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본문글자크기
기사의 제목, 출처, 작성일 정보 안내
화학자의 몽골 출장기한국원자력의학원 책임연구원 김정영2023-07-10

  X-선생은 2017년부터 우리 정부의 국제의료지원 사업으로 몽골 제2국립병원에 사이클로트론 기반 핵의학센터를 만들기 위해 정기적으로 몽골을 방문하고 있다. - 우리 방사선의학웹진의 특별 소식으로 몇 번 소개된 적이 있다. - 처음 방문은 핵의학에 필수적인 방사성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술과 설비 설치를 돕다가, 나중으로 갈수록 제도나 조직 구성을 지원했고, 최근에는 방사성의약품 매뉴얼이나 신약 개발 등을 전달하고 있다.

 

  대개 몽골에 간다고 하면 주변 동료들이 하는 뻔한 질문들이 있다. 몽골 사람들은 말을 타고 출근하는가? 그렇다면 말은 회사 어디에 두는가?, 몽골 사람들은 시력이 좋다던데 그것을 일하면서 느끼는가?, 몽골 초원에 어두운 밤하늘의 별은 많이 보이는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몽골의 하늘이 너무 예쁘던데...

 

 

< 몽골 칭기스칸 공항에서 울란바토르시로 가는 길(좌), 울란바토르시의 수흐바르트 광장(우) >

 

  사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술지원 사업지원 사업을 하면서 몽골의 광활한 초원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거나 그 초원에서 별을 본 적은 없다. 출장 임무에 따라 지나가거나 X-선생이 지원하는 병원의 워크숍 때 같이 동행한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질문은 답하기가 매우 간단하다. 일단, 몽골 사람들은 주로 차로 차를 타고 다니고 시내에서 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몽골 최대 축제인 나담 축제가 열릴 때 행사를 준비하는 말들을 조금 볼 수 있었다. 그렇다, 당연히 병원 내 말 전용 주차장은 없다.
 

  몽골 울란바토르시는 해발 1,800m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고산 평야지대 도시이다. 대략 상상하자면 한라산 꼭대기에 거대한 도시가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구름이 낮게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 비해 자외선을 더 가까이 접하게 된다. 다시 말해, 우주에서 날아온 빛이 더 가깝게 비치니 햇살이 따갑다. 그래서일까, 내 주변에는 있는 몽골 사람들은 시력이 좋지 않다. 물론 유튜브와 같은 모바일 매체 때문일 수도 있다. 한 번은 지나는 초원길에서 어느 남자가 말 위에 누워서 유튜브를 감상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밤하늘의 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몽골을 동경하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밤하늘에서도 별은 아름답기만 하다. 이것은 몽골 초원이 인공적인 불빛이 없어 별빛이 상대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크다. 그러나 X-선생은 암환자를 위한 핵의학 영상기술에 필수적인 방사성의약품 기술지도는 하루가 부족해서 거의 대부분 기술부터 정책 설계까지 지원하다가 보면, 하루는 금방 가고 이내 호텔로 가서 쉬기 마련이다. 그 호텔에서 하루일과를 정리하면 출출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호텔 밖으로 나가면 의외로 CU와 GS25을 쉽게 만날 수가 있는데, 그 편의점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삼각김밥, 컵라면, 음료, 과자 등을 비슷한 가격으로 다 만날 수 있다.

 

 

< 몽골 편의점에서 파는 다양한 한국 상품들 >

 

  올해 6월에 어김없이 현재 사업의 수행을 위해 방사성의약품 기술 교육지도와 관련 보고서 작성을 위해 X-선생은 몽골에 갔다 왔다. 때마침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 시기라 비행기표를 구하기 힘들었지만 관광지가 아닌 울란바토르시로 가는 것은 그리 분비지 않았다. 이번에 간 몽골 출장은 유달리 이마트, CU, GS25, 뚜레쥬르 등이 많이 보였고, 한국의 제품들이 즐비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까르푸가 이마트와 경쟁에서 밀려 철수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유통업체가 얼마나 강세인지 알 수가 있다. 공항에서 울란바토르 도심으로 들어가게 되면 대부분 승용차는 일본 차량이 많고, 버스는 한국 차량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사람들의 얼굴이나 행동도 한국 사람들과 다름없어 가끔 여기가 한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경찰의 복식이 북한과 비슷하고 건물의 양식이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 몽골 사람들은 내 표현에 싫어 하지만 – 마치 평양 시내에 온 듯하다. 실제로 그 유명한 드라마인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가 몽골이기도 하다.

