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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에 관한 쓸데없는 디테일김정영(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2018-04-19

고고학적 시대를 분류하는 방법 중에 도구의 제작과 이용에 따라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로 구분되어진다. 물론 각각의 시대에서 도구는 단순히 생활의 편의성만을 말하지 않고, 그 사회의 문명을 이루는 문자, 예술, 전쟁(무기), 국가 등과 긴밀하게 이어지는 재료의 총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 오늘날 인류를 포함시킨다면, ‘플라스틱 시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석유에서 추출되는 원료를 결합시켜 만든 고분자 화합물인 플라스틱은 가소성(plasticity) 물질 또는 플라스티코스(plastikos)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며, 이것은 플라스틱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우선 플라스티코스(plastikos)는 mold나 form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두 단어는 어떠한 것을 만드는 틀이나 사람의 모습 등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성형이라는 의미로 이어지고, 그래서 성형수술을 영문으로 ‘plastic surgery’ 라고 불리 운다. 따라서 플라스틱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틀 또는 소재로 해석할 수 있겠다. 또 하나의 단어인 가소성(plasticity)은 일반적으로 고체가 어떤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결국 플라스틱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소재이며 한 번 만들어지면 그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물질로 말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주로 손에 잡히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가진 물질로 만들다 보니 ‘합성고분자’ 라는 말로 쓰이지만, 실상은 그냥 큰 유기화합물이다. 유기화합물을 영어로 치환하면 ‘오가닉(oragnic)’ 라는 뜻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플라스틱 또한 자연에서 왔고, 특히 석유로부터 걸러져 만든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유기화합물이다. 오늘날 우리는 ‘오가닉 제품’을 친환경 제품, 인위적으로 화학적 처리 또는 첨가가 되지 않는 제품을 말하지만 과학적으로 잘못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화학적 처리가 되었다고 해서 자연에서 직접적 유래된 제품에 비해 위험하다는 믿음도, 어쩌면 화학에 대한 무지로부터 출발된다는 점도 인지해야한다.

