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집
방사선의학의 창
- 2024년 09월호
오상록 KIST 원장님
‘World Class KIST’ 비전 통해 임무중심 R&D 체계 구축
글로벌 일류의 품격을 갖춘 연구기관, KIST가 나아갈 길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임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과 기관 경영을 위한 KIST의 기준’을 세우기 위한 방향 설계에 집중해 왔다. “지난 5개월간 제 마음속에 품고 있던 KIST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오상록 신임 원장은 여러 구성원과의 논의를 거쳐 ‘World Class KIST’라는 비전을 새롭게 설정하고, ‘임무중심 R&D 체계 구축’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본고에서는 연구자들의 야성과 도전 정신을 다시 일깨워 글로벌 일류의 품격을 갖춘 연구기관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KIST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 국내 유일의 종합 연구기관 ‘KIST’을 이끌게 된 오상록 신임 원장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966년 대한민국 과학기술 입국을 위해 설립된 이래로,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많은 출연연이 KIST를 모태로 하여 분리된 만큼, KIST는 종종 출연연들의 맏형으로 불리곤 한다. KIST는 홍릉 본원과 강릉, 전북에 분원이 있고, 유럽연구소와 한-인도 협력센터, VKIST, 보스턴 연구협력센터 등 해외에도 여러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 분야로 세분화된 다른 출연연과 달리, KIST는 국내 유일의 종합 연구기관”이라고 소개하는 오상록 원장은 “KIST에서는 차세대반도체, AI·로봇, 청정수소, 바이오메디컬, 뇌과학, 첨단소재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전략기술 확보를 목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더해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인 AI·반도체, 첨단바이오, 퀀텀기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통해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26대 KIST 원장으로 선임된 오상록 신임 원장은 1988년 KIST에 입사해 강릉분원장과 방역로봇사업단장을 수행한 내부 출신으로 KIST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다. 이와 함께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 자문위원,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민군기술협력특별위원회 등을 역임하면서 출연연이 가야 할 방향과 KIST의 역할에 맞는 발전전략을 가장 잘 수행할 적임자로도 평가받고 있다. “KIST에서는 지자체, 대학, 기업 등 여러 주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강릉분원장으로서의 경험이 이러한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며, “또한 방역로봇사업단장과 지능형 로봇 PM으로 활동하면서 명확한 ‘임무’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경험을 쌓았고, 이 경험은 제가 현재 KIST에서 추진하고 있는 임무중심 연구의 철학을 마련하는 토대가 되었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지난 3월 27일 취임한 오상록 원장은 원활한 업무 파악을 위해 ‘비전위원회’라는 임시조직을 꾸려 소통의 장으로 활용했다. 오 원장은 비전위원회의 도움으로 새로운 비전 수립부터 정책, R&D, 경영 등 각 분야에서 집중해야 할 세부적인 사항들을 파악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일까지 빠르고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3개월간 여러 조직에 속한 구성원들이 한 데 모여, KIST 내 주제별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장기적인 미래 역할에 대해 수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World Class KIST’라는 기관의 새로운 비전이다.
- ▶ ‘임무중심 연구 체계로의 전환’을 시작한 KIST
-
오상록 원장은 지난 7월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토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문제 해결에 전념하고, 글로벌 일류의 품격을 갖춘 연구기관으로 도약하자는 의미를 담은 KIST의 새로운 비전 ‘World Class KIST’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연구자의 본능을 일깨워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국가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파급력 높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임무중심 R&D 체계를 구축하겠다’라는 포부도 발표했다.
