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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 스마트 병원 그리고 스마트 노동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성의약품개발팀 조일성2023-09-08

  스마트(Smart)라는 말이 ‘어떤 대상의 인지력에 관련된 특수성’을 지칭하던 의미에서 확장되어 ‘뭔가 편리해진 상태’ 라는 의미를 갖게 되는데 까지 1 세대가 채 걸리지 않았다. 스마트라는 말을 전 세계에 자연스럽게 퍼트리게되는 계기가된 애플(Apple)사의 발명품은 정말 세상을 바꾸었고, 지금에 와서는 단순한 발명품이 아닌 사용 중독을 우려하게 되었다.

 

  스마트의 홍수는 한 때 연구영역을 지배했었다. 너나 나나 제출하는 연구 과제의 제목을 스마트로 시작했으며, 심지어 제목만으로는 어떤 과제인지 예상 할 수 없는 현상마저 일어났었다. 스마트 진단기기, 스마트 전지, 스마트 재료.등등 모든 상품 앞에 스마트가 붙었다. 또한, 스마트와 더불어 차세대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마법주문이었다. 모든 것이 더 발달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차세와 스마트로 시작하는 작명 센스는 모든 연구의 대상성(Gegenständlichkeit)이 사라지고 하나로 귀결되는 현상을 만들었다. 마치 과제 제목이 주는 개별성과 특수성을 사상(捨象)하여 나온 본질이 ‘스마트’요 ‘차세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과제심사 위원들은 다들 비슷한 말에서 보석을 찾는 역할을 해야만 했으며 심지어 담당 주무 부처에서는 ‘스마트’니 ‘차세대’니 하는 단어를 과제 소제목에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적도 있었다.

 

  이러한 스마트 열품은 R&D 영역을 시작으로 기기로 넘어가 사물인터넷과 연결되어 휴대전화기로 집의 조도를 조절하고 도시 가스벨브를 잠그게 되었으며 점자 진화하여 인문사회학 영역으로 보이는 시스템 구조 마저 변하게 만들었다. 이미 산업영역에서는 스마트 공장이라는 단어을 사용한지 꽤 되었다. 스마트 제조(Smart manufacturing)에 대한 국제표준은 ISO/IEC TR 63306-1:2020 Smart manufacturing standards map 로 2020년도에 출판되었으며. 지멘스(Simens)에서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스마트 제조를 시간 절약, 비용절감 측면에서 홍보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여파로인해 대면활동이 멈춘 시기에 비대면 원격진료 등 의료 서비스 전달방법의 페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으로 인해 그 필요성이 채감되었다. 기기의 발달로 인한 자연스러운 산업화의 요구가 또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닌, 말하자면 역병의 창궐로 인해 오히려 ‘스마트’한 병원 시스템에 나오게 된 것이다. 마치, 노동집약적인 보건의료산업을 대체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매일 전해주는 의료관련 뉴스레터에는 ‘AI(인공지능’, ‘비대면 진료’,‘디지털 헬스케어’와 함께 이런 시스템의 집합체인 스마트 병원의 개원소식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이미 보건복지부에서 2020년부터 스마트병원 사업을 시작했으며 의료기관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에 활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2020년 감염병 대응 분야를 시작으로, 2021년 환자 체감형 분야, 2022년 환자 중심 소통 분야 등의 사업으로 확장 하고 있으며 최근 원자력병원에서도 스마트병원을 견학하고 내부 보고서를 통해 병원의 미래상을 대응하고 있다.

 

  그렇지만 스마트 한 미래는 종종 디스토피아적으로 묘사되곤 했다. 200년전 영국에서 현장에서 일어났던 방직기기의 파괴는 이러한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낳은 행동이었다.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은 방직기가 노동자의 일거리를 줄인다는 생각으로 일어난 기계파괴 운동이다.>

 

