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0년간 9,714억원을 투입하는 2기 연구중심병원 예비타당성조사를 앞두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3년부터 진행되었던 연구중심병원사업은 병원이 보건의료기술혁신(HT Innovation)의 중심이 되어 "연구(R&D)-중개·임상연구-사업화-제품개발-진료"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확립을 목표로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거대 국가 프로젝트에는 탄탄한 기초과학 전문가의 뒷받침과 임상을 담당하는 현장 임상 전문가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너무 자명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출간한 "연구중심병원발전을위한 정책과제보고서 (2022년도 발행)"에서는 연구인력의 확대를 위해 의사(MD)와 박사(PhD)가 함께 공존하는 연구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제언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언급하며 의사과학자-의과학자 양성사업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있는 MD-PhD 육성사업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이미 미국에서 1950년대에 시작된 사업이었으며 꾸준히 현재까지 진행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시작 이후로 상당히 수가 증가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의사과학자 인력의 건강에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후,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이 기능역할을 하는지 평가를 하는 큰 시도가 2018년도에 미국의과대학협회에서 이루어졌다.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 10,5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50%정도 졸업생은 교육과 일치하는 연구자의 경력을 쌓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프로그램 수료 이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 할 수 있었으나, 프로그램에 입학하는 학생의 평균연령은 프로그램이 처음 설립되었을 때 보다 높아졌다. 그리고 졸업 및 대학원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연구에 전념하는 전문적인 노력과 연구비 지원 가능성 사이에는 긍정적인 관계가 있었지만, 교육기간 증가가 후속연구 노력의 중가를 가져온다는 증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논문내용을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보인다. 졸업생의 절반은 학계에 진출해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고 교육자와 연구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절반은 다른 분야에 진출하거나 다시 임상의로 돌아가서 의사로써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필자는 물리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입자물리학실험을 떠나 방사선의학물리를 하고 있다. Medical Physicist라는 단어도 임상 수련과정에서 익힌 단어이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듯 연구에도 국경이 없다. 연구중심병원이 모델로 삼고 있는 병원 중 하나인 미국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경우 연구책임자급 박사학위소지자(Ph.D.)가 790명, 박사후 연구원이 1,500명 그리고 대학원생이 800명정도 된다. 이러한 풍부한 연구 환경속에서 새로운 연구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개인이 올린 성과보다 더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 또는 그 과정이나 결과물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이를 집단지성이라 부르고 있음을 알고 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연구또한 이러한 집단지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출처: JCI Insight. 2019;4(19):e133009. https://doi.org/10.1172/jci.insight.133009>
 

* The national MD-PhD program outcomes study: Relationships between medical specialty, training duration, research effort, and career paths. JCI Insight. 2019;4(19):e133009. https://doi.org/10.1172/jci.insight.133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