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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이익재 센터장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이익재 센터장을 만나다!
차별화된 병원 인프라 통해 중입자 치료의 ‘Global Standard’로 자리매김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이익재 센터장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이익재 센터장을 만나다!
    차별화된 병원 인프라 통해 중입자 치료의 ‘Global Standard’로 자리매김

 

  중입자 치료기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6개 국가의 10여 개 시설에서만 운영 중인 최첨단 방사선 치료 장비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세의료원이 그 길을 열었다. 1922년 국내에서 최초로 방사선 치료를 시작한 연세의료원은 2022년 말 국내 최초의 중입자치료센터를 완공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이익재 센터장을 만나 난치암 환자들에게 ‘큰 치료 옵션’을 더해 줄 중입자 치료의 가치와 앞으로의 센터 운영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 외래진료·검사·중입자 치료 시설을 갖춘 ‘국내 최초의 중입자치료센터’

이익재 센터장

  중입자(重粒子·heavy ion) 치료는 탄소 입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의 하나로서, 양성자 치료에 사용되는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가속시켜 종양(암세포)만을 조준해 파괴하는 치료기법이다. 특히 중입자 치료는 몸의 표면에서는 방사량이 적고, 몸속 암 조직에서는 방사량이 최대가 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특성이 있어 부작용이 적고 치료기간이 짧아 환자 편의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기존의 방사선 치료 대비 2~3배 높은 생물학적 효과비를 보이기 때문에 난치암을 극복하기 위한 암 치료기라고도 불린다.

  “중입자 치료는 다른 입자 치료와 비교해 설비나 시설이 크기 때문에 비용적으로도, 또 공간확보 측면에서도 도입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신의료기술”이라고 말하는 중입자치료센터 이익재 센터장은 “국내 암 치료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중입자 치료 인프라가 없어서 큰돈을 들여 일본이나 유럽으로 원정 치료를 나가는 상황에서, 연세의료원은 암 환자들에게 더욱 편하고 안전하게 국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2013년부터 중입자 치료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10년 만에 센터를 개소하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연세의료원은 중입자 치료 도입으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 기존의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암종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난 4월 문을 연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이하 중입자치료센터)는 지하 5층~지상 7층의 연면적 약 3만3천㎡(약 9,960평) 규모에 외래진료·검사·중입자 치료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중입자치료센터 지하 2층~지하 4층에 설치된 중입자 치료기는 세계에서 16번째로 설치된 중입자 시설로서, 3개의 치료실(고정형 치료실 1실, 회전형(갠트리) 치료실 2실)로 구성돼 있다.

▶ 본격적으로 열린 중입자 치료의 시대

  연세의료원은 4월 28일 전립선암 2기 환자의 치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중입자 치료에 들어갔다. “중입자치료센터를 개소하면서 기대감과 함께 걱정도 많았다”라는 이익재 센터장은 “해외 원정 치료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겠지만, 기존의 암 치료와 비교해서는 중입자 치료비 비싸므로 환자들에게는 부담감이 클 것이다. 또 환자치료에 있어서 정말로 아주 월등한가? 하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우려는 치료하면서 증명될 것”이고 말했다.

  중입자치료센터는 8월 말 현재, 50여 명의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마쳤다. 이와 함께 새로운 암환자 치료와 치료를 완료한 환자들의 추적관찰을 통해 부작용과 치료 효과 등에 관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암 환자의 생물학적 특징이나 유전적인 특징, 그리고 생활 환경 등에 따라 치료 효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는 이익재 센터장은 “환자의 생물학적·유전적 특성을 활용해서 맞춤형 치료를 한다면 치료성적은 더욱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중입자치료센터에서는 연세의료원 내 간암센터, 췌장암센터 등 특성화된 암 센터들과 긴밀하게 치료방식을 논의하고 있으며, 다학제 연구를 통해 치료성적을 높일 방안들에 대해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 더 많은 암 환자에게 기회를

