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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진단신약연구에서 못다 한 이야기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7-11-20

  최근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유방암을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2종의 신규 방사성의약품의 첫 임상시험에 성공하였다(2017년 11월 6일)고 언론매체를 통해 알렸다. [64Cu]DOTA-Trastuzumab(구리-64-도타-트라스투주맙)과 [64Cu]NOTA-Trastuzumab(구리-64-노타-트라스투주맙)은 유방암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트라스투주맙(항체의 일종)에 분자고리단을 연결시켜 유방암의 진단이나 치료가 가능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구리-64는 반감기가 12.7시간으로 매우 짧다)를 탑재하는 것에서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출발한다. 여기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항체(‘빛나는 항체’)은 유방암 치료에서 왜 유용한 것인가? 

  

  이것은 당연히 방사선이 방출되어 내부피폭이 있다는 부작용은 누구나 다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빛나는 항체’ 의약품의 최대 장점은 우리 몸에 대한 화학적 독성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임상시험을 위해 방사능을 최소화로 사용해야 하는 기술은 기본이다. 이 ‘빛나는 항체’는 원래의 항체와 동일하게 생체에서 동작하는 특징 때문에, 종양세포에 쉽게 흡착하고 세포 안으로 침투한다. 이때 ‘빛나는 항체’의 미량의 방사선은 마치 GPS 수신기처럼 신호를 외부로 전달한다. 그러면 우리는 방사선 검출 카메라를 통해 체내에서 움직이는 ‘빛나는 항체’의 GPS 좌표를 3차원 영상으로 획득할 수 있으며, 이 자료는 유방암을 발견하거나 치료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유방암의 크기, 전이상태, 치료효과 등을 쉽게 판별할 수 있다. 또는 ‘빛나는 항체’는 빛의 소스를 바꾸면 주변 조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유방암을 효과적으로 치료도 할 수 있다.

 

  우리 몸의 항체 동작을 3차원으로 보여주는 이 기술은 2010년 네덜란드 연구팀에 의해 의미 있는 의약품의 합성기술과 임상시험 결과를 보여주었다(현재 네덜란드는 ‘빛나는 항체’를 활용해 유방암 치료하는 분야에서 가장 선두적인 의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때부터 우리 의학원의 관심있는 연구자들은 ‘빛나는 항체’ 기술에 매료되었고 간헐적으로 연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연구비가 없어 섣불리 연구에 덤벼들기는 어려웠으나, 다행히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방사선기술개발사업’에서 동료과학자들의 공감을 얻어 ‘빛나는 항체’는 2011년도부터 본격적인 연구 궤도에 올랐다.

 

  화학자, 생물학자, 물리학자, 의사, 약사 등이 참여하는 복합적인 ‘빛나는 항체’ 연구에 많은 연구원들이 참여하였다. 아무리 선진국에서 개발되어 소개된 의약품일지라도, 이것을 재현하고 더 나은 기술 업데이트를 하기 위한 노력은 쉽지만 않다. 첫 번째, 우리는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고순도의 의료용 구리-64를 많이 만들어야 했고, 두 번째, 항체에 분자고리단을 연결하는 기술을 표준화시켜야 했으며, 마지막으로 반복적으로 투입해도 같은 생물학적 결과를 획득해야 했다. 특히 ‘빛나는 항체’를 만들 때 많은 시간을 보냈던 기술은 항체에 분자고리단을 연결하는 기술이었다. 해외학술대회에서 참가해 보면, 이론적으로 너무나 쉬웠으나 흉내 내기는 어려웠다. 결국 해외 전문가들을 역시 핵심기술을 빼고 발표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렇듯 단기간 내에 개발하고자 했던 ‘빛나는 항체’ 연구그룹의 욕심은 잦은 헛발질로 이어졌다.

 

  초기 헛발질 연구단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원은 김영준 연구원(병역특례 복무)이다. 그는 너무나 말이 없었지만(학회 때 너무 수줍게 발표하여 동정표를 많이 얻기도 했다) 실험노트는 너무나 놀라울 정도로 꼼꼼했으며, 심지어 모든 프로토콜이 고품질의 그림(극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려져 있었다. 가끔은 채색되어 있었는데 이는 ‘다빈치’의 스케치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환상의 실험노트는 파워포인트가 자리 잡은 오늘날의 연구환경에서 역설적이게도 실험미팅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그는 체력이 좋지 않았지만 집요한 끈기만큼은 훌륭했다. 또한 박사과정생으로 연구팀에 합류한 이지웅 연구원은 앞선 김영준 연구원의 의약품 합성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김영준 연구원의 아쉬운 전역 이후 연구팀은 한동안 기술공복이 이어졌지만, 두 명의 새로운 연구원이 다시 들어왔다. 안창균, 최승범 연구원(병역특례 복무)이 합류하여 명콤비 기술을 보여 주었다. 물론 이 복식조가 처음부터 순탄하게 연구한 것은 아니었다. 안창균 연구원은 날카로운 성격과 깡마른 체격으로 지닌 70년 지식인의 모습을 지닌 친구였고, 최승범 연구원은 모든 일을 즐겁게 하는 무게 있는 친구였다(그들은 한때 우리나라 코메디계을 이끌었던 ‘뚱뚱이와 홀쭉이’가 생각나게 한다). 이 두 연구원의 역할은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하도록 식약처 제출한 여러 자료들을 만드는 것이었고, 환자에게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조제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결국 명콤비는 전역하기 전에 성공시켰고, 전임상단계에 많은 실험을 통해 다양한 화학적 생물학적 자료를 수집하였다.