“KIST가 임무 지향, 개방·협력,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세 가지 핵심가치를 확보하는 것이 저의 운영 목표”라고 소개하는 오상록 원장은 그중에서도, ‘임무중심 연구 체계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제가 KIST 원장으로서 추구하는 첫 번째 가치이자, 취임 전부터 구상해온 기관의 방향성”이라는 오상록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R&D 체계의 과감한 혁신을 위한 임무중심 연구소의 출범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오상록 원장이 임무중심 연구소의 출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각 연구소 ‘임무’의 적합성이다. 설정된 임무가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국가·사회적 문제인지, 반드시 KIST가 뛰어들어야 하는 문제인지, 그리고 KIST에 그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라는 오상록 원장은 “KIST가 앞으로 해야 할 연구는 단순히 선도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와 사회적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풀기 위한 구체적인 임무를 설정하여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무중심 연구를 기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KIST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차세대반도체, 청정수소융합, AI·로봇 연구소 등 세 개의 임무중심 연구소를 성공적으로 출범했다. 또 9월에는 기후·환경과 강릉 천연물연구소 두 개의 임무중심 연구소 출범시킬 예정이다. 오상록 원장은 “이번에 출범하는 다섯 개의 임무중심 연구소는 각 분야에서 중요성과 당위성이 인정되는 임무를 설정하였으며, 그에 따른 구체적인 마일스톤을 수립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임무중심 연구소의 핵심은 PM(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오상록 원장은 “PM은 축구에서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하며, 연구소 운영 전반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는다. 기관 차원에서 PM이 요청하는 예산, 인력, 인프라 등을 최우선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PM 제도가 잘 정착된다면, 연구개발의 전략이 강화되고, 실질적으로 파급력을 가진 연구성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 ▶ 글로벌 일류 연구기관으로의 포문을 연 KIST
-
“출연연은 60~70년대 국가 성장을 이끌어왔으나, 이제는 대학과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부상함에 따라 그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하는 오상록 원장은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KIST를 포함한 출연연이 국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출연연의 역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종합연구소인 KIST는 국가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차곡차곡 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 앞서 소개한 다섯 개의 임무중심 연구소다. 이와 함께 오 원장은 “임무중심 연구소로 조직개편이 따로 이루어지지 않은 연구 조직의 경우에도, 명확한 임무 설정과 목표 수립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라며, “과학기술 경쟁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변혁의 시대에서, KIST는 우수 논문 게재나 특허 출원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파급력을 가진 연구를 통해 글로벌 일류 연구기관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이슈 대응 측면에서도 KIST는 한국의 과학기술 자원과 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해 이미 다년간 유럽, 인도, 베트남, 등 다양한 지역에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여기에 더해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와 같은 선도 기관과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다년간 공동연구와 실질적인 인력 교류를 통해 폭넓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는 KIST에 필수적인 만큼, 앞으로도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넓혀 갈 계획”이라고 오상록 원장은 강조했다.
특히 오 원장은 “네트워크 구축 자체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의 내실 있는 활동과 이를 통한 국격 제고가 더욱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KIST는 기존의 글로벌 거점들을 활용하여 게임체인저 기술 분야 협력과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 연계, 한-베트남 기업 활동 지원 등의 활동을 강화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KIST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융합연구 환경 구축을 통해 인력 교류·인프라 공유 등 연구 협력 지원에 앞장서
-
“개방형 혁신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라고 말하는 KIST 오상록 신임 원장은 “임무중심 연구에서 목표로 하는 국가와 사회 문제의 해결은 KIST 내부 자원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며 “타 기관과의 벽을 허물고 인력 교류뿐만 아니라 인프라 공유 등 협력이 가능한 융합연구 환경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릉 지역의 활성화와 바이오 클러스터로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KIST와 지리적으로 밀접한 위치에 있는 원자력의학원은 상호 협력 가능성이 큰 기관이다. “KIST와 원자력의학원이 각자가 갖춘 연구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하여 바이오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오상록 원장은 “두 기관 간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동연구 및 중개연구, 그리고 기술사업화에서 중요한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 연구자들의 야성과 도전 정신을 일깨워 주는 수장
-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오상록 신임 원장은 “KIST 내에 도전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연구자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야성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원장이 취임사에서부터 강조한 ‘연구자들의 야성과 도전 정신’이 임무중심 연구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파급력 있는 연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개개인이 타성을 버리고 도전해야만 한다”라는 오 원장은 “이를 위해 원장으로서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여 이러한 조직을 만들어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지원 부문 구성원들에게는 조직과 개인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KIST가 글로벌 일류 연구지원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오상록 원장이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또 다른 목표는 ‘체질 개선을 통한 출연연 역할의 재정립’이다. “현재 우리 과학기술계는 고조되는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그만큼 출연연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오상록 원장은 “저는 임기 동안 KIST가 선두주자로서, 국가와 국민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출연연의 새로운 역할을 확립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KIST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국정 운영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출연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경청’과 ‘역지사지’를 조직구성원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오상록 원장은 “소통에 있어서 거울 기법(Mirror technique)을 떠올리며 상황에서 한 발 떨어져 관찰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방식으로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관점을 한층 더 잘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덧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