  중입자 치료를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는 일본으로 1994년부터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독일이 2009년 독자적인 기술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으며, 일본과 독일의 기술을 이용한 중입자치료센터를 이탈리아(2012년), 중국(2014년), 오스트리아(2019년), 대만(2022년), 대한민국(2023) 등이 갖추기 시작하면서 7개국에서 16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중 일본에만 7개의 중입자치료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중입자 치료의 선도국은 일본으로 30여 년의 역사를 갖추면서 설비도 가장 많고 임상 환자도 많다”라는 이익재 센터장은 “반면 우리나라는 중입자 치료 후발주자이다. 하지만 최신 장비와 높은 치료기술 수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대형병원 중심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선점 국가와 비교해서도 절대로 뒤처지지 않은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이 센터장은 “중요한 것은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현재 3년 안에 600개의 치료 케이스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입자치료센터는 임상 환자 코호트 연구 등을 통해서도 치료성적을 높이는 데이터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많은 환자를 치료만큼이나 치료 프로토콜 연구도 중요하다”라는 이익재 센터장은 “일본에서 환자 코호트 연구를 위해 J크로스라는 중입자 치료 네트워크를 만들었듯이 한국도 K크로스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원자력의학원에도 중입자치료센터가 만들어지면 중입자 치료를 위한 병원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같은 프로토콜로 같이 환자를 보고 코호트 연구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전립선암에서 시작해 더 많은 암종으로 확대

이익재 센터장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는 1개의 고정형 치료실과 두 개의 회전형(갠트리) 치료실이 있다. 한 방향으로만 중입자선이 나오는 고정형 치료실에서는 전립선암을 중심으로 한 치료가 이뤄질 예정이며, 중입자선의 방향을 회전할 수 있는 회전형 치료실에서는 더 많은 암종의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회전형 치료실 중 한 곳은 올해 말 사용을 목표로 정비에 들어갔으며, 2024년 중반기까지 세 번째 치료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는 이익재 센터장은 “현재 우리 센터는 전립선암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지만 골연부육종, 두경부암, 폐암, 췌장암, 간암, 재발성 직장암, 부인암, 흑색종 등 여러 암종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라며, “특히 논문 등을 통해 수술할 수 없는 선양낭종암, 두경부암, 췌장암 등의 케이스에서 중입자 치료가 효과를 보였다는 사례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어 이러한 암 치료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센터 개소로 중입자 치료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환자도 많아졌다”라는 이익재 센터장은 “중입자 치료 대상은 결국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전문가가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대내외적인 여건상 중입자 치료를 원하는 모든 환자에게 지금 당장 중입자 치료를 해 줄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이어 “중입자 치료만을 기대하면서 현재 진행하는 치료를 미뤄서는 절대로 안된다”라고 강조하며 “기존의 치료에 최선을 다해 임하면서 중입자 치료의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중입자 치료의 Global Standard로 자리매김

  중입자치료센터는 ‘중입자 치료의 Global Standard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일본 방사선의학연구소(QST)를 비롯해 다수의 해외 중입자치료센터와 MOU 등을 통해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를 통해 중입자 치료에 대한 최신 정보를 교류하고 있으며, 인적 역량 강화를 위한 임상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방사선종양학회, 의학물리학회, 입자치료연구회 등 학술단체 및 연구모임이 많이 있어서 정보교류 협력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중입자치료기관으로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병원 인프라를 활용해 임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에비던스(evidence)를 확보하고 대내외적인 연구협력을 강화한다면 얼마든지 앞서갈 수 있다”며. “중입자치료센터가 연세의료원의 글로벌화를 가속화시킬 기회”라고 말했다.

  끝으로 “중입자 치료는 방사선의 치료 중 하나”라고 말하는 이익재 센터장은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중입자 치료를 포함해서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 어떠한 선택이 환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우리 센터는 앞으로도 다학제적인 접근과 논의를 통해 환자의 치료성적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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