  이러한 우려는 지금도 종종 나오고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자동화 시스템은 고속도로에서 표를 파는 일자리를 옛 추억으로 만들었고 소규모 커피 매장의 키오스크는 계산원이 없어도 되는 매장 풍경을 만들었다. 몇 년전 미국 기업인 아마존에는 포장 자동기계가 도입되었고 시간당 700개까지 물건을 포장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람보다 5배 더 빠른 속도라 한다. 화이트칼라 영역도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 같다. 최근 엄청 유명세를 탓던 인공지능형 대화프로그램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지식노동자의 수준까지 올라왔다. 비단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인간을 우주로 보내기위해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계산원 이라는 보직이 있었다. 컴퓨터가 발전되기전 인간을 우주로 보내기위한 모든 계산을 사람의 손으로 직접 했었지만 지금 그 자리를 컴퓨터에게 내주었다. 그렇지만 인간의 뇌에는 ‘시냅스’라는 물질이 있어서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를 연결시켜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등 지적 능력을 발휘하게 하여 이는 기계와는 큰 차이가 되었다. 사람의 뇌에는 약 1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가 유명세를 탈 때 사용된 GPT-3 엔진에는 는 1750억개의 매개변수가 있었으며 올해 발표된 업그레이드된 엔진인 GPT-4의경우 매개변수는 1조개의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순한 매개변수의 수는 작으나 새로운 토큰기법으로 매개변수의 증가에 따른 컴퓨터 하드웨워의 부담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GPT-4를 테스트한 AI스타트업 톰(Tome) 창업자 카이스 페이리스는 "GPT3와 3.5(챗GPT)가 6학년 같다면 GPT4는 똑똑한 10학년 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회의원의 연설문이나 신문기사를 기자를 대신해 작성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마치 블루칼라 화이트칼라의 영역을 위협받고 있는듣 하다. 그렇다면,우리는 스마트한 러다이트 운동을 다시 진행해야 될지도 모르겟다.

 

  이렇게 기계로 인해 줄어든 사람의 노동은 그 노동대로 의미가 있다. 인간 노동의 응결이 가치인데 생산성이 높아지면 개개의 상품에 녹아들어간 가치는 줄어들게 된다. 이는, 마치 인간이 만들어내는 절대적인 가치가 줄어들어 이는 임금이 적게 된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요는 그 사회에서 필요하게 되는 총노동량이다. 총노동량에 따른 가치 비율은 일정하므로 1:1 교환에 요구되는 가치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특정 상품 생산에 필요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평균노동량이다. 그 양은 어느 사회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오히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응집된 노동량을 줄일수 있으므로1) 모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게 일하면서 동일한 수준을 누릴 수 있는 삶을 바라볼 수 있다. 이는 노동의 종말2)에서 시사하는 바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진행되는 주 4일제 근무와 기본소득 등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대다수 대중의 현실은 이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줄어든 사람의 노동만큼 임금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하게 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약자를 위한 부의 재분배 같은, 고전적의미의 정의론에서 말한 내용들만 강조하는 현실로 가고 있다. 노동의 종말을 외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스스로 증식하는 가치이념은 아직도 부족하다 외치고 있고 사람들은 자신을 잊고 이를 쫒고 있다. 안타깝게도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한 시스템들은 기준을 증식하는 가치 자체에 두고 있다. 이제는 기존의 스마트한 시스템을 넘어서 진짜 스마트 하게 바라봐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주변에는 기존의 정의론3)을 넘어선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는 많은 요구가 있음을 알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4)을 통해 기회의 평등이 아닌 조건의 평등 즉 출발선상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평등이 아닌 형평성의 가치에 무게를 좀 더 주고 있으며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현 사회에서는 그런 생각의 전환을 위한 시도를 만들어 가는가는 미지수다. 사람들의 생각들이 사회적으로 합당한 형평성의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수렴했으면 한다. 그러면, 지금의 ‘스마트’ 하기만한 시스템은 진정 ‘스마트한 노동’의 시작이 될 수 있지도 모른다.

 

1) 이 글에서는 불변자본, 가변자본의 논의는 하지 않기로 한다.
2) <노동의종말>은 제러미 리피킨 교수의 화두이며 시장 경제가 내포하고 있는 기술 발전의 위협을 넘어서 후기 시장 시대를 열어가는 새로운 대안과 접근 방법을 개괄적으로 논하고 있다.
3) 존 롤스는 <정의론>을 통해 정의에 대한 두가지 원칙을 논하고 있다. 제1 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으로 모든 사람의 유사한 자유 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적합한 전체 체계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함을 말한다. 제 2원칙은 '차등의 원칙과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 으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가지, 즉 그것이 정의로운 저축 원칙과 양립하면서,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되고, 공정한 기회 균등의 조건 아래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책과 직위가 결부되게끔 편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4) 마이클 센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기회의 평등 이면의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있으며 조건의 평등을 제시하고 있다.

 

 

 

 

 

 

  • smile

    많은 생각을 하게 하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3-09-11 10:40:38

  • 루피박사님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2023-09-12 19:21:47

  • Darcy

    지금 우리 노동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3-09-16 14: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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