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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봄은 다시 올까?한국원자력의학원 책임연구원 김정영2024-01-04

  2023년 연말에 평상시 아빠랑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하지 않는 고등학교 딸이, 영화 ‘서울의 봄’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학교 내 친구끼리 대화 중에 이 영화를 보지 못하면 그 대화에 끼어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X-선생에게 있어서 영화 ‘서울의 봄’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중학교 시절에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가장 큰 화두였다. 그 제5공화국 시절, 어느 날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이 경찰에 갑자기 잡혀가고, 백골단(흰헬멧, 청자켓, 청바지를 입고 긴 곤봉을 사정없이 휘두르는 경찰단)으로부터 도망쳐 온 대학생들이 우리 교실로 난입한다던가, 최루탄이 교실 안으로 날아 들어와 수학 수업이 중단되는 등의 에피소드는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기만 하다.

 

  우리 현대사에서 그 제5공화국의 탄생을 담은 이야기가 영화 ‘서울의 봄’인 것이다. 이 영화는 배우 황정민의 눈부신 연기로 인해 몰입도가 매우 높고, 현재 누적 관객 수가 1,211만명(2024.01.02.) 기록하고 있다. ‘서울의 봄’을 만든 김성수 감독은 영화 ‘비트(1997년)’로 일약 스타배우로 큰 정우성을 활용하여 이질적인 이야기와 관객의 거리감을 좁혔다. 이러한 전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 시청 도중에 눈물을 훔치는 딸아이의 모습에서 – 물론 같이 보는 관객들도 꽤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많았다. - ‘서울의 봄’이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극적인 상황도 잘 연출했다고 본다.

 

 

 

  이렇듯 ‘서울의 봄’이 우리나라 많은 국민에게 그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감동을 주는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국면과 무관하지 않다. 2023년 여러 분야에서 현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정책과 예산이 갑자기 결정되어 시행되는 부분이 매우 아쉬웠다. 그중에서도 특히 현 정부의 과학계 연구·개발 정책과 예산의 결정은 문제가 너무나 많아 보인다. 하나의 과학기술이 시작되어 끝을 맺는 과정과, 그 끝에서 다시 다른 학문과 융·복합되어 계승 발전하는 것이 과학기술의 진화이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나오는 결과물이 시장으로 나와 시장을 키우거나, 또 다른 시장을 만들기 한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속성은 나라의 경제의 틀과 규모를 만드는 중요한 기틀이 된다. 그래서 모든 나라들은 과학기술자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때로는 무리한 영재교육도 시행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R&D 예산의 감축은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빠르게 후퇴시키고, 시장을 확장할 새로운 과학기술을 막고, 관련 기업들의 모험적인 투자를 줄이고, 특히 정부의 육성이 필수적인 도입기의 기술들은 그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질 가능성이 높다. 행여 과학기술자의 해외 유출로 인해 오히려 우리나라의 기술을 훗날 우리가 다시 역수입하는 기이한 광경도 충분히 예상된다. 극단적인 사례로, 1991년에 소련이 붕괴하여 러시아와 동유럽이 분리·독립되는 시점에서 많은 소련의 과학기술자들이 정치·경제적 안정을 위해 해외로 이주하면서 미래 기술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이것은 소련연방이 과학기술 강국에서 어떻게 한순간에 그 명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서울의 봄’과 같이, 국가를 이끄는 그룹이 권력만 추구했을 때 어떤 일이 우리 눈앞에 벌어지는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과학기술의 투자와 발전은 특정 정권의 정책과 유관할 수밖에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 분야에 걸쳐서 과학기술의 예산을 축소하는 정책은 아무리 부도덕한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더군다나 우리 방사선의학기술은 오늘날 이르러서 타 기술에 비해 대통령 차원의 많은 투자도 없었고, 정부·산·학·연의 조화로운 협력으로 인해 성장하면서 나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었다. - 물론 그 기술적 정체기도 있고, 그 기술의 시장을 활짝 넓히는 활동기도 있었지만 – 오늘날 많은 과학자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 정부는 우리 사회의 미래 먹거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그 과학기술 예산과 정책을 제고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또한 이러한 과감한 정책의 재검토가 우리 과학계 미래 비전을 하루빨리 되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서울의 봄’은 아픔은 있었지만, 결국 우리 곁에 왔다. 그렇듯 과학의 봄도 과연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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