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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섭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소통’ ‘월담’을 해야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있다. -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 (2)

    ‘통섭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소통’ ‘월담’을 해야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있다. -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 (2)

  ‘통섭’이라는 단어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적인 미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는 과학자, 기술자, 사상가로도 유명했으며,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역시 정치가, 수학자, 경제학자, 자연과학자”였다고 말하며 “학창시절 우리는 한 우물을 차지 않고 쉽게 이곳저곳으로 월담을 하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는데, 이제는 학문에서 학문으로 쉽게 월담을 해야 창의적인 인재가 되며 통섭의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립생태원이 아닌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에서 만난 최재천 원장은 이미 여러 미디어를 통해 ‘소통’과 ‘통섭’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 온 탓에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함과 익숙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여유를 갖고 둘러본 최 원장의 이화여대 연구실은 천정을 매우고 바다까지 늘어질 만큼 빼곡하게 가득 찬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 우리나라에서 ‘통섭’이란 말을 누가 처음 썼을까?

  다독을 즐기는 최 원장의 꿈은 시인이었다고 한다. 문학적 소양이 풍부했던 최 원장은 예상과 달리 ‘생태학자’가 되었고, 인문, 사회, 과학 그리고 경제학을 두루 섭렵하며 통섭학자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자연계가 위대한 것은 ‘공존’의 삶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최 원장은 “인간 사회도 나만 잘났다고 싸우는 삶에서 벗어나 ‘공존’을 이루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학문적, 편견적, 사회적 벽을 없애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줄 아는 ‘통섭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학계 전문용어로만 여겨졌던 ‘통섭’은 이제 사회 전반에서 융합, 소통 등과 함께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섭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낯선 것 또한 사실이다. 최재천 원장은 저서인 ‘통섭적 인생(2013)’을 통해 인간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더불어 사는 것을 권유한 바 있다. 통섭을 통해 사회 전반을 알고 이어질 수 있다면 소통은 더욱 쉬워질 것이며 그로 인해 창조될 새로운 가치는 더 큰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것이 최 원장이 말하는 소통과 통섭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그동안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 가르치고 있지만, 고대의 학자들은 인문학에서 이공학까지 경계를 두지 않고 모두 섭렵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역시 미술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과학자, 기술자, 사상가로도 유명했으며,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역시 정치가, 수학자, 경제학자, 과학자였다”고 말하는 최재천 원장은 “르네상스의 시대를 거치면서 학문이 쪼개지기 시작했지만 21세기 들면서 쪼개진 학문의 병폐로 인해 다시 통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대학에도 융합학부가 생겨나고 융합을 통한 재해석이 활발해 지면서 새로운 학문의 크로스오버는 융합의 시대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계층 간의 소통, 세대 간의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해 온 최재천 원장은 소통이 잘 되는 생태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소통을 위해 부채꼴 형태로 건물을 짓고 칸막이를 없애 건물과학상을 받은 일본 지구과학연구소를 예로 들며 “불편할 정도로 섞어놔야 무엇인가 창의적인 것이 나온다”고 말한다. 최 원장은 불편함을 주는 구조는 사람을 집결시키는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소통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건물에 복사기를 하나만 들여놓으면 복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기다리면서 서로간의 안부도 묻고 서로간의 소소한 얘기도 이어가면서 일상 속에 소통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소통은 느림의 미학”에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Master Key를 찾아라!

  우리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100세를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의 시스템은 한 우물을 파는 ‘전문성’을 중요시 해 왔다. 이제는 ‘한 우물 파기’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최 원장은 한 우물을 파다보면 옆의 우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를 것이며, 주변의 다른 우물과 힘이 합쳐지면 생길 시너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며 “새로운 시대의 인재는 한 분야만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이 아닌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두루 섭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융합형 인재”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50년 후에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고 말하는 최재천 원장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일 것이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이 90%는 쓸모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대학에서는 누가 A+를 받나?’라는 책을 보면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절대 쓰지 않는다는 학생 인터뷰가 나온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청년들은 하나의 직업을 위해 창의를 버리고 스펙을 쫓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매일 늦게까지 학교에 머물러 공부하다보니 조교랑 친해졌고, 학교의 모든 문을 열수 있는 ‘마스터키’를 준 덕분에 어디든 가 볼 수 있다는 막연한 든든함이 있었다고 회상하는 최재천 원장은 우리 학생들에겐 한 직장을 열기 위한 열쇠가 아니라 어느 직장의 문도 열어 볼 수 있는 마스터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반 열쇠는 뼈대 위에 돌기가 있는데 마스터키는 뼈대로 이뤄져 있다”고 말하는 최 원장은 “열쇠는 돌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뼈대가 중요하다”며 “열쇠의 뼈대와 돌기를 교육으로 비교한다면, 뼈대는 기초학문 역할을 할 것이며, 돌기는 하나의 문을 열 수 있는 전문성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통섭과 소통 그리고 융복합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문성이 아니라 어디라도 드나들 수 있는 마스터 열쇠가 필요하다. 기초 학문을 튼튼하게 다져놓고 창의적 사고와 학문 간의 벽을 쉽게 넘을 수 있다면 우리는 100세 시대에 여러 직업을 체험하며 통섭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 ‘K-Corps’로 청년들의 견문을 넓혀주고파

  최재천 원장은 지금의 대학생들은 나의 학창시절에 비해 10배 이상은 열심히 공부한다. 오로지 취업만을 위해 고등학생처럼 공부하는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이자 아픔이 ‘청년실업’이다”고 얘기하는 최 원장은 그런 청년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런 최 원장의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K-Corps를 하는 것. 미국은 케네디 정부 시절에 피스코(Peace Corps)라는 평화봉사단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파견해 청년들에게는 다양한 경험과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또 국가적으로는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바 있다. 최 원장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할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한 만큼 우리 젊은이들도 세계 속에서 봉사도 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피스코 평화봉사단처럼 ‘한국형 K-Corps’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실제 피스코 선생님들에게 영어를 배웠다는 최 원장은 “우리나라 젊은이들만큼 교육을 잘 받고 똑똑한 젊은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하나의 직장을 갖기 위해 피 말리는 전투를 버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느끼고 배워 더 큰 세상과 창의적인 ‘job’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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