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2025년 01월호 제70화 2024년 방사선의학 핫이슈 |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 | 2025-01-02 |
---|
2025년이 도래했다. 연말연시 분위기 속에서 희망차게 맞이해야 할 푸른 뱀의 해가 다소 심란하게 시작하게 되었다. 필자가 뱀띠 인지라 2025년 을사년이 남다르게 느껴졌는데, 다른 의미로 전 국민에게 남다른 한 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호에서는 2024년에 보도된 방사선기술 및 방사선의학과 관련된 언론 기사 중 필자만의 기준으로 선정한 몇 가지 주요 기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록된 순서는 보도일 기준이다.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 업체 리포트링커는 2022년 63억 달러로 추정된 전 세계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평균 8.7%씩 성장해 2026년 8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일라이릴리, 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방사성 의약품 시장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SK바이오팜, 퓨처켐, 듀켐바이오 등 국내업체들도 글로벌 선도그룹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12월 말, BMS는 악티늄 기반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테크 '레이즈바이오(RayzeBio)'를 41억 달러(약 5조 3099억원)에 인수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일라이릴리가 미국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 '포인트 바이오파마'를 14억 달러(약 1조 8144억원)에 인수했다. 위 두 기업보다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노바티스는 글로벌 방사성 의약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에 프랑스 '어드밴스트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AAA)'를, 2018년에 미국 엔도사이트를 각각 21억 달러(약 2조 7342억원), 39억 달러(약 5조 778억원)에 인수했으며 이 두 건의 M&A로 전랍선암 치료제 인 ‘플루빅토’와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를 획득했다.
국내 기관과 업체들도 방사성 의약품 연구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 의약품 파이프라인 탐색을 위해 한국원자력의학원 등과 MOU를 체결했고, 퓨처켐은 미국에서 2상 진행 중 인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FC705의 중국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배출하는 하수는 대부분 미생물을 이용해 정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생물 농축 찌꺼기인 슬러지가 발생해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기존 슬러지 처리기술은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압착 처리하는 것 인데, 긴 처리기간에도 불구하고 효율이 높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개발부 연구팀은 감마선의 산화 분해 특성을 이용해 하수슬러지 처리기술을 개발했다. 감마선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아 물질을 산화시켜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연구팀은 산화제와 알칼리제를 주입해 수소이온농도를 조절한 뒤 감마선을 조사해 5시간 만에 최대 61.5%의 슬러지 저감 효율을 가진 기술을 개발해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을 했다.
< (좌)미처리된 하수슬러지와 (우)감마선 기술로 처리된 하수슬러지3)>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정액기술료 3억 5000만원, 매출액 1.5% 경상기술료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했으며, 국내 특허출원 3건 완료 후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수입에 전량 의존하는 치료용 방사선가속기 국산화 포문이 열렸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홍봉환 박사 연구팀은 붕소중성자 포획 치료용 양성자 가속기의 고전압 전원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국산화에 성공한 고전압 전원은 탄뎀 가속기에 활용되는 장치인데, 탄뎀 가속기는 전기장으로 입자를 가속해 이온빔 분석이나 중성자 포획 치료용 중성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장치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9년부터 붕소중성자 포획 치료에 활용될 탄뎀 가속기 국산화에 도전 중이며, 2022년에는 500keV급 탄뎀가속기 시제품을 개발해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개발한 전원장치는 2.4MeV 탄뎀가속기에 활용할 수 있는 1,200kV 고전압 전원장치로, 기존 가속기 기반 중성자포획치료 시설에 비해 소형화 시킬 수 있고 전력을 적게 써 효율적으로 붕소중성자 포획 치료를 수행할 수 있다.
< 한국원자력의학원 의료용가속기개발연구팀 연구진5)>
연구팀은 붕소중성자 포획 치료를 위한 탄뎀가속기 핵심인 고전압 전원장치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에 의의가 있으며, 향후 소형가속기 기반 붕소중성자 포획 치료시스템 개발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익히 들어보셨을 것이다. 영국 가디언지에서는 스웨덴 스톡홀름 리질리언스센터와 예테보리 대학 등이 협업해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미세플라스틱이 마리아나 해구와 에베레스트 산에서도 검출되는 등 지구 시스템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7)
< 미세플라스틱이 내이를 손상시켜 균형감각 저하와 청력 손실을 유발하는 기전8)>
이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2022년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진수 박사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과 자폐, 위암과의 상관관계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는 서울대 의과대학 박현민 교수, 중앙대 창의ICT공광대학 최종훈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해 미세플라스틱이 내이(內耳)를 손상시켜 청력손실 및 균형감각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폴리에틸렌이 내이를 손상시켜 청력손실 및 균형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을 입증했다. 본 연구를 통해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참고적으로 12월 2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는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합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9)
혈액암의 일종인 B세포림프종은 전체 림프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CD20단백질이 과다 발현하여 이를 표적으로 하는 리툭시맙(rituximab)이 대표적인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나, 여러부위 재발, 조직검사가 어려운 위치 인 경우 그리고 [F-18]FDG PET/CT 검사 시 위양성·위음성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검사법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 연구진들은 B세포림프종에서 과다 발현된 CD20단백질과 높은 결합력이 있는 Cu-64-DOTA-rituximab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하여 마이크로도징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기존 [F-18]FDG 검사법과의 CD20 발현여부를 비교분석 했다. 그 결과 신규 방사성의약품이 기존 방사성의약품 영상에 비해 림프절 비대 병변들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Cu-64-DOTA-rituximab: SUVmax 평균 18.1, [F-18]FDG: SUVmax 평균 5.2)
< (상)Cu-64-DOTA-rituximab PET/CT 영상과 (하)[F-18]FDG PET/CT 영상 비교11)>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연구팀은 향후 Cu-64-DOTA-rituximab을 이용한 B세포림프종 검사법의 안정성을 검증하여 신규 림프종진단제로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림프종 진단 뿐 아니라 신규 방사성의약품 인 Ac-225-DOTA-rituximab을 이용한 알파핵종 표적 치료에도 확대 적용할 전망이다.