큰 유기화합물, 플라스틱의 출발은 당구 경기에서 시작된다. 19세기 초 당구는 미국 상류사회에서 대유행하였고, 이에 따라 당구공의 수요는 날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당구공은 피아노 건반, 빗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코끼리의 상아로 만들어졌으며, 이것은 매우 한정적인 재료였다. 급기야 당구공의 가격은 급상승하였고, 미국의 당구공 제조업자들은 상아를 대체할 물질을 찾기 위해 1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기도 하였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독일 출신의 하야트 형제는 1869년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나이트로셀롤로스(1846년 스위스의 쇤바인에 개발된 일종의 셀롤로스 유도체이며 면섬유와 질산을 혼합하여 제조되고 주로 폭발물의 원료 등으로 사용되었다)와 장뇌(Camphor, 승화성이 있는 고체화합물이며 녹나무(Camphor tree)를 증류하면 얻어지며 방충제, 의약품 등의 원료로 사용되었다)을 혼합하여 최초의 플라스틱을 만든다. 이것은 ‘셀롤로이드’이라는 특허명으로 당구공, 주사위, 단추, 영화필름 등에 사용되었으나, 높은 열에 의해 폭발(화재)하는 성질 때문에 위험성이 대두되었다. -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알프레도의 화재 장면을 떠올려 보라.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것은 벨기에 출신의 미국 화학자인 리오 헨드리커스 아서 베이클랜드(1863~1944년)였다. 그는 독일의 화학자 폰 바이어(1935~1917년)의 논문을 기본으로 30년 동안 연구하여 1906년에 포름알데히드와 페놀을 이용한 ‘페놀포르말린 수지’를 발명하였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베이클라이트(bakelite)’라고 명명하였다. 베이클라이트는 겉보기로 송진(resin, 수지)과 비슷하여 ‘합성수지’라고도 불리게 되었고, 이것은 인류 최초의 인공 플라스틱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베이클랜드는 1910년에 베이클레이트사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공업사업에 뛰어들었고 막대한 부를 축척하였다. - 영화 ‘세비지 그레이스(Savage Grace, 감독: 톰 칼린, 2007년)는 동명소설이 원작이며 부유한 베이클레이트 가문의 비극인 ’바바라 베이클랜드의 존속 살인사건‘을 주제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영화는 아들을 살해한 어머니(바바라 베이클랜드)의 역할을 맡은 줄리안 무어의 극중 탁월한 연기로 유명하다. 또한 이 영화에서 아들 역할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 역을 맡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하였다. - 베이클라이트 합성기술은 벨기에의 살뤽(Saluc)사가 계승·발전시켜 오늘날 세계 최고의 당구공을 만들고 있으며, 전 세계 당구공의 약 80%가 이 회사의 제품이고 국내외 경기에서 공인구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살뤽의 ‘아라미스(Aramith)’라는 당구공은 당구 매니아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이렇듯 당구공과 함께 시작한 플라스틱의 발전은 그 사용의 끝을 알 수 없는 곳까지 뻗어가고 있고, 강철보다 강하고 매우 가벼운 탄소 소재까지도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가별로 한정된 자원이나 가공의 어려움이 많은 돌, 청동, 철에 비해 플라스틱은 유기물로부터 다양하게 얻어지며 다양한 조합으로 인해 새로운 성질로 탄생할 수 있으며, 특히 석유를 바탕으로 한 플라스틱은 매우 저렴한 소재로 합성되면서 인류사의 경제와 생활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또한 당구공의 개발사를 보듯이 플라스틱(섬유 포함)은 코끼리를 포함한 많은 동물을 살려내었다. 그렇다, 플라스틱의 개발은 철저한 상업적인 개념과 개발로 출발하였고 오랫동안 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이제 우리 생활에 너무 많이 들어봐 버렸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의 문제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국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나라의 경제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고의 플라스틱 생산국가인 중국과 일본 옆에 사는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모되는 폐비닐과 플라스틱의 문제는 단순하게 몇몇 재활용 업체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희망적이게도 PET병도 분해한다는 박테리아(영국 ‘가디언’지 인터넷 보도, Scientists accidentally create mutant enzyme that eats plastic bottles, 2018년 4월 16일자)가 영국 과학자인 존 멕기한 교수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하루에도 무한대로 쏟아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시급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또한 수산물을 즐겨먹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안타까운 뉴스도 나왔다. 우리 해안 인근에서 잡힌 조개류에서 극소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기 시작하였다(경향신문 보도, 미세플라스틱이 식탁에 오른다..인천 해안·낙동강 하구 ‘최악오염’, 2018년 4월 8일자). 이 기사는 독일 바이로이트대학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인천-경기 해안은 세계에서 2위로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재활용 업체의 수거 거부 사건은 우리끼리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재활용을 잘하면 다시 쓸 줄 알았던 플라스틱 사용의 실상은 대부분 재활용은 힘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우리에게 재활용 기술이 거의 없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민간 업체들이 영세하게 폐기 및 재활용 운영해 왔다는 것도 놀랍다. 플라스틱의 역사에서 폐기와 재활용에 관란 연구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1997년 미국의 해양학자인 찰스 J. 무어에서 발견된 태평양의 거대한 ‘플라스틱 섬, Eastern Garbage Patch(EGP)’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 가장 크게 우려했던 문제였다. 그 섬에서, 혹은 우리 주변에서 이미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물고기들이 많았고, 그 물고기를 먹은 조류가 다시 죽는 경우는 이제 흔한 사건으로 되었다. 마냥 바다로 간 플라스틱을 경제나 국가의 논리로 외면하며 인류도 죽음을 준비하는 길밖에 없는 것일까.

우리에게 어떤 선택과 준비가 있을까. 오늘날 재활용 업체의 수거 거부 사건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언급되거나 업체와 주민 간의 갈등으로만 주목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것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유통, 폐기 및 재활용까지 포함된 국가 관리시스템과 더불어 플라스틱 과학기술의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플라스틱 과학이 기업의 관점에서 오로지 생산에만 헌신했다면, 이제는 인류사의 관점에서 폐기와 재활용에 집중해야 시기가 왔다. 플라스틱은 인류가 만든 유기화합물이지만, 우리 지구에는 그것을 완벽하게 분해하는 미생물은 살지 않는다. 결국 그것을 분해할 미생물은 인류인 셈이다. 이 또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으로 국가 과학기술이 집중될 필요가 있고, 우리 모두가 플라스틱 폐기와 재활용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행동과 함께 관심을 가져할 시점이 드디어 온 것이다. 이처럼 지구 환경을 고려한 플라스틱의 개발과 사용은 인류를 넘어 지구 생명체 모두에게 행운의 선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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