 

  또한 ‘빛나는 항체’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순도의 구리-64가 많이 필요하다. 이것은 환자에게 투여하는 구리-64의 양은 적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양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물리적 반감기는 다른 동위원소보다 매우 짧아서 따듯한 손에 놓여 진 하얀 눈이 녹듯 스르르 사라져간다. 이 제조과정을 개발하고 생산한 연구팀은 X-선생을 포함해 안광일 연구원, 박현 연구원이 있었다. 특히 안광일, 박현 연구원은 방사선차폐로 밀폐된 동굴 같은 지하 2층 연구실에서 참 심심하게 일하시는 분들이다. 그래서 일까, 그들은 방사선의 위험보다 그들이 피는 담배로 인해 더 큰 위험에 항상 놓여 있다. 이 심심한 분들을 늘 감시하는 또 하나의 심심한 조직이 있다. 바로 방사선안전관리팀이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방사선노출에 대해 온종일 전체 연구실, 연구내용, 연구원의 동선 등을 관리한다.

 

  참, 의약품 개발은 손도 많이 가는 험난한 여정이다. 낯선 이 길에서 또 하나의 연구팀이 합류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빛나는 항체’ 1호인 ‘구리-64-도타-트라스투주맙’을 주로 연구하는 임일한 박사팀에 이어서, 새로운 분자고리단을 첨가한 ‘빛나는 항체’ 2호인 ‘구리-64-노타-트라스투주맙’을 주로 연구하는 강주현 박사팀이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내부의 2팀은 애플과 삼성의 경쟁처럼 치열한 경합이 예고되어 있었고, 연구미팅에서는 ‘100분 토론’과 같이 일체 양보 없이 서로가 충돌하였다. 어느 날 연구미팅에서는 저녁을 먹으며 잠깐 이야기한다고 오후 6시에 모여 식사 없이 치열한 논쟁을 밤 9시까지 한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경쟁구도는 의약품 기술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기술이 성숙될 무렵 두 의약품의 기술은 합쳐서 조제표준화도 이루어졌다. ‘빛나는 항체’ 2호에는 김광일 연구원이 있었는데, 그는 고집 센 장인처럼 혼자 일하며 해마다 새로운 기술에 습득하고 도달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는 항상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술만 사용하고 매뉴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 느리지만, 완성된 기술이 이견 없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식약처에 임상시험을 신청하는 창구의 역할은 이교철 연구원이 담당을 했고, 양쪽 팀의 수장인 임일한, 강주현 연구원이 합류하여 하나씩 완성해 나갔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엄청나게 보수적이다. 확실하지 않는 실험 자료는 ‘예스’라는 답변에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어떠한 결정 뒤에는 반드시 과학적 근거가 명쾌해야 했다. 모든 연구원들은 이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했고, 식약처의 보완 실험만으로 1년이 추가되었다. ‘이거 좋은데 해 볼까’, 그리고 7년이 지나 첫 번째 임상시험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언론에서 유방암 연구의 가치를 결과로만 몇 줄 기사로 이야기하고, 아무도 숨겨진 연구원들에 대해 관심이 없다. 이 연구에 밤늦게까지 혹은 주말 실험을 마다하지 않은 연구원들이 존재했고, 그들은 자신의 대가보다 더 큰 가치를 우리나라 유방암 치료에 두었다. 

 

  우리가 이름 없는 과학자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가끔 잊어버린다. 지나치게 영웅 중심으로 집필된 위인전(책, 드라마 등)으로 세뇌당한 우리는 어쩜 우리 자신과 같은 작은 영웅들을 잊어버리곤 한다. 이 험난한 신약개발의 여정을 같이 했던 많은 연구원들에게 경이를 표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과학적 성과를 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연구원을 수행하는 우리나라의 과학도와 과학자들에게 ‘리스펙트’를 외친다. 

  • 낡은 찻잔

    좋은 연구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017-11-20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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