며, ‘세월호 침몰’에서 맹활약했던 – 정부 지원 없었던 - 잠수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왕관 형태를 외형을 가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는 아쉽게도 아직 없다. - 결국 선제 대응은 불가능하고, 선후 대응에도 고도의 과학기술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과학기술이 없는 국가들은 발생 국가들의 사람들이 입국하는 것을 봉쇄하는 것으로 대책을 수립했다. - 그렇기 때문에, 그 공포감이 더 해져 오늘날 우리나라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도 인류사에서 바이러스는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더 새로운 형태로 계속 찾아올 생물학적 재난이고, 우리의 선택이 아닌 그들의 선택에 의해 올 것이다. 오늘 우리나라의 정부(특히 모든 공무원들)와 국민들은 지구에 사는 인류에게 어떻게 바이러스를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 정부 주도의 신뢰성 높은 감염자 확보 문자서비스, 코로나19 검진시스템, 대통령 및 총리 주도의 재난 대응 시스템, 그리고 국민들의 자발적인 방역 등등 - 그래서 경제가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독재정권의 압박에서, IMF 라는 국가파산에서, 일어나 민주주의를 만든 우리나라 국민들이 또 한 번 기적을 과학기술로 만들리라 생각한다. 그 안에 우리가 꾸준히 투자해 온 과학기술의 힘이 있다는 것만 잊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지금! ‘배달앱’을 통해 맛난 것을 주문해 즐겁게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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