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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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의 스트레스, 방사선김정영2015-07-14


 

 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 관련 연구실에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농축 물질을 가지고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납이나 콘크리트로 차폐된 실험 공간, 실험복과 함께 방사선을 미세하게 감지할 수 있는 여러 개의 방사선 검출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간단한 실험조차 방사선 안전관리 요령을 머리에 떠올리며 실험에 임해야 한다. 또한 실험 전에 연구자는 실험 순서를 면밀하게 정하고 몇 번의 시뮬레이션을 한 뒤 연구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는 자신도 모르게 높은 긴장감 속으로 빠져 든다. 실제 방사선과 무관하게 너무 긴장한 근육 탓에 손목이나 어깨가 아픈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이유는 방사선이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기 때문이다.

 

 EBS(한국교육방송공사)에서 반영되는 극한직업은 대부분 인간의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며 일하는 전문직을 보여 주지만, 방사선 관련 연구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훨씬 높다. 경력 13년의 X-선생도 올림픽 게임에 나가는 선수처럼 늘 긴장하며 새로운 방사선 연구를 맞이하고 실험한다. 따라서 방사선 관련 연구자는 방사선보다 자신의 심리적 무게감을 줄이고, 안전한 환경을 개선하고 연구가설을 입증하는 실험에 집중을 하는 것이, 연구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실험실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가면, 안팎의 방사선 발생 차이가 없음에 불구하고 이 보이지 않는 방사선에 대한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진다.

 

 그럼 X-선생을 긴장시키는 방사선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방사능 원자가 붕괴될 때 방출되는 고속도의 물질 입자선으로 말하며, 좀 더 쉽게 풀이하자면 불안정한 물질이 안정하게 되기 위해 방출하는 에너지가 방사선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조차 매우 어렵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다소 억지스럽지만 자연계에 있는 우리 생활과 비교하면 아주 간단하게 이해된다.

 

 어느 날 직장에서 평상시 싫어하는 동료와 업무적으로 심한 다툼이 있었다고 해 보자. 그럼 당연히 붉은 앵그리버드처럼 화가 나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그 뒤로 컴퓨터 자판을 좀 더 세게 누른다던지, 이 싸움과 관계없는 만만한 동료에게 화를 낸다던지, 사무실 문을 세게 닫는다던지, 볼펜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던지, 본능적으로 시원한 음료수를 찾아 잠시 밖으로 나간다던지 등등 퇴근 전까지 우리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방출하게 된다. 그리고 퇴근 후에 좀 더 편한 친구들을 불러 술과 함께 수다하며 스트레스를 또 다시 방출하며 자신을 안정하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달콤한 잠을 통해 가장 긴 시간동안 스트레스를 모두 방출하고, 어제 보다 안정한 심리상태로 다음날 출근한다. 만약에 스트레스를 방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쩌면 내면적인 고통으로 사회생활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적으로 부딪치면서 일하거나 대화하는 공간에서 스트레스는 보이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고 있고, 나를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트레스를 살짝 에너지로 바꾸면 방사선의 정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스트레스 방출하고 난 뒤, 우리는 똑같은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직장에서 자기 성격이나 생활을 바꾸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원자가 방사선을 방출하며 안정한 원자로 될 때, 안정한 원자는 처음 원자와 다른 원자로 변한다. 이런 과정을 과학에서 핵반응이라고 한다. 우주의 탄생은 수없이 많은 핵반응으로 만들어졌으며, 방사선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안정화된 원소인 철(Fe), 산소(O), 규소(Si), 마그네슘(Mg) 등은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고 훌륭한 생태계를 조성하였다. 잘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또는 조직)이 지구와 같이 안정한 생태계를 가지기 위해서는, 여러 핵반응에 의해 불안정한 것을 잘 통제하여 필요한 원자들로 서서히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므로 방사선은 우주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진 가장 첫 번째 원자의 스트레스라고 비유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이 방사선 연구의 선구자인 뢴트겐은 전기 방전관에서 나오는 음극선을 연구하다가 X-선을 발견하게 되고(1895), 그 성질과 유용성을 세상에 논문으로 발표하게 된다. X-선의 발견을 시작으로 베크럴의 우라늄 연구, 톰슨의 음극선 연구, 퀴리의 라듐 발견 등으로 인류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접근하여 양자역학까지 확립하게 되고, 이것은 핵물리학으로 이어져 인류가 발견한 가장 거대한 에너지이자 자원이 된다

 

 이 과학자들의 방사선 연구처럼 우리도 자신의 스트레스 근원을 찾아 연구하고 원인을 규명하면, 자신을 발전시킬 거대한 에너지를 찾을지 모른다.

 

(201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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