방사선을 휴대폰이나 고글을 이용해 실시간 영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성균관대학교 채종서 교수팀은 방사선 검출기 하드웨어와 AI 시각 소프트웨어를 개발 후,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실증 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무선 연결된 방사선 검출기와 영상처리용 컴퓨터, 휴대폰 앱, 특수 고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사성 물질 위치, 방사선 공간 분포도, 방사선 세기 등을 파악할 수 있게 구현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휴대폰이나 고글을 통해 방사선 세기와 선원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 휴대폰·고글을 이용해 방사선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는 성균관대 연구팀 관계자13)>
채종서 교수는 "대당 수억 원 하는 외국산 방사선검출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방사선 작업자들의 방사선피폭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면서 "상용 버전을 개발해 전국의 방사성 물질 취급 생산현장, 연구 현장 등에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로봇과 센서를 활용한 방사성핵종 분리 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장치는 시료 분석 시간을 3배 단축하면서도 83~97%의 높은 핵종 회수율을 달성해 방사성폐기물 처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방사성 시료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액체 취급 로봇으로 시약을 투입하고, 비접촉 센서로 분리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자동방식을 채택하여 테크니슘(Tc), 스트론튬(Sr), 철(Fe), 나이오븀(Nb), 니켈(Ni) 등과 같은 주요 방사성핵종을 순차적으로 분리했다. 이후 진행한 유효성 평가에서 기존방식보다 3배 빠른 분리속도를 보이면서 83~97%에 달하는 높은 회수율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 세계 최초로 로봇과 센서를 활용한 방사성핵종 분리장치 개발에 성공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핵주기 개발부 연구팀15)>
2024년 12월 3일(화) 오후 10시 23분. 필자는 침대에 누워서 인터넷을 하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처음에는 가짜뉴스인 줄 알지만, 국회에 입성한 군인들을 저지하는 시민들을 중계하는 영상과 어마어마한 내용이 담긴 비상계엄 포고령 전문을 보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했다. - 포고령 3항 내용16) 덕분에(?) 필자의 연재도 여기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후 국회의 발 빠른 대응 덕에 다음날 새벽 4시쯤 계엄령은 해제되었지만, 우리나라 전반에 비가역적인 상처를 남겼다. - 특히 외교·경제 분야를 크게 걱정하였다.
계엄선포와 계엄해제를 살아생전 겪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신속하고 민주적인 절차로 계엄 해제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제 이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해야 하는 높으신 분이 방사성의약품 글로벌 빅파마 기업처럼 기민하게 움직이셔야 할 텐데... 하루빨리 국내 정치가 정상화되어 언젠가는 계엄선포가 해프닝으로 여겨지게 될 날이 오길 바란다. 작년 한 해 모두 고생 많으셨고, 2025년은 행복만 가득하시길 빈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1)https://www.mk.co.kr/print/10911862
2)https://www.etnews.com/20240201000129
3)https://www.etnews.com/20240201000129
4)https://www.yna.co.kr/view/AKR20240705075900017?input=1195m
5)https://www.yna.co.kr/view/AKR20240705075900017?input=1195m
6)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4/07/24/UH4BB66S6NGH5KLYNS2PMNF5ZY/?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7)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2186
8)https://www.kirams.re.kr/kirams/board/pressBoardView3.do?page=4&no=13398
9)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86712&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10)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409040020
11)https://www.kirams.re.kr/kirams/board/pressBoardView3.do?page=3&no=13404
12)https://www.dt.co.kr/etc/article_print.html?article_no=2024111302109931076001
13)https://www.dt.co.kr/etc/article_print.html?article_no=2024111302109931076001
14)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242
15)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242
16)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 덧글달기
- 다음글 제69화 방사선의학과 인공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