 

  몽골은 밀, 소, 양 등이 풍부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이다. - 그래서인지 노숙자가 보이지 않는다. 공동체 의식이 강해서 일까. 아무튼 X-선생은 본 적이 없다. - 그래서 몽골의 식단은 자연스럽게 빵과 고기로 이어진다. 다만 이 가축들이 광활한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으면서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면 자라다 보니 지방이 거의 없다. 그래서 고기 요리가 아주 맛나 보이지만 실제로 먹으면 껌을 씹는 듯하다. 처음에는 값싼 소고기 요리에 눈이 번쩍하지만 이내 그 마음은 한국의 김치나 나물무침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래도 몽골은 겨울이 길다보니 –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도 겨울이 이어지기도 한다. - 그 야채 값은 당연히 비싸지만 딸기 종류는 제법 많이 나서 먹을 만하다. 특히 비타민이 풍부한 몽골의 차차르간(노란 딸기 종류)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다. 물론 몽골 사람들도 건강을 지키는 열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맛은 우리나라 귤이나 레모나가 더 맛이 있고, 대체적으로 몽골의 제자들은 동의했다.

 

  몽골 여행을 출장으로 가다 보니 다른 여행객보다 몽골의 정치, 문화, 역사 등을 파악하기 좀 더 빠르다. - 그리고 현지 여행 가이드의 허무맹랑하거나 검증되지 않는 흥미를 끄는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 개인적으로 몽골을 여행할 때 2가지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몽골’을 ‘몽골’이라 부르지 않고 중국식 표현으로 ‘몽고’라고 호칭하면, 이것은 싸움을 유발할 수 있다. ‘몽고’라는 표현은 중국이 몽골을 비하하면서 말하는 것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했다. 또 한 가지 주의사항은 우리나라 말로 절대 욕을 하면 안 된다. 몽골 사람들은 이미 한국에 와서 경제적 활동을 하고, -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주역들 중에 하나이다. - 한국을 몽골 국가 성장의 모델로 삼기 때문에 한류가 짐작부터 많이 들어가 있다. 또한 몽골의 문법 체계는 우랄-알타이어족으로 한국, 일본과 같은 문법을 가지고 있고, 발음도 10자 정도 우리보다 많아 우리의 발음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생각해 보면, 세종대왕도 한글을 만들 때 몽골어도 참조했으니 우리의 발음과 비슷한 단어들이 제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말 중에 벼슬아치, 장사치 등으로 끝나는 단어의 어미인 ‘~치’는 몽골에서 왔다. 우리나라 고려시대 즈음에 몽골은 세계적인 대국을 이루어 고려를 침공했고, 고려는 그 어느 나라보다 오래 버티었으나 굴복하고 말았다. 이때 몽골에서부터 우리나라로 들어온 문화가 있는데, 전통 혼례식에서 볼 수 있는 신부의 연지곤지, 순수 알코올로 정제한 소주, 새해에 먹는 만두 등이 대표적이다. - 몽골 사람들은 역사교과서에 고려 침공이 없어서 고려의 아픈 역사를 전혀 모른다. 그래서 X-선생은 몽골 교육생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꼭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에 데려간다. 그러면 대부분 몽골 교육생들은 미안하다고 말한다. 역사는 그런 것이다. - 아무튼 몽골에서 우리나라 말로 욕은 절대 함부로 쓰면 안 된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몽골에 있는 제자들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 모임이 있었는데, 요즈음 유명한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상호명이 ‘도니 삼겹살’인 식당에 가서 국내산(몽골)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우리나라 삼겹살과 맛이 같았을까? 우리 삼겹살보다 기름이 훨씬 많고 – 아무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을 듯하다 – 약간의 향이 낫다. 양들과 친하게 지낸 것일까? 살짝 양고기의 냄새가 슬슬 났지만 맛은 좋았다. 그리고 우리 반찬이 그대로 재현되어 팔기 때문에 하루의 피로를 해결하는 데 충분했다. 우리나라 삼겹살 식당은 친구나 직장동료가 주류라면, 여기 몽골 삼겹살 식당은 남녀커플이 많았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몽골에서 여기는 고급스러운 식당인 셈이다. 참고로 울란바토르시 중심가는 ‘서울의 거리’이고 주변에 ‘남양주의 거리’도 있는데, 그 거리를 중심으로 맛있는 한국 식당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태어나면 몽골반점을 가지고 있듯이 태생적으로 몽골은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한다. 또한 몽골 사람들은 우리나라 경제에 여러 분야에서 이바지하고 있으며, 한국 문화에 대해 존중하고 즐기고 있다. 그러나 몽골은 옛날의 아성은 뒤로 하고 주변 초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정치적인 안정이 쉽지 않고 민주주의의 정착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한반도의 7배나 큰 땅에서 인구는 우리나라 인천시 인구(약 300만명) 정도이니 몽골은 지금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다. - 무언가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 X-선생은 그러한 문제들 중에 방사선의학 의료체계 개선에 이방인로써 참여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과학연구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20세기초 독립운동가 이태준(1883-1921년, 경남 함안 출생)은 몽골에서 현대 의학을 가르쳤고, 그의 희생은 울란바토르시의 이태준 기념관으로 남아 있다. 오늘날 몽골 사람들은 ‘한국’하면 ‘이태준’을 떠 올리고 몽골 역사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X-선생보다 더 앞서서 많은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몽골을 위해 자발적인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몽골에서 한류를 강하게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는지.▣

 

 

 

 

 

  • 덧글달기
    덧글달기
       IP : 3.15.221.67

    등록